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
신영복 선생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를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자신 있게 선정했다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 전부를 읽은 것은 아니다. 책값도 '솔찮이' 비싼 것을 딸이 있는 서울 집에 하나, 시골 우리 집에 하나 무슨 재산처럼 간직한 이유는 따로 있다. 무지하게 어려워 몇 번을 읽어야 어렴풋이 뜻이 전달되는 이 '징한' 책이 인구에 회자되는 고전을 읽기 전에 꼭 통과의례처럼 읽고 봐야 원 저서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적 허영심이 많았던 나는 가방 끈은 짧다만 배운 당신들 못지 않게 '문자 속'이 든 인간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심심찮게 공자님의 논어 한 구절을 들어 가며 지적 수준(?)을 뻐기곤 했다. 인용을 하자니 최소한 논어 한 권쯤은 독파해야 하는데 빽빽한 글자가 빈틈 없이 들어찬 문고판 '논어'를 읽자니 몇 장 넘기자마자 질리기 시작했다.
필요에 의해 건성건성 읽기는 했지만 한자도 모르는 데다 그 말씀의 의미 또한 새기고 겪어봐야 뜻을 알 판이니 가슴에 와 닿을 리가 없었다. 하여튼 매스컴의 공개 강좌 덕분에 '노자'가 어떻고 '장자'가 어떻고 귀동냥은 했다만 내용을 알 리는 없고. 그러던 차에 반갑게도 신영복 선생의 고전 독법 <강의>가 출간된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서론부터 무지하게 어려워 이 어려운 강의를 학생들이 얼마나 알아 먹을까 걱정까지 들 정도였는데 이해가 잘 안 되는 구절을 되풀이 읽으니 얼추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감옥생활 20년 세월, 밖에서도 수재로 통했는데 그 좋은 머리로 20여년을 공부했으니 내공은 말 할 것도 없고.
선생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부터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서너 권의 수필집을 빼지 않고 사서 읽었다. 그런데 이번 <강의>는 서론부터 그야말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의 핵심을 알리고 싶은 것,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 고전을 통해 강조하는 것이 요지인 것 같았다.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본질을 꿰뚫으며 춘추전국 시대 수십 개의 국가가 생성하고 소멸하던 역사의 격동기에 태어난 수많은 사상가들의 담론, '백화제방'처럼 넘쳐나는 수많은 사상을 재조명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통찰 할 수 있는 올곧은 철학을 익히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제일 어려운 '주역'은 건너 뛰고 적어도 노자사상과 장자사상이 어떤 차이가 있고 공자라는 인물은 어떤 특징이 있는 인물인가를 추측할 수 있었다는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또다시 읽어봐야 확실한 근거를 말할 수 있지만 기억나는 대로 대충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게 노자사상이다.
지혜롭게 현실에 대처하려면 공자의 '인간관계론'을 금과옥조로 삼아야겠고 맹자는 사회정의의 실천, 즉 대의를 중시하고 민의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민본사상'을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설파한 사람이란다.
그러나 내게 가장 먼저 다가 온 사람은 바로 '노자'라는 도인이다. 노자가 주장한 자연주의.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 그리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무위사상은 어쩌면 불가가 지향하는 '하심'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작위적이지 않고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순리를 강조하는 무위사상. 노자의 '도덕경'부터 공부하고 싶다. 그 다음에 신영복 선생이 가르쳐 주고 싶었던 장자, 묵자, 순자 사상의 개요라도 더듬는 계획. 내 공부의 일정표는 이 정도이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들쳐 본 <강의> 자식 대대로 읽히고 싶은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