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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방송을 통해 검사들에게 성접대를 포함하는 스폰서 관련 행태를 폭로한 부산의 건설업자 정아무개(52)씨가 26일 법원이 구속정지 기간 단축을 명하면서 이날 저녁 6시경 구속수감되었다고 한다.

 

부산지방법원 형사9단독 정다주 판사는 이날 오후 1시경 내린 결정문을 통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앞으로 법원의 조치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재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이에 따라 당초 오는 5월 16일까지였던 구속집행 정지기간이 20여일 가량 앞당겨져 이날 오후 6시경 구치소에 수감되었다는 것.

 

<한겨레> 신문에 기고된 MBC 최승호 PD의 호소

 

정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정지 취소 신청 움직임과 관련 '검사와 스폰서' 편의 담당 PD였던 MBC 최승호 PD는 26일자 <한겨레신문> "'정 선생'을 보호해주세요"라는 기고문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 PD는 이날자 기고문을 통해 정 씨가 방송이 나가기전 극심하게 갈등을 겪고 있던 상황을 설명했다. 최 PD의 기고문을 보면 정씨가 재구속 수감되는 것과 방송이 나간 후 가족들이 겪을 심리적 고통에 대해 매우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최 PD의 표현에 따르면 정씨는 "양쪽 발목과 무릎 질환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등 여러 질병으로 하루에도 수십 알의 약을 먹으며 겨우 지탱해가는 정 선생은 다시 구속되느니 죽는 게 낫다는 호소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계속해서 "<피디수첩> 취재 과정에서 그를 정신 이상자라고까지 부른 바 있는 일부 검사들은 범죄자, 사기꾼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용어로 공격했다. 반면 그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와 증언이 있는데도 부인으로 일관했다"며 취재과정을 설명했다.

 

최 PD는 "정씨는 진상규명과 관련해 모든 향응 및 성접대 의혹 대상자들과의 대질신문을 원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그가 재수감이 된다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가 다시 힘을 내 검찰이라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의 문제를 증언할 수 있을까?"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최 PD는 마지막으로 "그가 방송에서 했던 마지막 호소처럼 국민이 그를 보호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폭로를 하지 않았다면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을 정 선생과 그의 가족에게 힘을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정 씨의 신체 자유 박탈해 놓고 검찰 비리 밝히겠다고?

 

최승호 PD의 이 같은 우려는 너무도 당연하다. PD수첩을 통한 정씨의 폭로로 성접대를 포함하는 향응과 관련된 57명의 검사들에 대한 이른바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밝히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늘(27일) 오전 서울고검에서 첫 회의를 갖는 등 진상을 밝히기 위한 움직임이 막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정씨에 대한 신체 자유의 박탈은 앞으로 있을 진실규명이 '연목구어'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구속집행정지취소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는 않았다지만 구속집행 정지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나 구속집행을 '정지'하는 것이나 그 결과는 모두 정씨를 재구속하는 것이기에 말 그대로 '조삼모사'의 전형일 뿐이다. 

 

더구나 정씨가 자신이 검사들의 비리를 폭로함으로써 재구속되는 상황을 극도로 두려워 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검찰의 청구를 받아 들이기 위한 면피성 결정문에 불과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최승호 PD가 기고문에서 밝히고 있듯 '검찰이 진실로 진상규명 노력을 인정 받으려면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핵심적 구실을 할 정씨를 압박하려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57명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관련 검사들은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신체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관련 검사들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살펴보면, 정씨가 부산지검에 근무하다 서울에 발령되어 근무중인 검사들에게 '현금 30만원과 쥐포'를 선물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쥐포'를 선물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현금 30만원'을 받은 것은 기억에 없다고 부인한바 있다.

 

이 밖에 관련 검사들을 취재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결 같이 자신들이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정씨를 '이상한 놈'이라고까지 지칭하면서 극도의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었다. 현실적 상황이 이럴진데 대검찰청이 위촉한 '진상규명위원회'가 정씨를 구속해 놓은 상태에서 그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힐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검찰 '스폰서'의 가장 큰 폐해는 '사법피해자'

 

서초동 법원에는 1인시위를 펼치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바로 자신이 잘못된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법 피해자들이다. 이들을 취재하다 보면 검사들의 '상습적 뇌물수수인 스폰서'로 인해 억울하게 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검사들이 청탁을 받고 강압적 수사를 펼쳐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든 경우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렇게 수사를 했던 검사 자신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한 입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검찰의 '스폰서'라는 이름의 '상습적 뇌물수수'는 그 죄질이 나빠도 매우 나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멀쩡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생매장 시킨후 사법권이라는 이름으로 죽이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인신구속의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법원도 인신 구속은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 특히 다툼이 대립되는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구속집행은 보류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구속수감된 이후에는 충분한 자기 변론권을 보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씨를 재구속했다는 것은 법원이 검찰의 집요한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한다.

 

법원의 26일 결정으로 정씨가 재구속됨으로서 이제 실체을 규명하는 것은 정씨와 '진상규명위원회'의 몫 만은 아니게 된것 같다.

 

인신구속에 위축된 정씨가 그동안 밖에서 내세웠던 자신의 주장을 얼마만큼이나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을런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진실규명과 관련한 몫은 국민 모두에게 그 공이 넘어오지 않았는가 한다. 바로 국민 모두가 두 눈 크게 뜨고 진실규명을 관심있게 지켜 보고 있다면 진상규명위원회도 결코 면피성 결과물 만을 내놓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 같은 검사들의 범죄행위가 이번에도 바로 잡혀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불특정 국민 그 누구에게라도 돌아갈 수 있다는 점 을 생각해야만 한다. 바로 법원 앞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절규하고 있는 '사법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모든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PD수첩#정문조#사법개혁#법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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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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