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황토를 기본으로 하는 천연소재 바닥 미장을 잘 마무리 했다. 전통 공법의 복원이라 해도 될 것이다. 최대한 자세히 소개해 보려 한다. <청년 100일 학교> 학생들이 '생명 살이 농부교실' 첫 수업을 우리집에서 할 것이라 서둘러 작업을 한 것이다.
바닥미장 완성으로 합판 하나까지 친환경합판(E0라 하여 포름알데히드 발생이 전혀 없는 합판을 말한다. 이 합판은 우리나라에는 생산품이 없어 핀란드 수입품을 썼다. 일반합판보다 두 세배 비싸다)을 사용하고 나무와 돌, 황토로만 짓는 생태집 완공에 성큼 다가섰다.
황토 방바닥 미장에는 그냥 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해초류인 '노리'를 주재료로 하는데 이것은 우뭇가사리보다 더 점성이 좋다. 광주의 어느 건재상에서만 취급한다. 40년 동안 미장일만 하신 후배 아버님께 들었다. 아래 적은 모든 공법은 그 아버님께서 와서 일러 주신 것이다.
어제와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려서 아궁이 앞에 가마솥을 걸고 노리를 종일 삶았다. 팔팔 끓여서 우려내야 한다. 아마도 열 솥 정도 삶았을 것이다. 삶은 물로 황토 반죽을 한다.
체에 걸러서 걸쭉한 노리물을 고무함지에 담는다. 노리는 두 번 또는 세 번 정도 더 끓여 써도 되는데 남은 찌꺼기는 닭장에 넣어 주었더니 닭들이 쪼아 먹었다.
'노리'와 함께 중요한 재료가 '수사'다. '수사' 역시 해산물이다. 이것은 황토반죽을 할 때 인장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일반 건축현장에서는 마 껍질을 쓰기도 하고 인공 화학섬유를 넣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발소나 미장원에서 머리칼을 모아다 넣기도 하는 걸 봤다.
'수사'는 황토와 색깔이 같을 뿐 아니라 스스로 녹아서 황토 속에 스며들기도 하기 때문에 색깔이나 환경성, 어느 모로 보나 황토바닥과 가장 어울리는 매개물이라 하겠다.
'수사'를 '노리' 국물에 넣고 푼다. 막대로 저어 주면서 골고루 섞게 한다. 뜨거운 노리 국물에 끝 부위가 녹으면서 한 올 한 올 풀린다.
황토를 반죽한다. 세 개의 가마솥에 담길 양을 끓인 물을 넣으면 이 고무 함지박에 가득 찬다. 반죽이 되직해야 한다. 뜨거운 노리·수사 국물이라 옮기거나 부울 때 데일 염려가 크다. 앞치마를 했지만 끓이고 걸러서 반죽할 때 황톳물이 튄다.
황토는 업체에서 산 황토를 고운체로 쳤다. 모래도 마찬가지다. 분말이 곱고 미세해야 바닥미장 시 흙칼이 잘 나간다. 사진 오른쪽 비닐에 담겨 있는 것은 생태건축 전문점에서 파는 생황토다. 고운 입자의 황토분말을 잘 반죽하여 밀봉 한 채 판다. 오래 보관했던 것이라 골고루 숙성되어 막 반죽한 황토에 비해 점성이 훨씬 좋다.
이번 작업에서는 생황토 반죽된 것, 황토 친 것, 모래 친 것을 섞었다. 비율이 문제다. 생 회를 섞을 때와 아닐 때가 다르다. 나는 4:7로 했다. 모래가 황토의 두 배 조금 안 되게 비율을 조정했다. 미장일만 하신 그 아버님의 조언이었다.
어제와 오늘 한 것은 마감 미장이다. 당연히 초벌미장을 작년 가을에 해 둔 것이다. 황토미장은 건조하는 기간을 반 년 정도 잡는다. 시멘트 건조를 열흘로 잡는 것으로 보면 엄청 긴 기간이다.
통로를 남겨두고 미장을 해간다. 초벌미장이 잘 말라 있기 때문에 물을 여러 차례 뿌려서 바닥을 축여 놓는다. 물을 많이 사용하면 초벌미장과 마감미장이 서로 잘 붙긴 하나 마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반죽도 너무 묽으면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갈라질 확률이 높지만 반죽이 되면 흙칼질이 힘들고 수평 맞추는 것이 어렵다. 마르기는 잘 한다.
바닥 미장의 핵심은 완전 수평을 유지하는 것. 이 방의 방바닥 면적만 8평이 넘는지라 전체의 수평을 맞추는 것이 바로 사진의 장치다. 위의 두 사진을 함께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벽의 양쪽에 수평기로 완전수평을 잘 잡은 뒤에 팽팽하게 나일론 끈을 쳐 놓고 팽팽하게 양쪽에 건다. 이 걸개를 당기고 밀고 하면서 방바닥 전체를 골고루 다니며 황토 반죽을 놓고 칼질을 해 나간다.
끈의 탄력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심 부위가 처질 수 있다. 때로는 이 수평기를 비스듬히 걸칠 수도 있고 평행하게 걸칠 수도 있다. 이때 끈이 느슨해지면 못의 머리 부위에 끈을 감아 다시 탄력을 유지한다.
왼쪽 그림을 보면 못 머리에 끈을 칭칭 감아 끈을 계속 탄력 있게 유지한 것이 보인다.
구석 부위를 먼저 바른다. 출구 쪽으로 뒷걸음질치면서 발라 나간다. 이 방은 출입구가 두 곳이라 어느 문을 최종 출구로 잡을 것이냐를 사전에 정해야 했다. 아궁이에서 반죽용 노리 끓인 국물을 퍼와야 하므로 그쪽 통로를 확보 한 채 뒷걸음치는 식으로 작업 순서를 잡았다.
장갑도 고무장갑, 면장갑을 교대로 여러 켤레 갈아 끼고 옷도 여러 벌 갈아입었다. 손이나 옷이 젖으면 몸의 체온을 빼앗겨 몸의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다.
드디어 완성. 반죽의 수평이 아주 잘 되었다. 100일 학교 청년들이 오기까지 앞으로 열흘. 그 동안 인위적인 온기를 전혀 공급하지 않는 자연건조와 약한 군불을 때는 방식을 교차하면서 말려 나갈 것이다. 급히 말리면 갈라진다.
방바닥 앞쪽에 보이는 좌우, 앞뒤 끈은 바닥 수평을 잡기 위한 장치다. 학생들이 오기 2~3일 전에 군불을 바짝 때서 말릴 건데 그 직전에 물미장을 할 것이다. 물미장은 바닥에 미세하게 금이 간 곳에 붓칠을 하여 때우는 최종 마무리 작업이다.
물미장은 밀가루처럼 황토를 곱게 쳐서 노리 끓인 국물에 반죽하여 붓을 사용해 갈라진 틈새에 반죽을 흘려 넣는 식이다. 붓 칠을 거듭 하면 매끈하게 된다. 방바닥 장판은 8겹 한지 장판으로 바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