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5일, 한 대학에 강의를 나가던 비정규 교수(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그녀는 한국에서 만 4년 동안 시간강사를 하던 그녀가 꿈을 잃고 더 나아가 목숨까지 스스로 버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경선 님이 남긴 유서 일부를 인용합니다.
"...이는 공정한 경쟁에 기초한 상생발전의 원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개인과 학교 그리고 나아가 국가와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이 분명할 것입니다...(중략) 그동안 겪은 이러한 부조리와 모순은 열심히 연구와 강의를 하리란 초기의 순수한 열정에서 이 사회에 대한 환멸과 더불어 애초의 희망과 비전을 접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저와 같은 이가 있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기원을 위해 두서없이 이 글을 써서 전해 드립니다."
너무나 나쁜 조건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이 학교 저 학교로 강의를 뛰게 되고 이는 결국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무너뜨립니다. 대학은 예산 타령을 하지만 사실은 분배문제이고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입니다. 자신들 몫은 욕심껏 챙겨가면서 약자들 몫은 악착같이 뺏어가는 이 악순환은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사실, 그 나쁜 뿌리는 박정희 정권이 대학과 교수들을 옥죄어 정부를 함부로 비판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고등교육법'입니다. 지금도 대학에는 비정규교수(시간강사)들이 온갖 설움을 견뎌내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지요. 그 팍팍함과 끔찍함은 설령 신분 상승을 해서 정교수가 된다 하더라도 깊은 상처를 갖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 있는 교수들과 비정규 교수들이 모여 노조를 만들고 대책위를 만들어 싸워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900여일이 넘게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작으나마 위안이 되고,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마음을 써주기를 바라는 첫 걸음으로 [오늘은 이 사람]은 고 한경선 님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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