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선화 수선화 핀 뒤로 내도라는 섬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수선화수선화 핀 뒤로 내도라는 섬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 정도길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수선화가 피어나는 거제도 공곶(鞏串)마을. 가까이는 내도가, 멀리는 외도가 보이고 좀 더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해금강 사자바위를 볼 수 있는 거제도의 명소다. 봄이면 거제도 사람보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 곳이다. 주말마다 바다를 찾는 강태공들에게는 낚싯대만 드리우면 놀래미와 술뱅이가 술술 낚이는 곳으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수선화 2천여 평의 수선화밭 다음주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출것만 같다.
수선화2천여 평의 수선화밭 다음주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출것만 같다. ⓒ 정도길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에서 이십여 분,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오르면, 확 트인 바다가 보인다.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온 바람은 수선화 밭에 멈춘다. 바닷바람에 춤을 추는 노란 수선화. 춤추는 여인의 살랑거리는 주름치마가 이런 모습일까.

수선화와 내도 수선화가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다음주면 활짝 필 것이라고 한다.
수선화와 내도수선화가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다음주면 활짝 필 것이라고 한다. ⓒ 정도길

17일 오후, 공곶마을 수선화 꽃밭을 찾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수선화와 함께 한 강명식 할아버지.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농사일에 바쁘다. 1만여 평의 농원은 할아버지의 삶 그 자체다. 수선화와 더불어 설유화, 조팝나무, 동백 그리고 명자꽃을 비롯한 수십 종의 꽃과 나무들이 봄철 내내 화려한 색으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타국에 온 느낌을 들게 하는 종려나무 숲은 할아버지의 주 소득원이다. 종려나무가 꽃꽂이 재료로 서울 등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종려나무 숲 종려나무 숲속길을 거닐고 싶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농작업에 필요한 모노레일이다.
종려나무 숲종려나무 숲속길을 거닐고 싶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농작업에 필요한 모노레일이다. ⓒ 정도길

 몽돌밭 담장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몽돌밭 담장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정도길

포구나무 주름지고 움푹 패인 모습에서 해풍과 태풍을 견뎌내고 1백년을 살았음을 느낄 수 있다.
포구나무주름지고 움푹 패인 모습에서 해풍과 태풍을 견뎌내고 1백년을 살았음을 느낄 수 있다. ⓒ 정도길

이곳 농원에 숨어 있는 미로 같은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 옆 몽돌로 만든 담장에는 고향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조금은 걷기 불편한 돌멩이 길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담장 끝에 서 있는 억센 주름살을 가진 나무 한 그루. 주름지고 움푹 패인 껍질은 백년이 넘었다는 증거일까. 포구나무는 해풍과 태풍에도 끄떡없다는 듯 늠름하게 서있다.

천국의 문 1백여 미터의 가파른 동백꽃 경사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천국의 문1백여 미터의 가파른 동백꽃 경사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도길

'동백꽃 터널'이 만들어진 1백여 미터의 가파른 경사길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양쪽으로 빽빽이 서 있는 동백나무 터널 내부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할 정도다. 이런 경사에 넙적넙적한 돌을 누가, 어떻게 쌓아 계단을 만들었을까.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데 점점 숨이 차오른다.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 안쪽 모습이다.
몽돌 담장길몽돌 담장길 안쪽 모습이다. ⓒ 정도길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은 어릴 때 추억사진집을 보는 것만 같다.
몽돌 담장길몽돌 담장길은 어릴 때 추억사진집을 보는 것만 같다. ⓒ 정도길

깜깜한 동백꽃 터널 계단을 조용히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 마산교구에서도 올해부터 이 곳을 도보 순례코스로 지정했다고 하니, 비단 필자만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닌듯 싶다. 순례코스는 공곶마을을 거치고 서이말등대를 지나 지세포성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다음 기회에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행복 수선화 꽃말이 자기사랑. 행복한 모습이다.
행복수선화 꽃말이 자기사랑. 행복한 모습이다. ⓒ 정도길

'자기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 외로운 한 송이 수선화보다는 두 송이가 어울리고, 두 송이 보다는, 세 송이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6600㎡ 밭에 심겨진 수선화는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반 정도는 활짝 피어날 것 같고, 다음 주가 되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을 출 것만 같다.

봄날, 바닷바람과 함께 수선화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이 있으면, 거제도 공곶마을로 가 보시기를.


#수선화#공곶마을#강명식#내도#해금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알찬 여행을 위한 정보 제공과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