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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김석출 옹은 

벌써 오래 전 

저 세상 사람이 된

마누라와 함께

신새벽 바다에서

달빛 그물

햇빛 그물 

번갈아 끌어당긴다…

 

(...영감요...세상이 많이 변했지에...

아무리 일당 많이 준다케도

요즘은 통발 배는 아무도 안타려 하니

나라도 영감 수발 안하면 누가 하겠능교 ?)

 

통통통 통발 어선 김석출 옹

통발 속에 미끼 걸

조개를 탁탁 망치로 깨면서

중얼 중얼거린다.

 

(니 지금 뭐라카노.

내가 지금이야 주름살 투성이지만,

젊었을 적에는 항구마다

이 김석출 선장

기다리며 가슴 태우는

선술집 색시들 많았어...) 

 

2.

아홉살 때 6. 25 전쟁 때

피난 내려 오다가

부모 형제 다 잃고

배가 고파 부산 자갈치에서

생선 얻어먹다가 

배를 타게 된 김석출 옹...

 

한 시절은 겁도 없어

아이들 대학 등록금

마련하려고 겁도 없이 

위험한 백령도

DMZ 바다 가시철책 뚫고서 

달빛 그물 참 많이 끌었었다.  

 

그 덕에 절름발이 되었지만

후회 따위 한 적은 없는 것이다.

 

뱃머리에 가물거리는

집어등 하나 매달고

김석출 옹  

갈쿠리 된 손으로

달빛 그물 끌어당긴다.

             

정말 눈 앞에 둔 장산곶 고향 땅 

떠난지가 몇해나 된 것인지

까마득해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찢어진 달빛 그물코 사이로

남태평양 건너 이민 가서 사는

자식 걱정 손자걱정 다 빠져나간다.

 

해수독에 등피는 거북이 등처럼 가라졌고 

고무 장화 속의 발가락 하나

썩어 떨어져 나간지 오래이다. 

 

3.

찰박찰박 제법 묵직한

눈다랑어 한 마리

선미에 매달고서,                

           

태극기 휘날리며 

신 새벽 여명 속으로

통통통 통발 배들이 

김석출 옹 다 늙은

통발 뱃길 따라 돌아온다.

 

*동중국해를 건너온

철새 떼 따라오다가 멀어지고

씨알 작은 멸치 떼가

은빛 음표(音標)처럼

튀어 오른다.

 

덧붙이는 글 | 동중국해(東中國海)는 한반도 남쪽에서 타이완 섬에 걸쳐있는 서태평양의 연해이다. 동지나해(東支那海)라고 부르기도 하며 중국에서는 동중국해를 ‘둥하이(중국어 간체: 东海, 정체: 東海, 동해)’라고 부르며, 한국에서는 이 바다의 한반도 남쪽 부분을 남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부#바다#조업#백령도#DMZ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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