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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도예가이자 '버질아메리카'라는 다국적 미술잡지를 발행하는 이원경 선생의 출국을 환송하는 모임을 일산역 앞의 한 목로술집에서 했습니다.

구일산역앞에는 고층 아파트를 배경을 비닐천막으로 지붕을 덮은 몇채의 건물이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역을 방문할 때 마다 이 일산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최신식 철골빔 새역사가 마련되어 이사 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간직된 이 낡고 볼품없는 역사가 새로 지어진 신역사보다 덜 귀중하다고 할 수 없기때문입니다. 그 일산역 앞에 헐릴날을 기다는 목롯집 '추억의 오막집'이 있습니다.
 구일산역앞에는 고층 아파트를 배경을 비닐천막으로 지붕을 덮은 몇채의 건물이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역을 방문할 때 마다 이 일산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최신식 철골빔 새역사가 마련되어 이사 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간직된 이 낡고 볼품없는 역사가 새로 지어진 신역사보다 덜 귀중하다고 할 수 없기때문입니다. 그 일산역 앞에 헐릴날을 기다는 목롯집 '추억의 오막집'이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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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송학식품의 성호용 고문께서 그 '추억의 오막집' 앞을 지나다가 문밖에서 제 수염을 본 뒤 우리 일행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잠시 그 목로(木壚)에 함께했습니다.

낡고 볼품없는 외양과는 달리 '추억의 오막집'문을 밀고 들어서면 극적 반전이 기다립니다. 이 목롯집의 여주인은 대구의 특급호텔의 레스토랑들을 10여년 이상 책임지고 경영했던 걸출한 여걸입니다. 손여사가 차려내는 음식들은 가히 예술이라 할 만합니다. 우리 일행들은 특별한 날 이곳으로 걸음하기를 좋아합니다. 이원경선생님을 환송하는 서운한 마음도 이곳에서 달랬지요. 이 거리를 지나던 성고문께서 저의 두드러진 특징인 수염을 보고 성큼 실내로 들어섰습니다.
 낡고 볼품없는 외양과는 달리 '추억의 오막집'문을 밀고 들어서면 극적 반전이 기다립니다. 이 목롯집의 여주인은 대구의 특급호텔의 레스토랑들을 10여년 이상 책임지고 경영했던 걸출한 여걸입니다. 손여사가 차려내는 음식들은 가히 예술이라 할 만합니다. 우리 일행들은 특별한 날 이곳으로 걸음하기를 좋아합니다. 이원경선생님을 환송하는 서운한 마음도 이곳에서 달랬지요. 이 거리를 지나던 성고문께서 저의 두드러진 특징인 수염을 보고 성큼 실내로 들어섰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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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성 고문께서는 대학원 동창이 일산에 새롭게 개원하는 '디자인 WA미술학원'의 개원식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분은 큰 주상복합건물의 2, 3층을 모두 할애한 그 학원에 애초에 원장실로 예정되었던 한 공간이 여유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서예가 소엽 신정균 선생은 새로운 작업실의 필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성호용 고문은 한때 소엽 선생님께 붓글씨를 배운 전력이 있습니다.

그는 막역한 동창인 WA미술학원의 김연재 이사장께 그 비어있는 공간이 좀 더 창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공될 수 있는지를 타진했고 성 고문의 제의를 김 이사장님이 수용함으로써 소엽 선생은 전용의 작업실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산역 인근, 신축된 주상복합건물인 월드 메르디앙 2층 300여평에 오픈한 '일산WA미술학원'. 이 학원의 김연재 이사장은 성고문과의 인연으로 유휴공간을 소엽선생께 작업실로 제공했습니다.
 일산역 인근, 신축된 주상복합건물인 월드 메르디앙 2층 300여평에 오픈한 '일산WA미술학원'. 이 학원의 김연재 이사장은 성고문과의 인연으로 유휴공간을 소엽선생께 작업실로 제공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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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의 강매동 봉대산 아래에 소담한 집을 짓고 사시는  이대영, 전신영 부부께서는 남을 자식처럼 배려하고 아끼는 그 마음에 반해서 제가 부모님으로 예우하는 분입니다.

저와 가깝게 오가는 소엽 선생께서도 저를 따라 이 선생님 부부를 부모님으로 호칭하게 되었습니다.

전 선생님은 단 한방울도 술을 드시지는 못하시지만 부군을 위해 가양주를 빚고 이 선생님은 10년째 부인이 빚은 곡주를 한잔하는 것만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는 분입니다.

은퇴하신 이 선생님께서는 작은 텃밭을 일구는 것으로 소일하시면서 전선생님께서 정성으로 빚은 술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계십니다.

그래서 봉대산 기슭에 지으신 그 집을 무주가(恈友酒家 풍류를 아는 탐나는 친구를 청하여 술을 벗 삼는 집)로 명명하고 때때로 좋은 사람들을 청하여 전 선생님께서 빚으신 술을 함께 나눕니다.

2년전 4월의 봄날, 어머님과 아버님은 앵두꽃이 만발한 집에 술상을 차리고 벗들을 청했습니다.
 2년전 4월의 봄날, 어머님과 아버님은 앵두꽃이 만발한 집에 술상을 차리고 벗들을 청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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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이 높은 우리 선조들께서는 여가가 허락되면 사랑방에 술상을 차리고 벗을 청하여 담소하고 시문(詩文)을 함께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격조 있는 사귐과 나눔으로 여겨져서 나도 은퇴하면 그런 조상님의 풍류를 닮은 여생을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입니다. 탐나고 아낄 사람 만나서 아름다운 얘기로 세상을 만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애주가는 술의 청탁(淸濁 청주와 탁주)과 돈과 시간 그리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사람은 가리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비열한 행위를 일삼으며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친구는 술상에서 멀리하고, 대신 열린 사고로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이며 예술적 감성을 가진 순수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술상의 말석이라도 좋겠습니다. 정녕 그 분들과 함께하는 날은 제게 축제날일 것입니다. 술은 이심전심으로 마시며 그 자리가 파한 뒤에도 영원한 미소로 남아야 합니다. 나의 그 결심을 지키기위해 나와 나의 친구들을 위해 아내가 때때로 술을 빚는 이 집을 무우주가(恈友酒家)라 이름 하였습니다."

이대영 선생님께서 무주주가의 뜻을 묻는 사람께 답하는 내용입니다.

소엽 선생은 이 선생님의 술상을 나누는 그 뜻을 듣고 감복하여 당호를 쓰서 이 선생님의 댁에 걸어드렸습니다.

부모님께 무우주가의 당호를 만들어서 선물한 소엽선생
 부모님께 무우주가의 당호를 만들어서 선물한 소엽선생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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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엽 선생의 그 정성에 감읍한 이 선생님 부부께서는 어제(4월 5일) 새로 문을 연 소엽 선생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좋은 이웃들을 청하여 일산의 목로술집 '추억의 오막집'에서 직접 빚은 술을 가져와 술상을 마련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 소엽선생에 대한 고마움으로 '추억의 오막집'에서 술상을 마련했습니다. 이대영아버님께서 술자리를 종종 만드는 것은 그 자리에서 오고가는 격조있는 대화가 그립기때문입니다. 술로 인해 예의가 무시되고 자신의 편협한 주장만 난무하는 자리를 사람이 술을 먹는 것이아니라, 술이 사람을 삼킨 자리로 여기지요. 결코 술상머리에서 있어서는 안될 풍경입니다.
 부모님께서 소엽선생에 대한 고마움으로 '추억의 오막집'에서 술상을 마련했습니다. 이대영아버님께서 술자리를 종종 만드는 것은 그 자리에서 오고가는 격조있는 대화가 그립기때문입니다. 술로 인해 예의가 무시되고 자신의 편협한 주장만 난무하는 자리를 사람이 술을 먹는 것이아니라, 술이 사람을 삼킨 자리로 여기지요. 결코 술상머리에서 있어서는 안될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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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자리에 함께하면서 긴 강처럼 연결되는 이 인연의 속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불가에서 '모든 사물은 이 인연에 의해 생멸한다'고 믿으므로 인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 인연(因緣)을 인과 연으로 구분하지요.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을 말하며 '연'은 원인과 융합하여 결과를 낳는 간접적 힘이 되는 연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은 바로 자신이 지은 원인의 결과를 사는 것이지요. 이 원칙은 무량겁(無量劫)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

컴퓨터 용어에 GIGO라는 말이 있습니다. 'Garbage In Garbage Out'의 이니셜입니다. 곧 쓰레기를 입력하면 그 결과도 쓰레기가 나온다는 의미이지요.

법정 스님께서는 인연을 '마음 밭에 씨 뿌리는 것과 같아서 그 씨앗에서 새로운 움이 트고 잎이 펼쳐진다. 인연이란 이렇듯 미묘한 얽힘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대영 선생님 부부의 귀한 술상에 함께하면서 새삼스럽게 이 인연이라는 단어가 줄곧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제가 오늘도 좋은 인연을 지었는지를 의심하면서….

제가 아버님, 어머님으로 호칭하는 이대영 선생님 부부와 저희 부부와의 첫 인연은 10여 년 전 저의 처가 전신영선생님을 가양주를 빚는 스승으로 삼으면서입니다.

이사를 마친 소엽선생의 작업실. 구석구석 뛰어난 감각이 스며있습니다.
 이사를 마친 소엽선생의 작업실. 구석구석 뛰어난 감각이 스며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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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무우주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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