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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드디어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화제의 드라마, 화제의 주인공 등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싶다. 그 첫 번째로 상반기 드라마 속 화제의 캐릭터와 연기자를 정리해보자.

 

1. 점하나 찍고 또다시 복수의 세계로 구은재와 장서희

 

이름 구은재

애칭 가짜 민소희

특징 점 시술과 치아 교정 수술 받음

특기 복수하기(과거 10년 전 아버지에게 복수 경력)

절친 <청춘의 덫 > 윤희

 

2009년 상반기 귀가의 유혹이라 불리며 퇴근시간을 종용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히로인 구은재 아니 장서희. 막장드라마의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지만 화제와 시청률 면에서는 당시 최고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덕분에 장서희는 10년만에 다시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녀는 10년 전 막장드라마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인어아가씨>에서 아버지에게 복수하던 파괴력을 <아내의 유혹>에서는 2배 정도 배가시키며 지고지순한 현모양처에서 팜므파탈까지 상반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사실상 드라마의 작품성 면에서는 최고의 막장 드라마로 꼽히겠지만 연기에서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아직까지 점 하나 찍고 구은재가 민소희로 돌변했던 그 장면이 지금까지 회자가 될 정도이겠는가. 사실상 구은재 캐릭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너무나 식상할 정도로 여느 드라마에 나왔던 캐릭터였고, 단지 자신을 버린 남편의 아내로 돌아가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 더해져 색달랐을 뿐이다. 즉, 누구보다도 통속적인 캐릭터였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장서희라는 연기자는 아역출신으로 연기 하나로 단역부터 주연까지 오른 신화인 만큼 그녀는 통속적인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는 힘을 가진 연기자이다. 그래서일까, 불쌍한 구은재였을 때는 시청자들이 연민을 보냈고 가짜 민소희로 변했을 때는 점 하나로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장면에서 실소를 터트렸지만 그래도 통쾌하다라는 평을 내려주었다.

 

그래서 장서희가 연기한 구은재는 막장드라마는 비판에서 한 발짝 빗겨있을 수 있었고 <인어아가씨>이후 별 다른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그녀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번 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연기를 재평가 받을 수 있었다.

 

2. 최고의 델시벨리를 자랑하는 신애리와 김서형

 

이름 신애리

애칭 버럭 애리 또는 북어대가리

특징 유독 아들에게만 천사표 엄마

특기 친구 남편 꼬시기, 괴성 지르기, 권모술수 쓰기

절친 <밥줘>의 차화진

 

2009년 상반기 <아내의 유혹>이 낳은 또 다른 화제의 인물 신애리. 뼛속까지 악녀라고 해도 될 만한 역대 악녀 인물들 중 최고의 포스를 자랑하는 그녀이다. 특히 자신의 절친 구은재의 남편을 뺏고도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는데 그걸 방치한 건 니 죄야!"라고 적반하장 포스를 선보인다.

 

그리고 구은재가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자 은재를 향해 고성 지르기가 시작된다. 구은재를 연기하는 김서형의 목이 걱정될 정도로 악다구니를 부리는 신애리. 여기에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신애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시누이 눈을 멀게 해놓고 시치미를 떼는 그녀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후반부에 자신의 부모가 죽고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해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갈등이 남달라 그녀의 비뚤어진 성격이 형성되지 못한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그녀를 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그간 보여주었던 악행을 시청자들에게 용서해달라고 강요하는 듯해 신애리의 극악무도한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애리를 연기한 김서형은 이 캐릭터로 단박에 시청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연기를 해왔지만 한방이 아쉬웠던 그녀에게 신애리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물론 그녀가 그토록 국민 밉상으로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철저하게 신애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3. 천상천하 유아독존, 구준표와 이민호

 

이름 구준표

애칭 꽈당 민호

특징 엄마와 누나를 무서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다 무시하는 습관이 있음

특기 느끼한 눈빛과 표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기술

절친 <궁>의 이신

 

2009년 상반기를 장식한 또 다른 인물 바로 꽃미남 구준표다. 라면을 연상케 하는 머리에 착한 기럭지, 느끼한 눈빛까지. 누나 시청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는 가히 신드롬이었다.

 

그는 출연 전까지만 해도 유명하지 않은 탓에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보기 좋게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여기에 성격이 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베풀 줄 아는 구준표의 이미지가 더해져 이민호라는 배우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고의 연기력으로 승부한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조연과 단역을 거치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했던 것이며 F4 그룹의 다른 멤버보다 연기력 수준에서 조금 앞서나갔던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꽃미남은 완벽한 연기를 할 필요 없다. 단지, 훌륭한 기럭지에 눈빛 하나로 충분히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궁>의 이신을 연기했던 주지훈의 연기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멋진 외모와 명품 몸매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그는 차기작을 정하지 못한 채 새내기 톱스타와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어 2009년도에는 멋진 한 해를 보냈지만 훗날의 미래를 알 길이 없다. 그래서 그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하자면,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느는 법. 인기는 물거품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4. 까칠, 싸가지 재벌 2세 선우환과 이승기

 

이름 선우환

애칭 싸가지

특징 할머니와 그의 가족을 알게 모르게 챙긴다

특기 싸가지 없는 말투, 돈 쓰기

절친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

 

<찬란한 유산>과 <1박 2일>의 시청률을 합치면 80%가 된다는 사실에 단박에 시청률 80%의 사나이로 떠오른 이승기. 그는 <찬란한 유산>으로 예능인, 가수에 하나를 더 추가해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았다. 물론 진짜 배우로 인정받았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탤런트로 인정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는 까칠하고 싸가지 없는 모습에서 점점 철이 들고 캐릭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소문난 칠공주> 이후로 두 번째 작품만에 이승기 신드롬을 일으켰다.

 

사실상 그렇게 된 데는 선우환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살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대게 드라마 속 재벌 2세를 보면 철이 없고, 싸가지에 안하무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어리시절의 아픔이 있다든지 하는데, 선우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캐릭터는 충분히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고, 선우환도 역시나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찬란한 유산> 드라마 자체가 막장 드라마 속에서 착한 드라마로도 충분히 국민드라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더욱더 선우환이라는 캐릭터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5.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여자, 백성희

 

이름 백성희

애칭 돈벌레 

좋아하는 것

특징 패셔니스타(성격과 달리 패션스타일은 엘레강스)

특기 보험금 빼돌리기, 거짓말하기 자작극 벌이기

 

백성희는 악녀였지만 신애리와는 달랐다. 악다구니 한 번 안 쓰고 그녀는 악녀의 최고봉에 올라섰다. 그 안에는 중견배우 김미숙의 힘이 컸다. 극중에서 백성희는 남편이 죽자 자신의 의붓딸과 아들을 버리고 보험금을 가로채 자신의 딸과 호위호식하려 했다. 여기에 장숙자의 손자 선우환과 자신의 딸 승미를 결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돈과 딸 승미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한다. 그 사이 은성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장숙자 사장을 내몰기 위해 악행을 벌이는 등 사실적으로 그녀는 악녀였지만 한 번도 전세를 휘어잡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도 지쳐했다. 하지만 모성애를 발휘해 그녀는 그것을 끝까지 참아냈다. 하지만 승미의 간절한 부탁과 모든 것이 밝혀지자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악행에 사죄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고,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가 끊임없이 악행을 저질렀던 이유는 그녀 스스로 매번 악다구니처럼 질러댄 것처럼 "돈" 때문에, 그리고 딸 "승미" 때문이었다. 돈을 지키기 위해, 딸을 지키기 위해 백성희는 매번 거짓말을 쳤고 그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쳤다. 그녀의 운명이 파멸로 치달을 때에도 특유의 당당함과 뻔뻔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데에는 그녀가 끝끝내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밉지 않았던 것은 절제된 연기로 백성희라는 캐릭터에 심리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김미숙 배우 덕분이다. 그래서 <찬란한 유산>은 오히려 타 주인공보다 백성희라는 인물이 주인공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찬란한 유산이라는 말 자체가 돈에 집착했던 백성희가 스스로 파멸되는 과정을 보여주어 돈의 헛헛함을 이야기하고자 했으니 백성희란 인물 그래서 쓸쓸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꽃집을 운영했을 때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상반기드라마결산#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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