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에서는 '집회와 시위와 관현 법률(집시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9월, 옥외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집시법 개정 논의는 이런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야간 집회를 밤 10시~11시까지만 허용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야간 집회 전면 허용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유성 활동가가 야간 집회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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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24일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10조 야간 집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진 후부터는 경찰서장의 예외적인 허가가 없는 한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0조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보수성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의아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는 동일한 조항에 대해 1994년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에 헌법재판소는 경찰서장의 허가권은 "기속재량"이므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허가제가 아니라는 의아한 논리를 동원해서, 위헌적인 집시법에 대해 면죄부를 준 바 있다.
그랬던 헌법재판소가, 2009년에는 왜 다른 결정을 내렸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2008년에 거세게 일어났던 전 국민적인 촛불집회이다.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야간에 길거리로 뛰어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출했던 만큼, 헌법재판소로서는 헌법 제정권력인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들이 야간에 집회하는데, 헌법재판소가 달리 어떻게 결정하겠는가?
따라서 작년 9월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다름아닌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얻어낸 민주적 성취이다. 오래 전부터 학자들, 법률가들, 인권활동가들이 위헌적인 집시법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번번이 권력을 가진 자들의 여론 조작과 교묘한 정당화 논리에 가로막혀 왔다. 그것을 돌파해낸 것은 다름 아닌 국민적 의지와 행동이었다. 이론과 논리가 아니라, 행동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얻어낸 성과를, 경찰과 한나라당은 또다시 교묘한 말장난으로 사실상 무효화시키려 하고 있다. 조진형 의원이 발의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논의중인 야간집회금지법안이 그것이다.
이 법안은 일몰 후부터 시작되는 집회 가능 시간을 3~4시간 늘리되 대신 경찰서장 조건부 허가 조항마저 삭제하여 야간에는 절대적으로 집회가 불가능하도록 만든 법안이다. 국민들이 밤새도록 촛불 드는 꼴은 절대로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분노스러운 짓을 해도, 국민들이 아무리 광장에서 밤새워 토론하고 싶어도, 밤10시 되면 무조건 집에 가야 한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떻게든 헌재 결정의 의의를 최대한 축소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은 이 법안을 16일 행안위에 상정하여 17일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19일에 전체회의로 보내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려 한다.
이럴 수는 없는 거다. 가능한 사람은 당장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에게 전화나 팩스, 메일이라도 보내고,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널리 이야기를 전하자. 그래서 국민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행안위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각인시켜주자.
2008년에 우리가 밤새워 촛불을 든 밤이 얼마였던가. 우리가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견뎌냈던 시간이 얼마인가. 국민들이 직접 발로 뛰어 얻어낸 민주적 성취를 이렇게 농락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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