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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보목리, 이곳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여름철 자리물회다. 때문에 여름만 되면 보목리는 열을 식히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양푼에 얼음 숭숭 띄워 후루룩~ 마시는 자리물회. 제주사람들에게 자리물회는 여름식량이었다.

 

 

그러나 보목리의 겨울은 눈이 와도 개도 짖지 않는다는 곳이다. 그만큼 조용한 마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목리는 요즘 사계절 내내 올레꾼들의 발자국 소리로 떠들썩하다. 제주올레 6코스가 관통하면서 보목리 해안가와 보목항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다.

 

제지기오름 앞 보목리 해안가에선 섶섬이 아스라이 떠 있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런 어촌의 풍경은 작은 섬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보목리 올레의 최고 보물은 바다를 지천에 주고 있는 허름한 집들이다. 허름한 집들이 뭐가 그리 좋다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하겠지만, 보목리 올레에선 허름한 슬레트집이 바로 최고의 별장이다. 올레와 통하는 갯바위, 주먹만한 동글동글한 바다돌에 부서지는 파도, 돌담아래가 바로 보목리 바다인 것을.

 

      

 

 

때문에 마당에서 서너발걸음 걸으면 바로 바다고, 대문 밑이 바로 보목리 바다다. 정말이지 보목리에는 축복받은 사람들만 사는 것 같다. 특히 여름이면 발을 담글 수 있는 포구의 선착장, 작은 어선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 옹기종기 모여앉은 제주맛집들의 모습은 제아무리 가난한 사람의 마음도 부자로 만들어주는 힘을 지녔다.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전복죽,생선 매운탕, 식당의 이름만 봐도 그저 침이 꿀꺽 삼켜 지는 마을올레 음식점. 그리 화려하거나 그리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포구를 바라보며 먹는 맛을 어찌모르랴.

 

 

 

서귀포를 연결하는 시내버스 한 대가 포구에 정차해 있었다. 작은 마을에 비해 버스의 규모가 너무 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배낭 내려놓고 막걸리나 한사발 들이키며 너스레를 떨면 좋을 것 같은 날씨였다. 섶섬을 동무하면서 말이다.

 

올망졸망 늘어 놓은 항아리와 바다돌, 해안가에서나 자라는 겨울야생화 정원에 피어있는 허름한 슬레이트 집이 내려다 보였다. 성냥갑 같은 높은 빌딩숲보다 내 생애 이런 집 하나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내 생애 이런 별장 하나만 있으면 보목리에 주저 앉을 것 같다. 허름해서 더욱 아름다운 슬레이트 집 말이다. 보목리에 가면 허름한 슬레이트 집이 모두 별장이다. 바다를 안고 있는 특급호텔보다 더 아름다운 별장이다.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6코스는 쇠소깍에서 소금막-제지기오름-보목항구-구두미포구-서귀포보목하수처리장-서귀포 칼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화백거주지-솔동산 사거리-천지연기정길-서귀포생태공원-남성리마을회관앞 공원-남성리 삼거리-삼매봉-찻집솔빛바다로 15km이다. 
4시간정도가 소요됐다


#올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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