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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타래를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 기자말

 

일자리 창출이 2010년에도 한국경제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른바 '고용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2010년 고용 전망은 '5% 성장에 20만 개 일자리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방안 중에 주목되는 것으로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대통령 주재하의 '국가고용전략회의' 운영 그리고 고용창출력 제고를 위한 '국가고용전략 수립'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표1] 정부의 2010년 경제 전망
[표1] 정부의 2010년 경제 전망 ⓒ 새사연

 

정부의 일자리 전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전망 자체가 낙관적이다. 다른 모든 경제지표 전망이 들어맞는다는 가정 하에서 20만 개 일자리는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전망은 5% 성장률이 2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경제위기 이전인 2008년 이전의 경험적 수치를 대입해서 일자리를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변화된 경제구조로 볼 때 1%p 성장률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개수는 크게 하락한 상태다.

 

둘째, 고용사정 악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0만 개의 일자리가 지난해보다는 상대적으로 늘어난 수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 기준으로는 대단히 미흡하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필요한 최소 일자리 개수는 약 30만 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7년까지는 이 수치에 약간 미달한 것만으로도 고용 악화를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 정부의 전망이 현실로 된다면 고용사정은 '회복'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고 결론내려야 한다.

 

셋째, 공공부문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20만 개 일자리는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가정은 2010년에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공공부문의 직접적 일자리 창출을 상당부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등 2009년의 핵심 일자리 사업은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나 있고 사회적일자리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고 있다.

 

[2009년 고용 동향 점검]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창출로 대응

 

2010년을 본격 전망하기에 앞서 2009년 고용의 핵심적인 특징을 재확인하자. 먼저 취업자 숫자가 6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3년 -3만 명 이후 처음으로 2009년에는 7만 8000명이 '감소'한 것이다(11월까지의 평균, 전년동월대비).

 

2008년 12월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고용' 국면이 2009년 상반기를 휩쓸었고 2009년 하반기에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사업이 시작되어서야 간신히 '제로 고용' 수준으로 돌아섰다.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을 제외할 경우에는 여전히 마이너스 고용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경기회복이 시현된 2009년 하반기 이후에도 민간부문의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0.9% 성장을 기록하면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플러스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민간부문의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2009년 11월 현재 -48만명을 기록하였다.

 

2009년 하반기에 취업자가 플러스로 전환된 점, 서비스업의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점 등은 바로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일으킨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즉, 실질적으로는 전체 취업자가 여전히 줄어들고 있고, 서비스업은 자영업자의 감소가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공공부문은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이외에도 사회간접투자의 지출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건설부문의 취업자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2009년에 건설부문의 취업자는 평균 9만 4000명이 감소하였다. 토목 위주의 사회간접투자가 유의미한 효과를 내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보다는 노동시간 연장과 임금 삭감 추구

 

2009년 하반기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만 1년이 경과되는 시점으로써 '기저효과'에 따른 고용의 (일시적) 회복이 기대되는 때였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하면서 경기회복이 시현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고용 사이의 괴리가 뚜렷이 발견되고 민간부문의 고용이 회복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민간부문의 고용이 일자리의 확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경기회복에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민간부문은 고용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시간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시기에 노동시간과 노동일수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임금근로시간조사에 따르면, 2009년 3분기에 전체 노동시간은 월 176.9시간, 상용직 노동시간은 월 183.5시간으로 높아져 있다. 이 수치는 가장 가까운 경기 최고점이었던 2007년 4분기 수준에 육박한다.

 

노동시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임금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09년 3분기 현재 5인 이상 전체 사업장의 1인당 평균 임금총액은 264.1만  원이며 전년 동분기 대비 1.2% 삭감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실질임금 기준으로는 2009년 3분기에 3.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민간부문에서 고용창출보다는 노동시간의 확대와 임금 삭감에 의존하는 고용행태를 지속할 경우 2010년에도 고용사정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물론 이런 행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경기회복기에는 노동시간 확대→임금 상승→고용 확대가 순차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있지 못한 점을 감안했을 때 고용 확대가 나타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경제가 이른바 더블딥(double deep)의 가능성을 상존시키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등 거대 소비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민간부문의 고용 기피는 상당히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고용 전망] 일자리 최소 15만 개 이상 부족

 

2009년 하반기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올해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력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을 상당부분 포기한 가운데 민간부문의 바통 전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신규취업자는 15만 명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주력부문인 수출의 성장률은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고용창출 측면에서는 무의미한 수치일 뿐이다.

 

신규취업자가 15만 명 수준에 머무르게 됨에 따라 경제위기 이전 60%를 바라보았던 고용률은 58% 초반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률 1%는 40만 개의 일자리 규모에 해당된다. 공식 실업률은 2009년 3.7%(예상)에서 더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구직단념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실질실업률은 10% 중반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표2] 새사연 주요 고용 전망
[표2] 새사연 주요 고용 전망 ⓒ 새사연

 

'고용 없는 회복'으로 소비위축과 내수 부진 지속

 

2010년 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정한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인해 높은 GDP 성장률이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고용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소비위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비교적 선방했던 소비는 올해 상반기 고용악화와 함께 찾아오는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위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에 기반한 소득, 소득에 기반한 소비, 그리고 소비가 다시 고용창출력을 높이는 구조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내수 투자는 공공부문의 토목투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미진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의 토목투자가 일으키는 고용창출력이 극히 회의적이라 한다면 전 방위에 걸쳐 고용 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찾기 힘들다.

 

물론 원화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실질국민소득(GNI)의 상승폭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므로 민간소비여력의 확대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통한 민간소비 진작효과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피부로 느끼는 고용사정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청년실업 부문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최소 15만 개, 사회진출자들의 과반수 이상의 일자리 부족이 이어질 것이므로 청년실업 문제는 연초부터 최대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가계부채와 달러약세, 그리고 금리인상 등의 경제 불안정 요인들이 고용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고용의 화두는 '신(新) 고용 전략'

 

보다 긴 안목에서 보자면 올해 한국 경제의 고용은 국제 경제질서 변화의 조정 아래 놓인 것으로 전망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국제경제질서의 변화에 대응하는 '일국 단위의 고용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는 데 실패한 상태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위기라는 이중의 후유증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시간적 차원에서 볼 때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적 대응책'을 올해에도 지속하는 것은 의도되지 않은 위험한 실험이 될 것이다.

 

자유방임주의적 대응책은 중국, 인도 등 세계 노동력 공급의 확대와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자본 세계화를 개인과 기업의 자율적 해결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시장개입이나 지원을 배제한 상태에서 노동자 수백 만 명의 임금이 줄어들거나 해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냥 시장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러한 전략은 사소하거나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세계적 경제 환경의 대규모 변화를 다루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중국, 인도 및 구소련 국가 등이 세계 자본주의에 보다 깊숙이 편입되면서 자본이 저임금 노동력 사용이 보다 용이해지는 상황이므로 자본보다는 노동을 우선시하는 정책 목표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이 중진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는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을 높이고 성장 이익이 아래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정부는 올해 대통령 주재하의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운영하고 3월에 '국가고용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고용이 회복되기 어려운 경제구조로 점차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과 비전 없이는 국면이 변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요한 고용 이슈들은 개별적인 이슈보다는 전략과 비젼을 둘러싼 이슈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도입이라든지, 고용노동부로의 부처개편 등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개별 효과에 대한 논쟁보다는 어떤 비전을 전제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사연 이상동 연구센터장이 작성했습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용전망 2010년#신고용 전략#새사연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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