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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끼빠 사람들 특이하죠, 이를테면 한국의 전라민국 같은 곳이라고 할까."

 

잘 나가다 옆으로 새버린 듯하다. 꽤 오래동안 이주생활을 이나라 저나라에서 해오신분 같은데 그만큼 한국을 떠나올 때 시간에 멈춰있어서인지 의식의 여과없이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리마의 몇몇 교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레끼빠에서 10개월 살다 올라왔노라' 하니 동석한 여성은 그곳을 잘 아는 양 이렇게 예를 든다. 어쩌면 그분 눈에는 아레끼빠의 독립적인 기질이 오래 떠나온 조국의 한 지역과 연상이 되었나보다.

 

사실 페루에 도착하기전까지 본인도 아레끼빠란 도시를 거의 몰랐다. 어쩌면 세계 다수의 일반인들도 잉카의 수도 꾸스코는 알아도 수도인 리마는 생소해할턴데 거기에 제2도시라고는 하지만 Arequipa가 어디, 혹은 어느나라 도시야 하고 묻는 사람이 태반이지 않을까.

 

제2도시. 흰색 도시(Ciudad de Blanc). 미각의 도시. 교육과 문화의 도시.

 

여러 수식어가 나름대로 이유있게 붙은 거 같지만, 인구가 120만 정도인데 800만에 육박하는 리마를 경쟁 상대로 여기는 심리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우선 도시역사만 보면 내년 8월 15일이 도시건립 470주년이 된다. 한국의 광복절이 이 도시의 건립일이다. 리마는 내년1월에 477주년이 된다. 기껏 7년차이다.

 

여기에서 도시건립과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레끼빠는 잉카가 '여기에서 사시요'라고 께추아어로 말한  뜻을 지닌 지명으로 스페인군에 의해 건립된 리마에 비해 도시건립은 조금 늦었지만 기원은 더 앞설 수 있다.

 

하긴 그런 관점으로 보면 꾸스코는 더 할말이 많은 도시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도 일조를 하겠지만 그 이유 하나때문에 아레끼뻬뇨들의 성격이 다른 곳과 구별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레끼빠 사람들, 내가 말하는 이들은 주로 백인계열이지. 그들은 피부색으로도 사람을 구별했지만 또 한편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물어보다 성씨가 귀족성씨가 아니면 다음부터는 아예 응대를 안했어. 그게 불과 한 20여년전까지 그랬지."

 

내가 아레끼빠에 올 때마다 머무르는 후안기자가 아레끼빠 사람들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이런 역사를 들어 꼬집었다. 후안의 뿌리도 따지고보면 황금을 찾아 뿌노에 유입된 아랍계 후손이라 본성명은 Cjaraja(차라하)라는 성씨가 나오는데 아마도 자신 스스로가 무시를 당한 경험을 언급한 듯 하다.

 

"박형, 나는 페루아노가 아닙니다. 나는 아레끼빠 사람이예요."

 

한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작은 모임때 우리 그룹의 페루아노 중 한명이 술이 적당히 들어가자 자신의 정체성을 농담삼아 확인시킨다. 하긴 내 몸짓에 대한 화답이었을 것이다.

 

"나도 아레끼뻬뇨야. 그렇지 아레끼빠는 내게 제2고향 같은데거든."

 

아레끼뻬뇨의 독립적인, 아니 자존심에 대한 여려가지 농담들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돈다. 독립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그중 가정 정설인 듯하다.

 

하긴 전 세계적으로도 분명히 한 나라이지만 합해지지 않는 이질성때문에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상당히 많았고 실제 그런 숙원을 이룩한 소국들도 있으니 아레끼빠의 독립요구는 땅덩이 기준으로만 보면 일견 이해가 간다. 광산이 많은 아레끼빠의 어느 천연광물을 나라에서 매각하려 하자 아레끼빠 주정부에는 이렇게 냉소적으로 반대를 했단다.

 

"야, 너네들은 자국 내 광물이나 팔아먹지 왜 남의 나라 광물을 매각하려 야단이야."

 

광산계통에 관련된 이가 전해주는 이야기인데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독립을 요구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도 있고 가진 것도 많다는 자신감의 표출같다. 아레끼빠 주 크기도 따지고 보면 남한이나 비슷하니 말이다.

 

그중 후지모리 대통령 이전까지 여권까지 따로 썼다는 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최근에 신시가지 아나와라 광장쪽을 들다 이런 소문들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거리 잡화상들이 파는 물건중에 아레끼빠 여권을 내놓으며 관광객들에게 종용하는 모습이 포착되었기때문이다. 여권은 분명히 독립국으로 아레끼빠를 명기하고 있다.

 

정말 저렇게 여권을 만들어 사용을 하였는지 궁금해져 물으니 아레끼빠에서는 실제 이런 류의 여권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믿기지 않지만 귀한 자료를 놓칠 수 없어 바로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카페-다음, 네이버, 야후, 한겨레


#페루 아레끼빠#아레끼빠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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