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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8일 저녁 6시 ]

 

"헌법이 보장한 원칙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있다.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이 지켜지면서 그 범위 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이 한나라당과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합의안을 "실패안"이라고 말해 상임위 상정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노동관련법 '속도전'이 또 한번 추 위원장에 의해 브레이크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 위원장은 지난 7월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때도 한나라당과 정부에 맞서 개정안을 무력화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추 위원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7월 당시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추 위원장은 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노총의 합의안은 노사·노정 간 이해관계 조율에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오는 10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라운드 테이블(다자협의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복수노조·전임자 관련 각 당의 안들을 환노위의 단일안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각 당의 간사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총, 상공회의소 등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재논의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추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先) 상정을 요구한다면 신뢰를 훼손해 합의 도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복수안을 단일안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일방적 상정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혀, 시행을 불과 20여 일 앞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연내 개정 여부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노총·경총·노동부 등 노·사·정 3자는 지난 4일 '복수노조 30개월 시행 유예',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2010년 7월 1일 시행)'를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애초부터 노·사·정 회담에서 배제된 민주노총은 이에 반발,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각각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현재 노·사·정 합의안, 원칙 생략됐다"

 

추 위원장은 라운드 테이블과 관련, "환경노동위원들과 이미 이 문제에 대해 공청회 또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며 "(라운드 테이블에서) 각 당 간사와 노동자 단체, 사용자 대표 등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똑같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이어, "굳이 서두르다 보면 어느 한쪽이 불참하게 되는 상황도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서 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복수안을 단일안으로 만들어가는데 원칙과 미래의 이해 관계 조정을 염두에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일안이 연내에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 "(현행 법대로)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것에 대해 사용자 단체나 노동자 단체 모두 우려를 표명했다"며 "양쪽이 다른 지점에서 주장하기는 하나 모두 이대로 현행법이 시행되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역발상한다면 단일안 (연내 도출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아울러 "이해당사자들이 현재 이와 관련해 양보를 안 하고 있는데 국회가 원칙을 좀 더 주장하면서 (단일안 합의를) 수용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원칙이라는 것은 헌법상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추 위원장은 국회가 권고한 '원칙'에 대해 논의 주체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헌법의 가치는 소중한 것"이라며 "국회가 권고하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위원장이 지난 6~7월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당시,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에서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며 법안 상정을 끝까지 거부했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추 위원장은 "지난 6~7월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때도 노동부가 비정규직이 만연한 노동시장을 당연시하고 '비정규직이 많아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등, 기본 자세마저 망각한 행태를 보였다"며 "이번 한국노총 등과의 합의 내용을 보면 과연 노동부가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막바지에 나온 합의안을 보면서 여기에 생략된 것이 원칙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원칙에 입각해야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라운드 테이블' 거부... 한국노총 "민주당과도 대화할 수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지난 4일 노·사·정 합의안을 기초로 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추 위원장이 제시한 '라운드 테이블'에 대해 거부했다. 결국 비정규직법 개정 파행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신상진 제5정조위원장은 이와 관련, "추 위원장의 제안은 그동안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와 이후 한국노총·경총·노동부의 3자 합의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것"이라며 "사실 6자 대표자 회의 때도 민주노총만 합의를 동의하지 않았고 나머지 대표자들은 이번 합의의 취지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위원회가 개인 사유가 아닌 만큼 법안을 상정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마땅히 법안소위에 넘겨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개정안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강충호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식적인 제의를 받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힘들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난 4일 나온 합의안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가 돼 개정안에 반영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도 "일단 내부에서 논의는 해봐야겠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복수노조·전임자 관련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복수노조#라운드테이블#노조전임#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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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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