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이슈로 떠오른 전면 무상급식 공약에 대해 연일 쏟아지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비판이 이번 주 들어 '뚝' 그쳤다. 반대 일변도의 대응에 대한 당내의 비판도 나오고 있어 무상급식 대응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의원이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들의 공약"이라고 맹비난한 뒤, 다음날인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몽준 대표와 최구식 제6정조위원장이, 1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선 안상수 원내대표가 '무상급식 비판'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일요일인 14일엔 안 원내대표가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의견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그러나 15·16 양일 동안 한나라당 지도부는 공식석상에서 무상급식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비판의 목소리를 한창 올리다 갑자기 침묵으로 돌변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원희룡 "무상급식 반대 기조로만 가면 결국 야당 덫에 걸린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지난 10일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반대, 민주당은 찬성, 이렇게 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반대'라는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선거를 망치지 않는다는 조언이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고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는 원희룡 의원의 캠프에선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초반부터 강경기조였던 당 지도부에 대해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
원 의원의 한 측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자 무상급식 대 서민 무상급식'이라는 구도의 대응이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의견이 당내에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는 이들의 70%(<동아일보> 15일 실시 여론조사) 가까이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공약을 한나라당에서 집중적으로 반대하면서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기조로만 가면 결국 야당이 쳐놓은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홍준표 의원의 발언에는 전면 무상급식 공약에 대한 비판 내용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한 문제제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당시 홍 의원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와 같은 정책을 예로 들면서 "당 정책위에서 단호하게 대처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등록금 차등제를 제안하면서 "서민들이 바라는 것이 뭔지 좀 더 발굴해서 지방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무상급식 프레임을 상쇄할 수 있는 더 좋은 프레임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 상대방이 전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을 때, '한다, 안한다'가 아니라 '여기에 더 좋은 공약이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방정권 견제론, MB정부 심판론, 친이-친박 갈등 등으로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 뻔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만 하거나 급식지원 대상의 점진적 확대와 같은 지지부진한 대안으로는 선거 승리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도 "당장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면서도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이를 해결할 공약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무상급식 공약을 반박하는 것에 치우쳤던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서민급식 프레임 계속... 무상급식 관해선 한나라당 지지 높다"
당의 대응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제기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대응기조는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지방선거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자 무상급식 대 서민 무상급식' 대응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큰 쟁점이 되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은 당정간담회를 열고 '현재 13%인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2012년까지 26%로 확대한다'는 안에 공감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무상급식 점진적 확대'라는 말을 썼다. 당정이 공감한 안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급식비 지원 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게는 '급식비 지원 대상 확대'라고 쓰는 것이 정확하다.
당정은 오는 18일 안상수 원내대표 주재로 무상급식 등에 대한 당정협의를 열고 최종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상쇄할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놓을지, 아니면 '급식지 지원 대상 확대'를 '무상급식 점진적 확대'라는 말로 바꾸는 '말장난'을 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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