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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부처는 물론 우호적인 언론을 동원해 홍보전에 나선 정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한겨레>는 청와대가 작성한 '세종시 수정홍보 계획'과 국무총리실이 한 홍보대행사에 의뢰해 작성한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이라는 문건 2개를 입수해 공개했다.

 

청와대 문건 "KBS 뉴스라인 20분 특집 편성"

 

먼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세종시 수정홍보 계획'에 따르면 청와대는 수정안 발표 후 "모든 부처의 고위공직자들은 언론을 접촉할 때 '지역차별이 없다'고 집중 홍보하라"는 지침을 관계부처에 내려보냈다.

 

청와대는 또 10개 부처 장관에 대해서도 지역을 나눠 '언론 오찬'을 통해 지역발전 비전 홍보에 나서도록 했다. 유관 부처인 국토해양부(대전·충남)와 교육과학기술부(충북)는 물론 세종시와 직접 관계가 없는 통일부(제주), 환경부(광주·전남), 농림수산식품부(전북) 등에도 동원령이 내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방송을 통한 홍보계획과 관련해 "KBS <뉴스라인> 20분 특집 편성(세종시 및 과비벨트 정책설명-총리실장, 민동필 이사장, 강병주 교수 등)"이라고 기술하는 등 특정 방송사의 편성에도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청와대 문건에는 이밖에 ▲수정안 홍보 리플릿과 브로슈어, 소책자 등을 제작해 충청권에 집중 배포하고 ▲랭킹 10위 그룹의 카페와 파워블로거를 대상으로 홍보물을 전파하며 ▲다음 아고라에도 '네티즌과의 대화'라는 단체를 등록해 토론에 나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국무총리실의 의뢰로 작성된 문건에는 수정안 발표 후 박근혜 전 대표의 반응에 따른 대응전략이 명시돼 있다.

 

국무총리실, 우호적 기자 동원한 박근혜 압박 주문

 

문건은 박 전 대표를 그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P 팩터'라고 명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가 정부 발표 뒤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하드랜딩'(경착륙), 침묵할 경우 '소프트랜딩'(연착륙),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다가 입장을 표명할 경우 '뉴트럴'(중립적 상황)로 구분했다.

 

문건은 이 중 '하드랜딩'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안 발표 직후 '피 팩터'가 '반대'를 표명하여 여론조사 결과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은 현재 여론 추이로 볼 때 '정부안 지지율'의 대폭 하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문건은 '하드랜딩'을 막기 위해서는 "우호적 논조의 청와대 출입기자 등을 활용해 '특정 정치지도자의 발표 직후 여론개입'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기자칼럼을 게재"하는 등의 사전 홍보전략을 제안했다. 기자를 동원한 여론조작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두 건의 문건에 대해 청와와 국무총리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문건 작성 사실을 시인했지만 국무총리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홍보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대변인은 "언론사들도 어떤 일을 기획하고 추진할 때 담당파트를 정해서 일을 분담하지 않느냐"며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그대로 된 계획도 있고 아닌 것도 있으니 넓게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반면 국무총리실은 "해당 문건 자체를 작성한 적도 홍보기획사에 작성을 의뢰한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 망령 되살아나"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기자와 방송을 정권홍보의 도구로 쓰겠다는 기획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이것은 거의 여론조작과 여론공작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또 "언론인들도 반성해야 한다"며 "오죽하면 위정자들이 기자와 방송을 자신들의 홍보수단으로 생각해 이런 기획안을 쓸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유은혜 부대변인도 "정부는 총리실 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 장관들과 방송, 심지어 기자까지 동원해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며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과 같은 언론공작이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태그:#세종시 수정안, #청와대, #국무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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