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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경희대 크라운관 강당에서 조금 특별한 시상식이 있었다. '전국문해 기초교육협의회'에서 주최한 '문해 한마당 글쓰기 시상식'이었다. 비문해자들인 성인 학습자와 결혼 이민자들이 교육을 받고 문해의 길에서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글로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의 상이다. 으뜸 2명, 버금 5명, 소중한 글 20명, 아름다운 글 20명, 예쁜 글씨 50명이 받았고 교사에게 주는 마중물 상은 7명이 받았다. 전국에 있는 평생교육기관에서 글을 배운 늦깎이 학생들과 다문화 가정 주부학생들이 900여 편의 글을 냈고 그 중 104명이 선정된 것이다.

 

 

마들여성학교에서는 공수미자(64) 어머니가 '으뜸상'을 받았다. 박동임(67) 어머니는 '소중한 글 상', 김지연(74) 어머니는 '예쁜 글씨 상'을 받게 되었다. 또 이 시상식의 특별상인 '마중물상'은 으뜸상의 공수미자 어머니를 지도한 담임인 서진아 교사가 받았다.

 

'문해한마당' 글쓰기 대회는 상을 받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가 주인공이다. 서로 축하해 주고 즐기려는 어머니들이 함께 참석하여 잔치자리를 빛냈다. 부산에서 올라온 어느 어머니의 일갈처럼 "식전 댓바람"부터 서둘러 전국 곳곳에서 잔치를 위해 모였다.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의 배울 권리, 그것은 인권"이라는 개회사를 시작으로 행사는 진행되었다. 비문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약 240만 명 정도라고 하지만, 그것은 밖으로 나타난 숫자일 뿐,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모르고 살고 있을 터이고, 그런 사람들이 배울 권리는 한마디로 인권이라는 것이다.

 

마들여성학교의 풍물패 공연으로 분위기는 들뜨기 시작했고, 푸른시민연대의 다문화 가정 반에서 배우는 주부들의 인형극은 한국말로 자기 나라 전래동화를 전했다. 부산여성회해운대지부에 소속된 어머니들의 고전무용과 부천시문해교육협의회 사람들의 노래 등 흥겨운 마당으로 이어졌다.

 

 

 

모든 시상식을 마치고 끝으로 으뜸상을 받은 공수미자 어머니가 직접 자신이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어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글을 읽었고, 순간 식장에는 모두가 한마음 같은 울컥한 느낌들을 받고는 숙연해졌다. 늦깎이 학생들의 말 못할 사연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4년 전에 마들여성학교에 온 공수미자 어머니, 올 봄에 초등과정을 마치고 중등과정을 배우고 계신다. 이번에 수상소식을 듣고는 '만세'를 외치며 우셨다고 한다. 육십이 다 되어 배운 글로 자신의 살아온 내력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고 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어느 날 귀가 갑자기 들리지 않게 되었고, 그 뒤로 장애인 2급 판정을 받았단다. 그런 상태에서 보청기를 끼고 학교에 다니게 되셨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자기 목소리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 큰소리를 치는 일이 자주 있었단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르니 오해를 하는 사건들도 있었다고 한다.

 

첫 담임이었던 김인숙 교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자아가 강하신 자기중심적 학습자셨어요. 동기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로 해서 가족에 대한 불만도 더러 드러내곤 하셨어요. 그런데 배워 나가는 과정 속에서 학습적 발전과 함께 관계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더불어 이루어진 것 같아요" 한다. 배움의 공동체 생활에서 배려하고 협동하고 이해하려는 폭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굉장히 열심을 내셨던 것 같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초창기에 숙제로 내주던 일기쓰기를 빠뜨리지 않고 길게 많이 써왔다고 한다. 그 때는 낱말이나 맞춤법이 엉망이었던 때라 긴 글을 첨삭하던 교사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한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배우고자 하는 그런 열의가 오늘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공수미자 어머니는 글을 배우게 되면서 글쓰기로 받게 된 상이 처음은 아니다. 마들여성학교에 온 지 일 년쯤 되었을 때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버금상을 받았던 적도 있다.

 

 

이번에 으뜸상을 받게 한 공수미자 어머니 글 속에 ".....언제 글을 배워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생각해 왔다. 그런데 공부 시작 한 지도 벌써 4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지금은 중등반이 되어 영어도 배우고 수학도 배운다. 은행이나 동회에 가서도 내손으로 서류도 척척, 영어 이름도 'GONG SU MI JA'라고 자신 있게 쓴다 ....... 나는 다시 내 삶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고 쓰셨다.

 

공수미자, 김지연, 박동임 어머니의 선전은 같이 공부하는 다른 어머니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되었다.


태그:#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마들여성학교, #문해한마당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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