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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복덕 할머니. 할머니는 20여년 동안 한푼 두푼 모은 돈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모복덕 할머니. 할머니는 20여년 동안 한푼 두푼 모은 돈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 이돈삼

전라남도 함평군 신광면에 사는 모복덕(71) 할머니. 모 할머니는 재작년 한 푼, 두 푼 모은 돈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었다. 할머니는 지난 22년 동안 돈이 생길 때마다 한 푼씩 모았다고 했다.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 한으로 남은 할머니는 군청에 장학금을 맡기면서 "가난한 학생들이 공부를 더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써달라"고 했다.

 

모 할머니는 남을 도울 만큼 여유 있게 살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위암 3기, 수술을 해서 죽을 고비를 넘긴 할머니는 지금도 밥 한 숟가락 밖에 먹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경운기 사고로 머리와 척추를 다치고 한 쪽 귀마저 들리지 않는다.

 

그 전에는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집을 몽땅 태웠다. 이후 판잣집에 살면서 연탄가스를 마셔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처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한 푼, 두 푼 모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공심 할머니.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이면서도 푼돈을 아껴 모은 돈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이공심 할머니.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이면서도 푼돈을 아껴 모은 돈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 이돈삼

서민들이 울리는 희망의 고동소리는 또 있다. 이번에는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에 사는 이공심(83)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최근 꼬깃꼬깃 모은 100만원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내놓았다. 함평의 모 할머니처럼 자식들 제대로 못 가르친 것이 한이 된 이 할머니는 "다른 집 아이들이라도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할머니의 100만원 또한 여느 기업가나 재력가가 내놓은 억(億)대의 장학금보다도 아름답다. 할머니는 한겨울에도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았다. 100만원은 할머니가 수년 동안 쌈짓돈을 모아 마련한 것이었다.

 

성금을 전달받은 면사무소 직원들은 기탁자가 지난 연말 불우이웃 돕기성금 20만원을 내놓은 이 할머니라는 것을 알고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러 할머니 집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 할머니는 수년째 관절염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5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보일러도 틀지 않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자녀들이 보내준 용돈을 1000원, 5000원씩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할머니는 "아들의 중학교 학비를 주지 못해 논두렁을 걸으면서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시절 5남매를 키우면서 제대로 입히지도, 가르치지도 못한 것이 지금도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한창 공부할 나이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제대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나보다도 더 가난한 생활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돈을 모으고 또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 김철환(77·진도읍 교동리)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많이 보았지만 이 할머니의 장학금 기탁처럼 감동적인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진도군 관계자는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어렵고 불우한 환경에서도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장학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언제부터인가 소외계층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선행을 베풀 기회를 갖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고달플수록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우리의 오랜 미덕이었다.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처럼 어려운 이웃들은 해마다 줄지 않고 있다. 우리 서민들끼리라도 서로 몸을 기대고 온기를 나눠야 할 때다.


#이공심#모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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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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