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왕인 국화축제   국화로 만든 왕인국화축제 타이틀
▲ 왕인 국화축제 국화로 만든 왕인국화축제 타이틀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샛노란 국화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게 한다.
▲ 샛노란 국화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게 한다.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가을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화의 계절이다. 풍류를 즐겼던 우리의 선인들은 국화를 가리켜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여 서릿발 날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그 절개를 높이 기렸다. 국화는 장미처럼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태와 향기는 고고하기 그지없어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산하를 곱게 물들이던 단풍마저 낙엽되어 스러지는 늦가을의 정취기 마냥 아쉬어 전남 영암군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열리고 있는 '왕인국화축제'를 찾았다.

겨울을 재촉하는 찬 바람에 길가의 억새들과 키 작은 칸나들과 코스모스 무리들이 쉴 새 없이 몸을 흔들고, 나무들은 무겁게 달고 있던 잎새들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떨쳐내고 있었다. 한여름 폭풍우에도 끄덕없이 견디어냈던 잎새들이 낙엽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니 이미 가을이 저만큼 달아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왕인박사유적지가 가까워 오자 벚나무가 길 양편에서 터널숲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라면 얼마나 화려한 장관을 연출할런지 상상이 되었다. 내년에 벚꽃이 만발할 때 다시 오면 그 장관과 조우할 수 있으리라.

왕인박사유적지는 기암 봉우리들로 유명한 월출산의 밑자락에 제법 넉넉한 터를 마련하여 자리잡고 있었다. 그 드넓은 곳을 1억 송이 국화 향기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국화전시회들은 꽃송이나 꽃모양 등이 화려하지만 다분히 인공적이어서 소박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러나 왕인국화축제는 화분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소국들을 길 양옆과 건물 주위에 풍성하게 장식하여 무척이나 정겨웠다. 해안지방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세차고 기온이 떨어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맞아 국화축제장을 찾아온 관람객들이 제법 많았다.
왕인문 국화로 장식한 왕인문
▲ 왕인문 국화로 장식한 왕인문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사람꽃 왕인문 꽃벽에 핀 사람꽃과 국화꽃
▲ 사람꽃 왕인문 꽃벽에 핀 사람꽃과 국화꽃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아름다운 소국들로 꽃탑처럼 장식된 왕인문을 지나서 왕인박사 유물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장은 왕인 박사의 발자취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잘 갖추어져 있어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을 새롭게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했다.
영월관 영월관 앞의 국화로 둘러싸인 소나무
▲ 영월관 영월관 앞의 국화로 둘러싸인 소나무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왕인 일본에 문물을 전하고 가르친 왕인 박사
▲ 왕인 일본에 문물을 전하고 가르친 왕인 박사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일본 내 왕인 유적지도 일본에 있는 왕인박사 유적지도
▲ 일본 내 왕인 유적지도 일본에 있는 왕인박사 유적지도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문화란 얼마나 오랜 세월 살아 움직이며 사람을 감동시키는가. 왕인박사유적지는 전라남도가 기념물 제20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해박해서 오경박사라 일컫는 왕인 박사는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건너가 한자와 학문을 처음으로 일본에 전해준 성현이다. 일본으로 건너갈 때 학문뿐 아니라 도공陶工, 와공瓦工 야공冶工 등 기술자를 함께 데리고 가 학문과 인륜의 기초를 세워주었음은 물론 기술도 전수해주었다. 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그 고마움은 일본 내의 왕인 유적지도에 담겨있다. 왕인 유적들의 원형은 그곳에 있고 이곳에는 모형들만 전시되어 있어 아쉬웠다. 일본인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왕인 라이온스 클럽, 왕인 성당 등 단체 이름 앞에 왕인을 붙인 것에서도 그들의 마음자리가 느껴졌다.

배움의 길 홀로그램으로 만든 전시작품
▲ 배움의 길 홀로그램으로 만든 전시작품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배움의 길 홀로그램 전시작품
▲ 배움의 길 홀로그램 전시작품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전시된 유물들은 박사가 일본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것은 백제문화가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전시물 중에 박사가 걸었던 열정적인 학문의 길을 보여주는 홀로그램의 기획은 참으로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또 하나의 액자 안에 박사의 세 가지 모습을 담은 미디어관의 영상도 뛰어났다. 지금은 아이디어 시대다. 아이디어가 남다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건 비단 경쟁이 치열한 사회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공간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미디어의 세 얼굴 세 얼굴이 한 액자속에
▲ 미디어의 세 얼굴 세 얼굴이 한 액자속에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미디어관의 영상 세 얼굴이 한 액자속에
▲ 미디어관의 영상 세 얼굴이 한 액자속에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미디어관의 영상 세 얼굴이 한 액자속에
▲ 미디어관의 영상 세 얼굴이 한 액자속에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영암 자기 영암의 붉은 황토로 만든 자기
▲ 영암 자기 영암의 붉은 황토로 만든 자기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마당 한 가운데 대규모로 조성된 천인천자문은 천자문 등 선진 백제 문물을 일본에 전하여 아스카문화를 꽃피게 한 왕인 박사의 '소통과 상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한국, 중국, 일본의 명사 1000명이 육필로 천자문 한 자씩을 지극정성으로 쓰고 이를 다시 영암의 석공이 돌에 새겨 만든 왕인 상징의 조형물이다. 한 글자체로만 보아왔던 천자문의 다양한 필체들이 신선해 눈길을 끌었다.

천인천자문 천인천자문비
▲ 천인천자문 천인천자문비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천인천자문  발원문
▲ 천인천자문 발원문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천인천자문 다양한 필체의 천자문
▲ 천인천자문 다양한 필체의 천자문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전시관을 나와 왕인 사당으로 향하니 길 양 옆에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20여 년 동안 한 그루 한 그루 정성 들여 가꾸고 돌봐왔음을 알 수 있었다. 품위 있고 고결하게 자란 눈향나무가 사당으로 올라가는 길 양쪽을 지키고 있었고, 흙담 양쪽에는 오죽이 바람에 흔들리며 박사의 혼을 지키고 있었다.
사당 왕인 사당 가는 길
▲ 사당 왕인 사당 가는 길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그 사이에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가 보여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뭔 나무일까 하고 다가갔더니 나무이름이 먼나무였다. 먼나무란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감탕나무과의 난대수종으로 암수 딴 그루여서 열매를 감상하려면 암나무를 많이 심기 위해 접붙이기로 암나무를 증식시킨다고 한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열린 공간인데도 곳곳에 마치 길 밝히듯 국화분을 놓아 가을바람에 풍기는 짙은 국향에 취해 추위마저 잊게 했다.

눈향나무 사강으로 가는 길의 계단 양쪽에 심어진 눈향나무
▲ 눈향나무 사강으로 가는 길의 계단 양쪽에 심어진 눈향나무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성담은 신성함이 깊은 한국식 전통연못으로 비단 잉어 천 마리와 수련, 분수가 있어 휴식하기에도 아늑하고 편안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누각에는 수능기원이라는 청사초롱이 사방을 빙 둘러 나부끼고 있었다.

성천  성담 가는 길
▲ 성천 성담 가는 길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거리의 화공 축제의 단골 손님인 거리의 화가
▲ 거리의 화공 축제의 단골 손님인 거리의 화가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혁필 도포와 갓을 차려입은 화공이 즉석에서 혁필화를 그려주고 있다.
▲ 혁필 도포와 갓을 차려입은 화공이 즉석에서 혁필화를 그려주고 있다.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실외 전시장에는 국화분을 이용하여 기린, 토끼, 사슴 등 여러가지 동물로 동물농장도 예쁘게 꾸며놓아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이들이 모이는 놀이시설과 동물농장 옆에는 거리의 화공들이 관람객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고, 오랜만에 어린 시절 장터에서 많이 보았던 혁필화 그리는 광경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밖에도 국화분에 청바지를 입혀서 "월출산 가는 길"이란 타이틀을 붙인 전시작품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꽃분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월출산의 높은 봉우리를 올라가는 형상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월출산 가는 길 국화분에 청바지를 입혀 '월출산 가는 길'이란 타이틀로 꾸민 전시작품
▲ 월출산 가는 길 국화분에 청바지를 입혀 '월출산 가는 길'이란 타이틀로 꾸민 전시작품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꽃자동차 영암에서 열리는 F1 대회를 알리기 위한 국화분 장식 자동차
▲ 꽃자동차 영암에서 열리는 F1 대회를 알리기 위한 국화분 장식 자동차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월출산 모형도 전시장 안의 월출산 모형도
▲ 월출산 모형도 전시장 안의 월출산 모형도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왕인路 국화분으로 만든 길, 왕인로
▲ 왕인路 국화분으로 만든 길, 왕인로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국향 콘서트는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엄현정, 윤태규, 추가열씨 등 젊은 가수들을 초빙해 청아하고 서정적인 열창으로 국향무대를 달구었는데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멀리 멀리 퍼져가며 가을하늘을 수놓았고, 아름다운 국화는 대지를 수놓아 잘 어울렸다. 그 바람에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 보기 좋은 공연이 되었다. 출연자가 관객과 함께 호흡할 때 그 무대는 생명력이 있다. 마지막 무대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을을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게 했다.

국화 콘서트 열창하는 추가열씨
▲ 국화 콘서트 열창하는 추가열씨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콘서트에 이어 왕인박사가 일본 왕의 초청을 받아 가는 모습을 재현하는 동아인재대 학생들의 행렬이 등장해 무대에서 재현극으로 진행되었는데 짧으면서도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그것은 단순한 축제의 가벼움을 넘어서게 해주었다. 역사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누군가 기억하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된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 발전시켜간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희망이 있는 나라임을 확인하게 해준 아름답고 행복한 가을 축제여행이었다.

닥나무 심어놓고 사람은 어디 갔느뇨
해마다 닥나무만 저 홀로 푸르렀네
天下가 문득 어지러워 놀라니
널리 모든 겨레 건지셨네
왕인 스승 천년의 옛터에
지침바위만 그대로 남아있네

그 옛날 종이가 흔치 않아 모두 자급자족하던 때라 주변에 자생하던 닥나무를 채취하여 바위에 놓고 찍었다 하여 지침바위라 불리우는 바위에는 일본으로 떠난 왕인을 그리며 쓴 후학들의 추모시가 남아있다.

풍물패 입장 왕인 도일 재현극 입장을 알리는 풍물패 입장
▲ 풍물패 입장 왕인 도일 재현극 입장을 알리는 풍물패 입장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길놀이  재현극을 알리는 풍물패의 길놀이
▲ 길놀이 재현극을 알리는 풍물패의 길놀이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왕인 일본가오! 행렬 입장
▲ 왕인 일본가오! 행렬 입장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왕인 일본가오! 재현극
▲ 왕인 일본가오! 재현극
ⓒ 김현숙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왕인국화축제는 22일까지 열립니다.



태그:#왕인국화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