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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시로 성으로 들어가기

 야스시로 성
야스시로 성 ⓒ 이상기

야스시로 박물관에서 야스시로 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 블록 동쪽으로 가야 한다. 박물관에서 재판소와 후생관을 지나 신호등을 건너면, 야스시로 성을 감싸고 있는 해자가 나타난다. 해자에는 물이 가득하고 그곳에 고니 한 쌍이 놀고 있다. 이 해자를 지나 야스시로 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동쪽과 남쪽 그리고 북쪽에 있다.

우리는 북쪽의 참도신교(參道神橋)를 통해 성으로 들어간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은 성곽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에 다시 복원해서인지 문은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러나 들어가는 길은 두 번 직각으로 꺾여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구조로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조경이 참 잘 되어 있다.

 나무가 울창한 성 안의 모습
나무가 울창한 성 안의 모습 ⓒ 이상기

누가 옆에서 한 마디 한다. 건물은 한 번 지으면 시간이 가면서 퇴락하지만, 나무는 시간이 가면 번성해진다고. 그래 그 말이 맞다. 퇴락해 가는 야스시로 성의 역사성과 번성해 가는 나무의 생명력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문화유산으로서의 야스시로 성은 더욱 더 시대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시대성은 통시성과 공시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야스시로 성 안 들여다보기

 야스시로 성 혼마루
야스시로 성 혼마루 ⓒ 이상기

야스시로 성의 중심에는 야스시로 궁(宮)의 혼마루(本丸)가 있다. 우리는 혼마루로 가기 전에 먼저 덴슈카쿠(天守閣)으로 향한다. 덴슈카쿠는 성의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누각을 말한다. 계단을 올라 성의 외벽 옆 높은 지점에 오르니 작은 덴슈카쿠가 있던 곳이라는 나무말뚝 표지판이 박혀 있다.

이곳에서 다시 한 단계를 오르면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곳에 일본 천황이 전망을 한 곳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천황이 조망을 해서인지, 서쪽과 북쪽 조망이 참 좋다. 북쪽 마쓰이 신사와 호소가와(細川) 삼재공의 찻집이 울창한 나무 사이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야스시로 성 주변이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다.

 야스시로 궁의 혼마루
야스시로 궁의 혼마루 ⓒ 이상기

덴슈카쿠를 내려오면서 보니 혼마루의 날렵한 지붕이 보인다. 가운데 중심 건물이 있고, 사방에 작은 건물이 호위하고 있는 형태이다. 샘물을 지나 혼마루 바깥문에 해당하는 도리이 앞에 선다. 이곳에서 보니 정문을 지나 안에 혼마루가 약간 드러난다. 혼마루 지붕 아래로 아키히토 천황 재위 20주년이라고 쓴 글자판이 보인다.

 야스시로 궁 안의 모습
야스시로 궁 안의 모습 ⓒ 이상기

혼마루 앞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야스시로 궁이라는 현판 앞에 한 가족이 앉아 있다. 그리고 이들 옆으로 사제가 서있는데 가족 모두에게 복을 내리는 것 같다. 이들을 보고 우리는 동쪽으로 나 있는 다리를 향한다. 그런데 고려문적(高麗門跡), 난간교적(欄干橋跡)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고려문이 있던 곳 그리고 난간교가 있던 곳이라는 뜻이다.

고려문이라? 일반적으로 고려나 조선이 들어가면 한반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옆에 동행한 일본측 이시하라 상에게 고려문의 역사를 물어본다. 그도 내용을 정확하게 잘 모른다. 그래서 나중에 자료를 통해 그 의문을 조금은 풀 수 있었다. 고려문은 가토 기요마사의 둘째 아들인 가토 타다마키(加藤忠正)와 관련이 있다.

 난간교: 왼쪽에 고려문적 표지목이 있다. 다리 건너는 시청이다.
난간교: 왼쪽에 고려문적 표지목이 있다. 다리 건너는 시청이다. ⓒ 이상기

타다마키는 1608년 궁지촌(宮地村)에 보리사를 건립하고 이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1634년에는 호소가와 삼재공이 보리사에 태승원을 세워 본당으로 삼았다. 이 절이 현재 위치(城下町)로 이전하면서 본성사(本成寺)가 되었고, 야스시로 성 혼마루의 고려문도 함께 원형대로 이전 복원되었다. 그래서 현재 야스시로 성에는 고려문의 유구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고려문 밖으로는 난간교가 있었다. 난간교라는 이름을 보면 옛날에는 난간 형태의 다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다. 그리고 이 다리 양쪽 난간에는 네 개의 보주(寶珠)가 세워져 있다. 난간교 건너편으로는 시역소(市役所)가 있다. 시역소란 우리의 시청을 말한다. 그러므로 야스시로 성 주변은 예나 지금이나 야스시로의 도심이고 중심부가 되는 셈이다. 

이시하라 상과 도리츠 상 덕분에

 성의 남쪽 공원: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이시하라 상이다.
성의 남쪽 공원: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이시하라 상이다. ⓒ 이상기

고려문과 난간교를 지나면 성 밖이 된다. 이제 해자를 따라 야스시로 성을 동쪽에서 남쪽으로 돈다. 성의 남쪽에는 공원처럼 나무들이 심어져 산책하기에 좋게 되어 있다. 다시 남문 앞에 서서 야스시로 성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다. 조금 멀리서 보는 야스시로 성은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시하라 상을 따라 큰 길에서 작은 길로 접어드니 에도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고가가 나온다. 이곳이 우리가 점심을 먹을 식당이다. 식당에 들어가니 도리츠 상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그가 미리 와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찬을 함께 하는 양측 회원들
오찬을 함께 하는 양측 회원들 ⓒ 이상기

방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식 음식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그 동안 우리가 대접만 받았으니 이번 점심은 우리가 내기로 한다. 간단하게나마 양측 회장이 서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왜냐하면 이번 식사가 행사를 마감하는 오찬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쿠마모토 시내의 수이젠지(水前寺)를 보고 4시 정도까지는 아소 구마모토 공항으로 가야 한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5시35분에 떠나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면서 보니 모두들 아쉬운 표정이다. 심포지엄도 하고 문화유산 답사도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1년 후에나 다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인생사가 만나는 일과 헤어지는 일의 반복이기는 하지만, 헤어질 때는 항상 조금은 엄숙해지고 조금은 쓸쓸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나이든 일본 측 회장단과 젊은 일꾼들 덕분에 이번 심포지엄과 답사는 정말 알차게 진행될 수 있었다.

 함께 한 음식
함께 한 음식 ⓒ 이상기

이시하라 상은 지난 해 충주에서 만나 우정을 나누었으니 구면이다. 도리츠 상은 나의 파트너로 지난 몇 달 동안 E-mail을 통해 이번 일을 주도했다. 일을 하면서 그가 아주 정확하고 꼼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야스시로 박물관과 야스시로 성 답사 역시 이시하라 상과 도리츠 상의 꼼꼼한 준비 덕에 더 알찬 내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3번 국도를 타고 다시 구마모토로

 야스시로 시 풍경
야스시로 시 풍경 ⓒ 이상기

점심 식사 후 이들 두 사람은 자신의 직장인 야스시로 박물관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야스시로 박물관의 학예연구사로 근무하고 있다. 다시 차를 탄 일본측 회장단과 우리는 구마모토 시내에 있는 수이젠지로 향한다. 차는 얼마동안 야스시로 시내를 달린다. 시내 교통표지판을 보니 3번 국도가 야스시로 시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3번 국도는 남쪽으로 미나마타(水俣)를 거쳐 가고시마(鹿兒島)까지 이어진다.

남쪽의 미나마타라면 공해병의 대명사인 미나마타병이 발생한 지역이다. 미나마타병이란 일종의 수은 중독증으로 신경계에 이상을 발생시킨다. 미나마타 지역의 화학공장에서 나온 수은이 어패류에 흡수되고, 이들 어패류를 먹은 미나마타 주민들이 수은에 중독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언어와 청각 장애는 물론이고 중추신경 장애가 발생하여 사지 떨림, 보행 장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야스시로 주변 지도
야스시로 주변 지도 ⓒ 이상기

이 3번 국도는 북쪽으로 구마모토를 거쳐 후쿠오까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3번 국도는 큐슈를 남북으로 잇는 가장 중요한 국도다. 우리나라의 3번 국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충주를 거쳐 경상도 남해로 이어진다. 이 국도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철원을 거쳐 초산까지 이어진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3번 국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주와 구마모토의 역사문화교류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스시로 시내를 벗어나 우리는 큐슈 고속도로를 따라 북으로 향한다. 아침에 왔던 길을 되돌아 마시키(益城) 나들목에서 구마모토 시내로 들어가 수이젠지로 갈 예정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차가 시원하게 달린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별로 많질 않다. 이제 1시간 후면 수이젠지에 도착한다. 수이젠지는 말 그대로 물 앞에 지어진 절이다.


#야스시로 성#덴슈카쿠#혼마루#고려문적#미나마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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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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