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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인 '콩새미'에는 장애우, 다문화가정 주부 등 일반적인 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콩새미'에는 장애우, 다문화가정 주부 등 일반적인 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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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 공장 등록과 영업 허가 등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인건비만 지원하는 구조에서 비영리 단체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 주체들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분야에 집중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전남 강진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국령애(49) 대표의 말이다. "남도의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자연의 정성을 자산으로 취약계층에 희망을 주는 일자리 창출사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콩새미는 부채더미에 올라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열정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그녀의 요즘 고민이다.

"건강에 좋은 빵과 쿠키를 만들려면 관련 부재료들을 자체 생산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원료의 생산 이력관리도 확실하게 할 수 있고, 친환경성도 높일 수 있어요. 우리는 흔히 주재료만 생각하지 부재료는 소홀히 해서 부재료의 위해성이 높은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그런데 부재료를 생산하려면 설비투자를 해야 해요. 당초의 사업계획에 없던 부가적인 재정 부담이죠."

국령애 콩새미 대표. 그녀는 시설투자와 장시간 교육훈련이 필요한 제조업과 가사, 간병, 공부방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지원기간을 같게 하고 있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령애 콩새미 대표. 그녀는 시설투자와 장시간 교육훈련이 필요한 제조업과 가사, 간병, 공부방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지원기간을 같게 하고 있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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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얘기하는 재정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당도가 높은 잼 대신 당도가 낮고 기능성이 좋은 파프리카 잼을 생산하기 위해선 끓임 솥과 초파기, 충진기와 위생설비, 전기시설이 필요하다. 빵과 쿠키를 넣을 산야초 분말을 만드는 데도 증기솥, 건조기계, 초벌분쇄기, 미세분쇄기 등이 있어야 한다. 제품 납품을 위한 대형 로터리 오븐, 자동포장기계, 배송용 냉장탑차도 부수적으로 필요하다.

완제품과 원료를 보관할 저온저장시설도 있어야 한다. 용량이 큰 기계설비가 들어오면 전기의 용량도 함께 늘려줘야 한다. 시설투자뿐 아니다. 상품 포장기계와 포장 패키지 디자인 등의 부담도 크다. 식품제조이기에 행정적인 인·허가와 각종 성분검사, 영양검사, 자가 품질검사 등 갖가지 검사도 많다.

콩새미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우리밀을 이용한 빵과 쿠키는 콩새미의 주력 제품이다.
 콩새미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우리밀을 이용한 빵과 쿠키는 콩새미의 주력 제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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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들이 힘든 제조업을 기피하는 이유

하지만 국 대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그만 둘 경우 경쟁 논리에 내몰리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사회적 기업가로서 꾸던 꿈은 점차 불면의 밤이 됐어요. 회사에 들어가면 일하는 것이 보람차고 즐거워서 행복해하는 참여자들을 보면 나도 기쁘고 즐겁죠. 그러나 그 눈길을 벗어나면 어떻게 해서 이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자금 융자라도 받아서 우선 급한 불을 끄고 싶지만 사회적 기업에만 융자를 할 뿐 기업인증 전 단계인 사업단이나 예비 사회적 기업에는 융자지원을 해주지도 않는다.

"정책적 모순이에요.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시행 초기에는 사업단 형태로 3년을 지원하고, 요건을 갖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이 되면 2년을 더 지원했죠. 그러던 정책이 1년 동안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다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면 2년을 더 지원하는 것으로 또 바뀌었어요.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둬서 지원을 차별하기보다는 창업 초기에 융자지원을 해야 합니다."

모든 업종이 그렇겠지만, 특히 제조업은 창업초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여, "지금처럼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형태에 따라 구분하는 것보다 업종에 따라 지원기간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국 대표의 주장이다. 시설투자와 교육훈련 기간이 장시간 필요한 제조업과 가사 간병이나 공부방과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와 지원기간을 같게 하고 있는 지금의 시스템 때문에 사회적 기업들이 힘든 제조업을 기피하고 있다는 게 그녀의 부연 설명이다.

콩새미에서 만든 빵 제품. 우리밀 밀가루에다 산야채 발효효소를 첨가해 만들었다. 하지만 여느 빵보다 부드럽다.
 콩새미에서 만든 빵 제품. 우리밀 밀가루에다 산야채 발효효소를 첨가해 만들었다. 하지만 여느 빵보다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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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제품이 거칠고 맛이 없다는 선입견

"극복해야죠. 위기를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잖아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주고, 소비자에겐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자연식품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뛰어야죠. 몰락하는 농촌마을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다운 삶의 가치와 욕망을 찾아내야죠. 사회적 약자들의 집단적 신명이 농촌회생의 열쇠 아니겠습니까."

한동안 굳었던 국 대표의 얼굴에 다시 밝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국 대표가 운영하는 '콩새미'는 '콩이 샘나다', '콩을 좋아한다'는 의미의 합성어로 이름 지은 사회적 기업이다. 노동부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승인 받았다. 콩새미는 10년 넘게 방치돼 온 폐교를 터전으로 장애우, 다문화가정 주부 등 취업에 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50여 명이 일한다.

주력상품은 우리밀 빵과 쿠키. 머핀류 등 구운 빵과 소보로빵, 통팥빵, 크림샌드빵, 무가당빵, 잡곡식빵, 파운드케익, 정통쿠기 등 다양하다. 이 제품들의 주재료는 모두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를 쓴다. 그동안 우리밀 제품은 거칠고 맛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우리밀 재배면적이 늘고 소비층도 두터워지면서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가공공장들이 경쟁력 있는 제분시스템을 갖춰 질이 높아졌다.

게다가 우리밀은 우리 땅에서 자라 우리 몸에 좋은 믿을 수 있는 식품이다. 수입밀과 달리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 소화도 잘 돼 더부룩하지도 않다. 주재료뿐 아니라 부재료도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한다.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유정란과 국산우유로 만든 버터를 쓴다. 마가린과 색소, 화학첨가물, 방부제 같은 것은 전혀 쓰지 않는다.

콩새미의 맥반석 옹기독. 산야채 발효 효소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콩새미의 맥반석 옹기독. 산야채 발효 효소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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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청정 자연에서 채취한 산야초, 빵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건 콩새미만의 노하우다. 그 비결은 발효효소에 있다. 남도의 청정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만든 것이다. 이 산야초는 재배한 채소나 약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양 면에서 탁월하다. "흔한 것은 가치 없고 쓸모없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가까운 산과 들에 지천으로 자생하는 산야초가 보인다"는 게 국 대표의 얘기다.

효소를 만드는 용기도 맥반석 옹기독을 쓴다. 약사의 길을 마다하고 고려청자의 매력에 빠진 윤도현(도강요 대표) 명인이 만든 것으로, 항균과 탈취효과가 뛰어나 산야초 발효에 제격이다. 이 옹기독은 숙성효과를 배가시켜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콩새미는 이렇게 발효시킨 산야초 효소를 우리밀 밀가루와 섞어 빵과 쿠키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파프리카잼, 된장, 고추장, 떡국, 떡볶이 떡, 김치 등 30여 종이 넘는 식품에 모두 넣는다.

이렇게 산야초 발효효소를 넣어 만든 빵과 쿠키제품은 전남도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노인요양원, 의료원 등에 납품된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과 일부 유기농식품 매장에도 진열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주문량도 늘고 있다.

콩새미에서 만든 쿠키제품과 쿠키 선물세트.
 콩새미에서 만든 쿠키제품과 쿠키 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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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새미에서 만든 파프리카잼과 잼 선물세트. 달지 않는 빵 생산을 위해 개발한 효소잼이다.
 콩새미에서 만든 파프리카잼과 잼 선물세트. 달지 않는 빵 생산을 위해 개발한 효소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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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라기보다 몸에 좋은 약을 만든다는 자부심

맛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우리밀가루로 만든 빵이 이렇게 부드러운 줄 몰랐다", "일반 빵보다 더 촉촉하다", "눈으로만 보기 좋은 게 아니라 맛도 정말 좋다", "달지 않아서 더 좋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는 등의 의견이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콩새미는 산야초 발효효소를 제품을 만드는 데 넣는 첨가물로만 끝내지 않았다. 별도의 원액으로 제품화한 것. 소비자들이 직접 식품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분말제품도 선보였다. 뽕잎, 연잎, 찻잎, 백년초, 함초, 울금, 치자, 유자 등의 분말이 그것이다.

달지 않는 빵 생산을 위해 개발한 파프리카 효소잼도 개발,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빨간색 파프리카에는 쑥 효소를, 노란색에는 아카시아꽃 효소를 그리고 주황색엔 솔잎효소, 초록색엔 연잎분말을 각각 넣어 차별화시켰다. 이 잼을 접한 소비자들은 네 가지 색깔에 먼저 반하고, 신선하고 독특한 맛에 또 한 번 반하고 있다.

국 대표는 "저희 콩새미는 우리 땅에서 직접 기른 친환경 농산물과 산야초 같은 자연 식재료들을 원료로 해서 식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다른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자연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제품이라기보다는 먹어서 몸에 좋은 약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새미 직원들이 빵을 직접 빚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콩새미는 장애우, 다문화가정 주부 등 취약계층을 주로 고용하고 있다.
 콩새미 직원들이 빵을 직접 빚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콩새미는 장애우, 다문화가정 주부 등 취약계층을 주로 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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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콩새미, #사회적기업, #파프리카잼, #산야채 발효효소, #국령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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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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