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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나는 인터넷 업체 S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3년간 사용해온 S사와의 약정을 끝내고 다른 업체로 인터넷을 변경, 사용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유를 묻는 전화였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S사 청주지점입니다. 인터넷 해지 신청하셨는데 다시 써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다시 써주시면, 파격적인 할인혜택과 현금지급까지 해드려요."

우리집은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모두 S사를 장기간 사용해왔다. 최근 S사에서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함께 신규로 가입하면, 할인혜택을 준다는 광고를 보곤 본사와 대리점에 "기존 가입자도 혜택에 해당되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신규가입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인터넷 가입 광고 각 인터넷업체마다 할인혜택과 현금지급 사은품을 내걸고 치열한 신규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 인터넷 가입 광고 각 인터넷업체마다 할인혜택과 현금지급 사은품을 내걸고 치열한 신규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 홍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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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했다. 오랫동안 이용해온 고객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고, 신규가입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타 업체의 "기존과 동일조건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이용가능하다"는 설득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지난 19일 인터넷을 변경하게 됐다.

"고객님~그동안 서운하셨죠. 본사에서는 혜택이 없다고 말하지만, 저희 지점에서 특별히 혜택을 드리는 거예요. 본사는 조금 밉지만 다시 재변경 해주세요. 휴대폰이랑 결합해서 쓰시면 추가 할인도 돼요."

기존에는 신규가입자가 아니라서 절대 안 된다던 일이 해지신청을 하자 술술 풀리는 것이었다. 파격적인 할인혜택에 '다시 재신청을 할까?'라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다시 인터넷 설치를 하느라 평화로운 주말의 단잠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인터넷을 한 번 해지하고 재신청하는 데는 적지 않은 번거로움이 수반된다. 반복되는 인터넷 업체와의 통화와 인터넷 설치 날짜를 여유있는 시간대에 정해야 하는 일도 나름의 골칫거리다. 또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는 1시간 남짓 걸리기 때문에 자주 인터넷을 변경할 시 시간낭비의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고객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업체간 혜택지급 경쟁에서 '혼란'을 겪은 고객들은 종종 해지와 신청을 번복하게 된다. 실익을 따져 좀더 나은조건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설치직원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을 두배로 해야 한다. 신규가입과 해지신청이 반복되며 필요이상의 노동력과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재변경을 하지 않고, 신규가입한 곳의 인터넷을 사용키로 했다. 해지하니까 전화해 혜택을 주겠다는 기존 업체에 대한 얄미움이 부가된 결정이었다.

신규가입자는 우대하고 장기가입자는 홀대하는 현상은 인터넷 뿐만 아니라 휴대폰시장에서도 드러난다. 신규가입자에게만 휴대폰기기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것. 휴대폰을 구입할 때 신규가입을 하지않고 기기변경만 하는 사람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똑같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사용자마다 가격이 다르고 받는 혜택이 다르다면 누가 한 업체의 것을 오랫동안 이용하고 싶을까. 5000만 인구의 나라. 뺏고 뺏기는 신규 고객유치전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인력낭비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상당한 액수의 금액이 될 것이다. 이 비용을 신규고객 유치전에 쏟지말고, 기존 고객에게 합리적이고, 정당한 가격으로 계속적인 인터넷 제공을 하면 어떨까.

오늘도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울린다. '인터넷 변경 시 현금지급, 3개월 무료혜택 제공'
대체 어떤 것을 선택해야하는걸까?


태그:#인터넷, #신규고객, #장기가입자,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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