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의 추천의 글 중엔 이런 문구가 있다.
대한민국의 부패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책을 덮고 생각한 바도 이랬다. 이는 <삼성을 생각한다>란 제목은 달리 말하면 <나를 생각한다> 라는 것을.
면접 때 내가 느꼈던 감정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을 것이다.
여러 명이 면접을 보러 들어간 자리에서 스스로 돋보이고자 옆 사람을 짓밟는 누군가가 눈꼴시리더라.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는 것이 옳았던 것인지, 그걸 면접관이 원하는 모습이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눈에 띄지 않던 사람에게 면접관이 그 사람의 장점을 한껏 드러나게 해 주었을 때는 '이것이 끈! 이로구나!' 싶었다. 이 얘기에 엄마는 '끈'을 대 주지 못함을 미안해 했다. 근거 없는 원망도 없진 않았다.
그러면서도 중간에 친구를 만났을 때 '너무 특이하게 살지마' 라거나 '현실은 직시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났다.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살고자 한 게 이거냐고. 삼성, 국가에 대한 불만을 겨우 사회에 내딪거나 같은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그들에게 투사하였다.
변명하자면, 45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 마음이 격정적인 상태였다. 사실 화가 난 대상은 나였다. 김용철이 말하는 권력에 가까이 가고, 돈을 벌고 싶어라 하고, 뽐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바로 내가 되고 싶은 거였다.
그것이 '운'이 안 맞든, 내 능력이 부족하든 고미숙 선생님이 말하듯 '궁지에 몰려' 다시 세상을 보고... 그러면서 욕망에 꿈틀거였던 나를 보니 그건 아니지 싶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김용철 변호사가 마치 내 앞에서 삼성에 대해 우리 나라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성토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같이 흥분하고 생각하고 그랬나 보다.
이 책에는 정의, 옳음, 부끄러움 등의 단어가 나온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기엔 참으로 낭만적으로만 보이는 단어다. 다행인 건, 이 본원적 단어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언급한 네 권의 책도 최근에 이런 문제에 같은 문제 의식을 같고 있다. 같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내 책읽기의 주제가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는 듯해 우려를 표하는 친구야, 김용철 변호사도 그러더라. 화려한 비리 속에 있는 것보다 소박한 현재가 더 행복하다고. 나도 그렇게 살려고 한다. 가끔 혼란스러워 마음에 폭풍우가 쳐도 말이다. 그 때 같이 맥주 한 캔 하며 마음을 달래면 좋겠지!
인상깊은 구절
배신은 삼성이 나를, 국가를, 국민을 배신했다. 상당한 비자금을 쌓아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국가경제를 망치고, 국민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렸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 신경민 지음
리영희 프리즘 - 고병권 지음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 송두율 지음
현장은 역사다 - 정문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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