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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운 안양시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안양시 청사 부지에 100층 높이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초고층 빌딩에는 시청과 시의회, 동안구청, 그리고 컨벤션 센터, 호텔 같은 문화 시설도 입주시킨다고 한다. 총 2조2349억원(토지7349억원, 건축비 1조5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사업비는 국내외 민간자본으로 충당하고 2013년 착공 2018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즉 안양시는 땅만 대고 빌딩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짓는다는 것.

 

안양 뉴타운에 주거환경개선사업... 안양시사업 잇딴 잡음

 

이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러는지. 안양시는 지난 몇 년간 개발 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또 시외버스 터미널 건립 문제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1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며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

 

안양5·9동은 지난 5년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도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안양시가 패소했기 때문이다. 개발 행정이 섬세하고 세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재판에서 패소한 후 이필운 안양시장은 지구지정을 다시 해서 개발을 진행하고, 늦어도 오는 3월까지는 개발 보상금을 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LH공사(구 주택공사)가 자금이 부족하다며 올해 안에 개발에 착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안양시가 책임을 벗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시정을 운영한 탓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라면 최소한 한치 앞 정도는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안구 뉴타운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주민들 반대가 거세다. 안양시가 자체적으로 한 주민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이 반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일부 지역은 반대가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또 뉴타운 지구지정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시외버스 터미널 사업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15년 전에 시작된 사업이지만 아직 부지 선정도 완전히 끝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엉뚱하게도 최초 터미널 부지에 건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민간사업자에게 소송을 당해서 시민들 세금 16억 500만원을 손해배상비용으로 날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겁도 없이 100층 높이 빌딩을 짓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이 대목에서 안양시에 묻고 싶다. 정말 할 수 있는 일인지? 할 만한 실력이 되는지?

 

시민들은 돈 걱정, 환경 걱정

 

안양시민들 반응도 냉랭하다. 일부 시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부 유모씨는 이 소식을 듣고 "부산남구청처럼 월급도 못 주면 어쩌려고 그런데요"라며 우선 돈 문제를 걱정했다.

 

부산 남구청은 호화 청사를 짓고 난 이후 직원 인건비도 주지 못할 만큼 재정난에 빠져 지방채를 발행해 은행에서 돈을 긴급 대출받았다고 한다.

 

경기환경운동연합 안명균 사무국장은 절차문제와 환경 문제 또 경제 문제를 동시에 짚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정도 중요한 일이면 사전에 시민들과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토론회 한 번 없이 갑자기 그런 발표를 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시청 주변 평촌 지역은 여름만 되면 오존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곳 입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네요. 또 지금 있는 안양시 청사는 고작 14년 됐는데 다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은 일단 자원 낭비 아닌가요?"

 

문홍빈 안양 YMCA 사무총장은 "신선한 면도 있지만 지방선거 앞두고 이런 발표를 한다는게 부적절한 듯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많은 시민들이 문 총장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지방선거를 겨냥해서 발표한 계획이 아니냐는 것.

 

기자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시사업이라서 발표만 하고 유야무야 흐지부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양시 행정 능력도 믿을 수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급조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킨답시고 급조된 허술한 사업을 누군가 밀어부치면 진짜 큰일이다. 

 

안양시는 건설 기간 중에 4만2천명 이상 고용 창출 효과와 3조 6천억 이상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전문가들이 누구인지 밝히라는 기자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는 말로 흘려버렸다. 

 

또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계획이라는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어떤 전문가들과 언제부터, 어떤 논의 구조를 가지고 의논을 해왔는지 발표 해 달라는 기자 질문에도 "누구하고 의논했느냐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동문서답하며 답변을 피했다.

 

차라리 선거 때만 써먹고 버렸으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가 '성장병'이다. 특히 '개발 성장병'은 더 지독하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안양에 땅이 없어서 땅 값이 높아져 기업들이 떠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높은 빌딩을 지어서 기업을 유치, 세수도 증가 시키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맞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땅이 없어서 땅 값이 높아진 게 아니라 좁은 땅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고 있기 때문에 땅 값이 높아진 것이다.

 

빌딩을 지어서 갖가지 사업을 유치 시킨다고 해도 안양시 땅 값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변 땅 값은 더 오를 것이다. 때문에 고층 빌딩을 지으면 떠나려던 기업이 다시 안양에 주저앉을 일은 없다. 이것이 고층 빌딩을 지어서 안양시를 성장시킨다는 이필운 시장 생각이 틀린 이유다.

 

"시청이 있는 평촌 지역에 여름만 되면 오존주의보가 내려진다"는 안명균 환경련 사무국장 말도 새겨들어야 한다.

 

기자는 지난 해 봄부터 가을까지 몇 달간 시청 근처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그때 한시라도 빨리 비교적 숨쉬기 편한 안양의 만안구 쪽으로 가고 싶었다. 결국 난 여섯 달 만에 만안구로 돌아왔다.

 

오후만 되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려서 견딜 수 없었다. 시청 근처는 모두 빌딩과 아파트 숲이다. 아무리 눈을 돌려도 건물 말고는 보이는 게 없다. 빌딩 숲 사이로 빠끔히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며 긴 호흡을 하는 게 피곤한 머리를 식히는 길이었다. 

 

그나마 시청사 주변은 나은 편이었다. 시청사 부지가 비교적 넓고 시청사가 낮은 건물이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허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나마도 없애고 생각만 해도 '헉' 소리가 나는 100층 높이 건물을 짓겠다고 한다. 그 건물이 진짜 들어서면 안양시민들은 숨이 막혀 '헉헉'거리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100층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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