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이후는 포크송을 부르는 듀엣의 전성기였다. 화음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통기타 음악에서 듀엣은 아주 효율적인 구성이다. 대표적인 듀엣 가수로는 '해변으로 가요'의 키보이스, '비둘기 집'의 투에이스, 투코리안스(김도향, 손상철), 쉐그린(이태원, 전언수), 어니언스, 4월과 5월 그리고 서수남 하청일 등이 있었다.
그 가운데 '꺼꾸리와 장다리'로 알려진 서수남 하청일 콤비는 지난 69년 데뷔했는데, 대학시절부터 가수활동까지 20년간을 함께 해온 단짝들이다. 가수지만 특유의 입심으로 각종 오락프로의 단골손님으로 활약했었다.
그런데 데뷔 40년을 맞은 서수남씨의 말에 따르면, 하청일과 헤어진 지 20년 정도 됐다 한다. 서수남씨는 크게 히트한 '동물농장' '팔도유람' '한번 만나줘요' 등 경쾌하고 신명나는 노래로 하청일과 다시 듀엣 활동을 하고 싶다는데, 하청일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서수남 하청일 콤비를 떠오르게 한 것이 있다. 윗밭 비닐하우스 안에 놓아둔 큰 물통 위에 올려진 낡은 물펌프가 바로 그것이다. 옛날 농부들이 물 걱정하며 맨손으로 땅을 일구던 때, 서수남 하청일 콤비는 "한일~한일 자동펌프 물 걱정을 마세요~"라는 CM송을 부르며 한일전기의 물펌프 CF에 출연했었다.
어렸을 적 그 CM송이 노래 '팔도유람'처럼 귀에 박혀 지금도 그 멜로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2008년에는 자동펌프 제조사인 한일전기에서 서수남씨와 함께 '한일자동펌프 팔도유람'이란 행사도 펼쳤었다.
여하간 물펌프 덕분에 물 걱정은 덜해졌지만, 아시안게임 때문에 농토를 통째로 빼앗기게 생겨 걱정이다. 이런 근심걱정 모두 잊고 신나게 서수남 하청일 콤비의 '동물농장'을 따라 부르고 싶지만, 농부들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마지막 농사일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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