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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일 오후 9시 45분]

 

검찰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징역 5년, 추징금 5만 달러(선고 당시 환율 적용)를 구형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허구"라며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2일 열린 한 전 총리의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형사 처벌과 정치적 타격이 두려워 거짓으로 일관한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할 총리가 민간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점,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린 점, 뇌물수수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고질적인 악행인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관건이 되고 있는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 신빙성에 대해서도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일관되게 5만 달러 공여 사실을 진술해 왔다"며 "구체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고 사안의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 진술의 일관성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 측은 "전형적인 흠집내기 기소와 재판, 구형"이라며 반발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재판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제가 왜 피고인으로서 이 법정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을 바라보며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를 마음속으로 묻고 또 물었다"며 "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서 조용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 마저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유학생활을 하는 것처럼 알려지는 등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끝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백을 입증할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정의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변호인단도 "곽 전 사장의 진술은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여러 번 바뀌는 등 신빙성이 없고 5만달러 수수, 인사청탁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없다"며 "오락가락하는 곽 전 사장의 썩은 새끼줄과 같은 진술 하나에 의존해 전직 총리를 기소하고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이번 재판을 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12월 총리 공관에서 석탄공사 사장으로 가도록 잘 봐달라는 곽 전 사장의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한 전 총리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곽영욱 전 사장은 징역 3년 6개월

 

하지만 검찰의 혐의 입증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형두)는 집중 심리 방식을 택해 지난 8일부터 결심 공판 전까지 총 12차례 공판을 열었다. 재판 과정에서 제1야당 대표인 민주당 정세균(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대표와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총리 공관 경호관 등 17명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진술은 엇갈렸다.

 

특히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바뀌면서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지막 공판이 열린 1일에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한 전 총리가 "검찰 신문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결심 공판에서도 "5만 달러 봉투를 본 적이 없고,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했는지도 몰랐다"고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횡령과 뇌물 공여 혐으로 기소된 곽영욱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횡령금액 37억여원을 전액 변제한 점,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 공여를 자백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에 "곽 전 사장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양형에 고려해 달라"고 선처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9일 서울중앙지법 311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 예정인 한 전 총리는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돼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 구형 직후 논평을 통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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