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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인한 트라우마.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지워지지 않고 무의식이나 의식 가운데 자리 잡아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가슴 아픈 사건들. 어릴 땐 몰랐다.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상처들에 노출된다는 뜻임을. 또한 어릴 때 이미 잊은 줄로만 알았던 상처들이 사실은 마음 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와 나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는 것을. 그 상처들은 팔레트 위에 굳어있다 부서진 물감들보다도 더 수없이 많은 조각난 색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역시 사람이 살아갈수록 받게 되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 영화 속 어머니처럼 침 한방이면 다 잊을 수 있을까. 고통을 잊고 한바탕 춤판에 어울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처절한 엔딩을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어쩌면 상처와 그로 인한 아픈 기억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직해야 하는 하나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별해주는 중요한 차이점이 바로 기억의 존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미 간직한 상처의 기억만으로도 숨쉬기가 벅차다.

 <상처의 심리학>책 표지.
<상처의 심리학>책 표지. ⓒ 변영은, 해바라기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만큼이나 현재의 우리는 유난히 많은 상처들에 노출되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인지 최근 들어 서점가에는 상처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심리 치료서적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 가운데 금방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듯 우울해 보이는 여자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상처의 심리학>이 시선을 끌었다.

주로 종교계 쪽에서 상담경력을 쌓은 저자가 그동안 경험한 사례들과 조언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인데 상처의 유형과 극복방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장점이다.

지적이거나 신체적인 부분과 경제적이거나 그 외의 능력은 물론 주변 환경의 문제 등 상처를 받게 되는 요인들을 먼저 살펴보며 책은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분량도 길지 않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 쉽고 빠르게 읽히는 편인데 이 책이 가진 장점으로 이것을 꼽고 싶지는 않다.

책 표지에도 언급된 카피처럼 이 책은 독자 스스로가 상처를 받지 않고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은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나는 물론이고 주변의 타인들까지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것. 어차피 마음의 상처란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 역시 스스로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하는 법이니 이러한 제시는 무척 바람직하다.

 서점에서 얻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상처의 치유도 책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에 맞는 책들을 고르는 과정도 이겨내기 위한 능동적인 몸짓을 시작하는 것이다. 상처가 깊은 사람, 서점으로 가라!
서점에서 얻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상처의 치유도 책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에 맞는 책들을 고르는 과정도 이겨내기 위한 능동적인 몸짓을 시작하는 것이다. 상처가 깊은 사람, 서점으로 가라! ⓒ 김현준
물론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들도 많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상처들을 기본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만 분류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해결방법도 거기에 맞춰 간단한 제시 정도로만 끝난다.

그래서 이 책은 목차에 해당되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괴로워하는 독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상처가 너무 깊어 괴롭다면 매뉴얼처럼 손쉽게 넘어가는 내용들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어차피 심각한 상태라면 진작 테라피스트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닐까. 그렇다면 서점에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이미 말했듯 지금 서점엔 다양한 상처들에 관한 심리 치료서들이 등장해 있다.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로도 해결되지 못하는 마음의 고통이 있다면 실력있는 테라피스트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상담 받을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면 일단은 서점에 들러 자신에게 맞는 심리 치료서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처의 심리학 - 상처받지도, 주지도 않는 나를 위하여

김경희 지음, 해바라기(2009)


#상처#심리 치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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