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경제시평을 연재합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cafe.daum.net/kseriforum)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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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노동성은 10월 미국의 실업률이 10.2%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고용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의 실업률은 10월에 10.2%로 9월의 9.8%보다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의의 실업률인 U-6실업률(정규직을 원하는 비정규직 포함)은 9월의 17%에서 10월에 17.5%로 높아졌다. 실업자 수는 전월대비 55.8만 명이 증가했으며 비농업 취업자수도 전월대비 19만 명 줄었다.
그런가 하면 시간당 고용비용은 올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5% 증가에 그쳐 지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업종별 취업자 수는 건설업과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 모두 전월대비 6만 명 이상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미국 실질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연환산 3.5%로 급반등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실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3분기 미국 경제가 일자리를 동반하지 않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를 동반하지 않는 성장을 하는 직접적 이유로는 3분기 성장률의 대부분이 주로 8월 말에 종료한 신차구입보조금 제도에 의한 자동차 생산 및 판매 증가에 기인하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신차구입보조금 제도가 미국 자동차산업에 미친 효과는 6월에 37%까지 떨어진 평균가동률을 9월에 51%로 증가시킨 정도에 불과하다. 즉 기존 자동차 관련 업종 노동자들의 절반 가량 정도가 겨우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로 개선된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고용된 노동자의 절반 가량은 아직도 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9월과 10월에 미국의 신차 판매는 보조금제도가 8월말로 마감됨에 따라 다시 급감하고 있다. 9월에는 74.4만 대, 10월에는 83.5만 대 수준에 그쳐 신차구입보조금 제도 시행 이전의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빅3 등 자동차업종의 경영진 등이 이런 정도도 내다보지 못하고 일시적인 정부지원에 기대어 당장에 고용을 늘릴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상황과는 아직도 한참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일자리를 동반하지 않은 성장의 또 다른 이유로는 대규모 재정투입 경기부양책이 예전처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케인지안류의 경기부양책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케인지안류의 재정사업은 주로 도로나, 철도, 댐 건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 위주로 이뤄졌으며 비교적 단기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에 각종 사회인프라 등이 완비되어 더 이상 추가로 토건사업을 벌여야 할 여지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일자리도 단순 근로형에서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임소득 증가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근로형 일자리는 개도국 등으로 넘어가고 선진국에서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대부분 첨단산업과 연계되어 있다. 그 결과, 최근 케인지안류의 재정사업은 대부분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재정사업이 첨단 연구개발 및 기술개발 사업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연구개발 및 기술개발 등 성장잠재력 확충 사업들은 대부분 중장기적 효과를 전제로 한 사업들로 당장에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재정은 투입되는데 당장에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순 근로형 일자리는 개도국, 첨단 일자리는 선진국이라는 도식이 그리 명확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자리 문제는 각국 입장에서 가장 첨예하고 민감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무성은 중국제 유정관 철강제품에 대해 최대 9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가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철강회사인 US스틸 등의 노동조합이 일자리 보호를 위해 요구해온 것에 미국 정부가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내년 봄에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9월에 긴급수입제한조치 차원에서 최대 35%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타이어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미국정부의 반덤핑조치에 대항하여 미국산 수입자동차에 대해 반덤핑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재정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재정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은 정부가 직접 토건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법과 가계나 기업의 세금을 깎아 주는 방법, 가계 등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방법, 그리고 기업 등에 연구개발이나 기술개발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법 등이 있다.
미국 오바마정부는 가계와 기업에 대해 세금 감면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감면을 받은 가계는 그 돈으로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부채를 상환하고 있으며 은행 예금을 늘리고 있다. 기업 역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은행 등 부채를 상환하는데 쓰고 있다.
또 소비쿠폰 지급이나 신차구입보조금 등의 지원책은 일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지원책이 종료되면 곧바로 지원 효과는 소멸되고 만다. 이는 아직도 가계부문의 소비가 살아날 정도로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신차구입지원책은 바로 이런 시장의 자율적 가격조정 기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위해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조정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침체를 장기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지원책에 의해 일시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것만으로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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