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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시
▲ 파 시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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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저물녁 겨울 햇살
한줌 소금처럼 뿌려지는 파시

등 굽은 할머니 한분 쪼그리고 앉아,
살점이 조금 흐물거리고
생 비린내 나는
끝물의 갈치들을 토막내어,
솔솔 왕소금 알맞게 뿌려
파란 노란 소쿠리에 담아
좌판에 보기 좋게 차려 놓고,

싹싹싹 시장 타일 바닥에 누룽지처럼
눌러붙은 내장 고기피 따위 씻어내며
질그릇 같은 투박한 사투리로 떨이 외친다.

"보이소, 보이소, 떠리미 해 가이소.
마, 집에 가서 손도 볼 것 없능 기라예."

횟감처럼 깨끗하게 장만한
갈치 한 소쿠리에 오천원 ! 떨이 외치지만
좀처럼 떨이가 되지 않는다.

어느새 상가의 네온불빛에
파들파들 더욱 은빛 비늘 번쩍이는
남의 생선가게 앞을 가로막고 앉아,
간 갈치 파는 할머니에게
노란 현광 조끼 입은
좌판 시장 연합회 사내는
자릿세 달라고, 손바닥을 내민다.

(보소. 내는 파장 아직 멀었다. 마수도 못했능기라.)
(할매가 마수 못했으면 파장 아닝교?)
(마수도 못했는데 파장은 당연히 멀었제 ?)
(할매요 벌써 파장인데 파장이 멀었다니 무슨 소리 하능교 ?)
(눈으로 보면 내가 파장인지 아닌지 모르겠나 ?)

좌판 시장 연합회 사내는
연신 고개를 가웃거리며
골목시장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할머니의 좌판의 간 갈치 몇 소쿠리
시나브로 떨이가 되면,
은전처럼 쏟아지는 달빛에
기장 시장 파시는
비로소 파시(罷市)된다.


#해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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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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