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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여전히 월급을 받고는 있지만 더 이상 TV뉴스에서 볼 수 없는 신경민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현재 보도국 선임기자)는 정계 입문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언론 쪽에서 더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18일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1번째 '10만인클럽 특강'의 강사로 나선 신 기자는 강의 뒤 '현실 정치에 참여할 용의가 있느냐'는 수강생들의 질문에 "(정계 입문에 대해) 끝없이 제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져 '정치적인 자산'이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면서도 "정치권은 비상식적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정치를 하기엔 굉장히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답했다.

 

신 기자는 이어 "미래의 일이라 (끝까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언론 쪽의 일을 더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뉴스데스크> 앵커를 그만두고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후보가 되기도 했던 정동영 의원에 대해 신 기자는 "정 의원과 나는 굉장히 친한 편이지만 또 굉장히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정 의원은 현장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치권을 계속 돌아봐왔고, 나는 정치권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차별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좋은 자리 보장' 제안 줄이어... "내 선택, 후회하지 않는다"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를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하던 때에 수많은 유혹이 밀려왔다고 신 기자는 밝혔다. '말을 좀 줄여줄 수 없느냐', '뉴스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없느냐'는 주문과 함께 '좋은 자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 수차례 온 것. 쉽게 말하면 '편하고 좋은 자리를 줄 테니 쓴소리 그만하라'는 것이었다.

 

신 기자는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4월 13일을 끝으로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결정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라며 "내 나름의 기준이라면 당장의 유리함이나 불리함으로 결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고 해서 비서와 운전기사까지 제공되는 그런 선망의 자리가 달콤하고 매력적인 것을 모르겠느냐"며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이 편할 것 같지 않았다. 나름대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 마음이 편할까', 자신에게 항상 묻는다"고 자신의 '선택 기준'을 설명했다.

 

'후회 없는 선택'으로 정권에 쓴소리를 해대던 신 기자에게도 사건의 진실을 보도하지 못한 일은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법조 출입기자이던 1987년에 일어났던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일이다.

 

신 기자는 "당시엔 방송이 민주화되지 못해 이 사건을 밝혀내는 데 아무런 기여를 못하고 엉뚱한 일만 했다"면서 사건 초기 보도를 회상했다. 사건이 나던 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은 '영상을 쓰지 말고 보도는 한 문장으로 끝내라'는 것이었다.

 

<뉴스데스크>에서 5분간 단신을 모아 전하는 '보도국입니다'라는 코너를 진행하던 신 기자는 한 소식에 몇 초간만 할애하던 관행을 깨고 이 사건에 30~40초를 할애, 법원의 판결문처럼 마침표 없이 접속사로 이어지는 긴 문장을 읊으며 고문에 의한 사망 정황을 나름대로 전하려 했다.

 

그는 "문장으로 봐선 빵점이지만 한 문장으로 하라는데 어떡하겠느냐. 당시 방송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정도였다"며 "민주화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정안이 백년대계란 증거 있나... '행정부처 이전' 공약도 잘된 건 아니었다"

 

이날 '앵커를 계속 맡고 있었다면 최근의 행정복합도시 수정 논란에 대해 어떤 클로징멘트를 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은 신 기자는 "(원안 고수 논리와 수정 논리) 어느 쪽도 장점과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내가 꼭 묻고 싶은 것은, 청와대의 결정이 진짜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은 정부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전달만 하고 있다"고 수정안에 대한 언론의 무비판적 보도를 지적했다.

 

신 기자는 "입만 열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말하는데 정말 백년대계를 위해 그렇게 한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부처 몇 개가 행정복합도시로 가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하는 말도 너무한 얘기고, 통일이 된 독일의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맨 처음 정부 부처를 이전하겠다는 선거공약도 잘된 공약은 아니었다"며 행정도시 이전 논의의 출발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부 부처가 과천에 있는 것도 부작용이 많은 상황이고, 남북이 통일된 상황도 아니고 행정부처를 옮겨야 할 엄청난 필요가 있는 계제도 아니었다"며 "(행정부처 이전을 결심한) 최초의 결정은 잘된 결정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복합도시 수정 논란이 전개되고 있는 구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그동안 영·호남을 축으로 한 지역 대립이 이제는 각 도가 자신들의 몫을 놓고 사생결단하는 양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이렇게 각 지역을 갈가리 찢어놓는다면 사회통합위원회를 백번 만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질의 응답에 앞선 강의에서 신 기자는 최근 펴낸 책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의 주요 내용들을 언급하면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저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닌, 진실 혹은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을 갖는 것은 한 사회가 유지되는 데 아주 기본적이고도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한 그는 "언론은 비판이 그 임무이고, 진실을 위해서는 비판이 언론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으로서 존재가치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태그:#신경민, #10만인 클럽, #클로징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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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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