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치원(내가 맡은 아이들은 6, 7세 혼합반이다) 앞 화단에 흔하디 흔한 게 쑥이다. 얼마 전에 만들어 본 쑥차 덕에 아이들은 마당놀이를 가면 쑥을 뜯어서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엄마랑 쑥차 만들래요.
엄마가 쑥차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대요."은해는 틈만 나면 쑥을 뜯어서(잎만 쥐어뜯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어제 소민이 엄마가 외할머니와 함께 쑥을 뜯어서 쑥개떡을 만들 반죽을 했다며 오늘 가져 오셨다.
'우리 동네'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쑥으로 오늘 교육과정을 바꾸어서 하루 종일 쑥을 공부했다. 화단에 있는 쑥을 뜯어서 붙이고 세밀화 그리기부터 하였다. 쑥의 잎사귀에 뾰족한 선을 잘 살려서 아이들은 아주 가까이에서 쑥을 오래 들여다 본다.
"우리 쑥으로 오늘 요리를 할 건데 자, 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쑥국, 쑥된장찌개, 쑥떡, 쑥밥, 쑥인절미, 쑥버무리, 쑥피자(?), 쑥부침, 쑥튀김, 쑥차."유치원 아이들이 이렇게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시골에 살아선지 많이 알고 있었다. 예찬이의 "우리 할머니가 해주시는 쑥개떡이 그 중에 최고죠!"
할머니표 자랑까지.
반죽 한덩이씩 나누어줬더니 아이들은 찰흙놀이를 하는 것처럼 논다. 동우는 졸라맨부터 만들고 여자친구들은 꽃과 하트모양을 만드느라 몰입상태에 들어간다.
이것 봐라.똥이다.비행기야. 난 꽃도 만들어야지. 해바라기도선생님, 그런데 쑥개떡이 뭔가요?"갑자기 묻는 성균이 말에 여섯 살 정훈이가
"야, 그것도 몰라? 개가 만든 떡이야.""아니야. 우리 할머니가 만드는 건데.""너 틀려. 개가 만든 떡이야."정훈이의 자신있는 큰 소리에 아이들은 모두 나를 본다.
"선생님, 정말 개가 만든 떡인가요?""음. 정말 개가 만든 떡이면 너희들 먹을 수 있을까? 옛날에 보리나 벼를 찧고 나면 아주 작은 겨라고 하는 것들이 나오는데 그 겨를 가지고 만든 떡이었대. 그런데 너희가 유동우를 우동우로 부르는 것처럼 자꾸 겨떡 껴떡 부르다가 어떤 친구가 개떡 하고 알아들으면서 그 친구가 개떡 하고 부르다가 개떡이 되었데. 조금 어렵지?"
좀 어려운 설명이지만 아이들은 정말 조용해진다. 알아들었는지 모르는지. 솥에 잘 쪄서 아이들은 오후에 간식으로 개떡을 먹었다. 처음엔,
"색깔이 이상해요.똥같아요.맛없지요?안먹을래요."아이들은 입을 손으로 닫으면서 안 먹겠단다. 희영이가 먹어보고
"야, 진짜 맛있어. 먹어봐.선생님 내가 다 먹을래요. 그래도 되요?하는 말에 조금 뜯어 먹어보더니 '유레카-'라도 외치는 분위기다. 환하게 웃으면서 정말 맛있게 먹는다. 내일부터는 우리 애들이 화단에 있는 쑥들을 다 뜯어서 쑥들이 남아나지 않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