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한번 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한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 받고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미경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세종시 의원총회' 결과를 브리핑 하면서 정 대표의 발언 내용을 이 같이 전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박 전 대표와 다시 상의하기로 해놓고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약속파기'라는 친박 측의 주장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이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거론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께 말씀드렸더니 다시 상의하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박 전 대표께서 '수정안에 대해 말하실 텐데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해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친박계인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작년 9월 독대 당시 40분이 넘게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을 놓고 말하다 추후 다시 상의해서 얘기하기로 하고 끝맺었다"며 "박 전 대표와 다시 상의하기 전 정운찬 국무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수정안을) 이렇게 추진하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이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른 바, 세종시 관련 '여권 갈등 관리 실패'의 책임을 박 전 대표에게 돌릴 수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박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세종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당내 사전 논의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의 독단적 수정안 추진 결정을 비판해왔다.
지난 10일 열린 한나라당 세종시 토론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여권에서 세종시와 관련해 갈등관리를 하려면 먼저 박근혜 대표와 상의했어야 한다"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고, 친박계 구상찬 의원도 "세종시에 대해 (박 전 대표와) 상의 한 번 안 해서 시작된 일"이라며 "정치논리를 떠나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총선과 재보궐 선거 당시 세종시 원안을 당론이라고 해놓고 말을 바꿨다"는 친박계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서 "의원들의 지적이 맞다"며 "깊은 사과를 드리고 책임지라고 하신다면 그 부분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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