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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은 20일 오후 수원 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경기도민 중간보고 기자 간담회 행사를 개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일 오후 수원 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경기도민 중간보고 기자 간담회 행사를 개최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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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언제 자신의 인권이 침해 받는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학교가 가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초중고 학생들의 인권 상황과 인식을 알아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경기도교육청은 20일 오후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 진행 경과' 중간 보고 행사를 수원시 도교육청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회의의 연구용역을 맡은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팀(팀장 진영종 교수)은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5일까지 20일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경기도 학생 2020명(초등 934명, 중고생 1086명), 도교육청 소속 교사 586명, 경기도 거주 학부모 등 총 2950명이 설문에 응한 결과다.

설문조사 표본이 경기도 지역에 국한됐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학교 현장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지표라고 전하고 있다. 먼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초등학생 "언어폭력과 '왕따', 잦은 학교 시험이 싫어요"

경기도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인권침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언어폭력(12.5%)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왕따'로 대표되는 집단 괴롭힘(9.5%), 잦은 학교시험(8.1%), 벌세우기(7.6%), 신체적 폭력 등 체벌(7.3%), 일기장 검사(7.0%)를 꼽았다.

반면, 인권침해가 없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은 7.2%에 불과해 학교에서 학생인권침해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생님이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를 검사하는가?"라는 질문에 초등학생 60.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저학년이 아닌 5, 6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고학년의 일기장, 다이어리 검사는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육복을 갈아입을 시 편리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 학생의 80% 이상이 탈의실이 없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겨울철 화장실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아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학생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 탈의실 신설과 화장실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학생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서'(34.5%)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가 30.7%, 학교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가 16.4%, 공부하는 것이 싫어서가 (16.2%) 높은 선택을 받았다.

또 설문조사 응답 초등학생의 70% 이상이 인권교육을 받아보지 않았거나 교육 실시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생님을 대상으로 학생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게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약 65%가 교사 인권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답했다.

중고생 "두발 단속이 제일 싫어!"

그렇다면 중고생들은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학교의 인권침해 사례로 뭘 꼽았을까. 복수로 3가지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 결과 두발규제(24.8%)가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고 복장규제(18.7%)가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 과잉학습이 15%, 단체기합 및 체벌이 9.0%로 나타났다.

"학교에 두발, 복장 규제에 관한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생 1080명(99.4%)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단 6명만이(0.6%)이 "없다"고 응답했다. 결국 경기도의 거의 모든 중고교가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는 셈이다.

두발 검사에서 즉석 강제 이발 등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은 34.2%에 달했고, 교복치마가 짧거나 색깔티를 입었을 경우 54.5%의 학생들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옷을 압수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간자율학습의 경우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참여한다는 응답은 33.6%에 그쳤다. 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제로 참여가 33.3%, 불참 이유를 말하면 불참 가능 22.8%, 불참 이유를 말해도 참여하도록 압력을 받는다가 8.7%, 보호자가 강제로 참여시키는 경우는 1.5%로 나타났다. 즉 학생 70% 정도는 강제로 야간자율학습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경기도 중고생의 5.6%가 학교에서 1주 1회 이상 소지품 검사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적으로 80%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내의 학생인권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입시경쟁 해소가 47.6%로 가장 높았고, 방학 중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선택권 보장 46.2%, 학교 의사결정에 참여 보장 35.8%이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가능).

설문에 참여한 학생 87.4%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했고, 반대는 1.3%에 불과했다. 

교사, 학부모들도 "자율학습 학생 선택권 보장해야"

교사들의 경우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시급히 개선할 문제로 학교폭력과 야간자율학습 및 강제 과잉학습을 꼽아 학생들과 약간 다른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학생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입시경쟁 해소와 인권교육 강화, 그리고 방학 중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혀 학생들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학부모들 역시 가고 싶은 학교가 되기 위한 개선점 3가지로 학교폭력(22.8%),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 과잉학습(14.8%), 학생 의사표현 규제(14.2%)를 꼽았다.

결국 학생-교사-학부모들 모두 자율학습 강제 실시와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 부족을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학생(94.9%), 학부모(82%), 교사 66%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생 인권 증진이 교권 학립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교사의 36.9%, 학교관리자(교장, 교감)의 37.7%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학생-학부모-교사 "학생인권조례 필요"에 공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학생을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의 객체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 1차 초안은 오는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선 건 경기도교육청이 처음이다. 


#학생인권조례#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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