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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폼 전문가 윤명애씨가 만든 재활용 작품 ‘문패’.
리폼 전문가 윤명애씨가 만든 재활용 작품 ‘문패’. ⓒ 이정민

 

"사과박스에서 떼어낸 송판은 밑판으로 쓰고, '대한민국~'을 외칠 때 입었던 붉은악마 티셔츠는 머리털로 사용하고, 딸내미 수행평가시간에 만들었던 쿠션에 있던 솜을 넣어 통통한 얼굴도 만들고 (중략) 언젠가 쓸 데가 있겠지 하며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더니 오늘 이렇게 예쁜 문패가 됐네요."

 

리폼(=Reform: 낡거나 오래된 물건을 새롭게 고치는 일) 전문가 윤명애(51)씨가 부평5동에 있는 진달래도서관에서 주부들과 함께 재활용품을 만드느라 바쁘다.

 

집안에서 뒹굴었던, 아니 쓸모없어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자르고, 붙이고, 모양을 만드니 어느새 예쁜 문패가 완성된 것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리폼 전문가로 변신!

 

 4월 9일, 부평5동에 위치한 진달래어린이도서관을 찾은 리폼 전문가 윤명애씨가 주부들에게 재활용의 미학을 강의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4월 9일, 부평5동에 위치한 진달래어린이도서관을 찾은 리폼 전문가 윤명애씨가 주부들에게 재활용의 미학을 강의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 이정민

평범한 주부로 일상을 보내던 윤명애씨는 3년 전, 자녀가 성장하면서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중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냥 버려지는 물건들 때문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환경도 오염되니 재활용품으로 예쁘게 만들면 다시 사용할 수 있겠구나.'

 

그랬다. 그의 작은 관심과 재활용이라는 단어가 만나 리폼이라는 단어가 됐다. 그때부터 액세서리 한두 개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1600여개가 넘는 작품이 완성됐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생겨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었다. 그걸 만드는 과정과 사진을 올려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다 보니 두터운 마니아층이 생겨나면서 2008년에는 파워블로거(=인기블로거)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틈틈이 도서관이나 노인대학 등에 나가 강의도 하면서 리폼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와 똑같은 과정을 밟으며 리폼 전문가가 된 30~40대 동료들은 어느새 인기 작가가 돼 방송이나 잡지 등 언론에서 주목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았고, 만드는 것이 좋았기에 묵묵히 리폼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답지 않은 동안(童顔) 외모 탓에 처음 함께한 주부들에게 즐거운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이젠 당당하게 왕언니로 불리면서 자신의 실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교감하고 있다.

 

"어떤 가구회사에서 열성체험단으로 뽑혀 모니터링 회원이 되면서 어느새 가구 제작까지 손을 대게 됐어요. 이후 회사에서 공모하는 리폼 작품전에 출품해 상도 많이 받았고, 그게 자극이 돼 웬만한 살림용품은 거의 다 만들게 됐어요. 아이디어가 승부수인 리폼 경쟁에서 나만의 차별화된 작품을 제작해 윤명애 스타일의 생활용품을 만든 거지요."

 

"내 스타일, 모두가 공감하고 쉽게 활용해야"

 

그가 말하는 리폼의 가장 큰 승부처는 오직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소재가 다양하고 풍성한 만큼 제작과정을 오픈하면 그만큼 본인에게는 손해가 될 수밖에 없는 거란다. 하지만 그는 "자본과 상품성으로 중무장한 시장제품의 이기(利己)보다는 모두가 공감하고 쉽게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지금껏 내 작품만은 무조건 공개해왔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윤명애씨는 현재 집 근처 성당에 있는 노인대학의 학장으로, '황혼 갱신식'에 사용하는 면사포와 코사지를 리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어린이도서관과 공공기관에 나가 리폼의 저변 확대와 아이들의 인성을 고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즉흥적인 영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주변에서 버려지는 물건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작업은 이젠 어느새 그의 영원한 동반자가 된 것이다. 블로그 이웃 2035명과 포스트 스크랩 3만763회, 그리고 함께하는 강좌 수강생이 곁에 있어 나이 듦으로 위축되고 슬픔으로 점철됐던 그의 인생은 이제 밝은 햇살로 가득차고 있다.

 

"리폼을 하면서 제 인생 또한 리폼이 되는 걸 느꼈어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 엄마가 하는 일에 더 큰 자긍심을 보태주지요. 어릴 때부터 예술에 대한 동경이 있어 틈틈이 그려오던 그림 실력도 더해져 이젠 훌륭한 예술작품이 되어가고 있는 내 작품들이 또 다른 자식들이 됐지요. 미물도 소중하게 여기는 소박한 마음이 곧 각박한 세상사에 꼭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싶네요."

 

 진달래어린이도서관을 찾은 주부들이 윤명애씨의 설명을 들으며 나무판자를 자르고 문질러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
진달래어린이도서관을 찾은 주부들이 윤명애씨의 설명을 들으며 나무판자를 자르고 문질러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 ⓒ 이정민

 

덧붙이는 글 | 부평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재활용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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