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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둥지를 짓기 시작한 이틀째의 모습 -  혹여 천적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까치가 둥지를 짓기 시작한 이틀째의 모습 - 혹여 천적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 홍경석

요즘 들어 부쩍 그렇게 자연의 신비와 삶의 어떤 슬기에 대하여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건 바로 사무실 바로 뒤에 지은 까치의 둥지 때문이다. 지난 월요일(5일) 아침부터 시작된 까치 두 마리의 둥지 짓기 공사는 정말이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류건축의 압권이었다.

먼저 까치 부부는 V(브이)자 형태의 소나무 위 부분에 터를 잡았다. 그리곤 두 마리가 연신 경쟁적으로 부리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물어오는 건축 재료엔 철사에서부터 기다란 나뭇가지에 이르기까지 아무튼 둥지를 지을 수 있는 재료는 모두가 망라되어 있었다.

사람처럼 손과 발이 있는 것도 아니요, 또한 높은 곳에서도 자유자재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기중기 따위의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까치 한 마리가 재료를 물어다 둥지를 짓는 동안이면 한 마리는 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깍깍~"하며 '감독'까지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전형이었다.

이들의 집짓기 공사는 사흘 동안이나 계속되었는데 이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던 건 마침 사무실의 내 자리가  3층하고도 창가인 때문이었다. 내 자리보다 낮은 자리에 둥지를 만든 까치 부부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건축가보다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그야말로 타고난 건축가들이었다.

통상 사람이 집을 짓자면 땅을 파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무리 서둘러도 석 달 이상은 소요돼야만 겨우 집이란 형태가 조성된다. 여기에 사람은 또 잡다한 가구와 살림살이를
들여야만 비로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하지만 까치 부부에겐 그런 모든 게 필요 없었다. 철두철미한 요새처럼 잘 만들어진 까치 부부의 둥지는 공사기간이 고작 사흘에 불과했으며 그들은 또한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살림살이를 시작한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둥지를 벗어나 인근의 텃밭 등지에서 모이를 찾아먹고 배가 차면 둘이서 짝을 이뤄 전선줄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정말이지 잉꼬부부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까치 부부는 곧 저 둥지 안에 새끼들을 낳아 무럭무럭 키울 터이다. 이어 녀석들이 자라고 나면 세상 밖으로 내보내리라. 그리곤 지금처럼 또 둘이서 사랑과 배려로서 지내는 '늘그막'의 나날을 맞을 것이란 유추가 쉬 성립된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제 아무리 고래등같은 집을 지니고 있을망정 가족 간에 사랑과 신뢰, 그리고 관심과 배려가 결여된 집이라고 한다면 이는 고작 사상누각(沙上樓閣)에 그치고 말 것이다.

요 며칠간 튼튼하게 집을 잘 짓고 오늘은 아침부터 다정하게 어디론가 '나들이'를 나서는 까치부부였다.

이들을 보자니 저 까치 부부는 만날 마치 원수처럼 반목하는 일부의 부부(사람)보다 월등 낫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보름달로 걸렸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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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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