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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수리부엉이'가 29일 처음 확인됐다. 경기 여주군 흥천면 복대리 배사면 부처울 습지에서 몸길이(머리-꼬리) 73cm의 어미 수리부엉이와 몸길이 60cm 크기의 새끼 수리부엉이가 그 모습을 최초로 드러내면서 사실상 습지 일대가 멸종위기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로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환경부 조사 자료는 물론이고 학계에서조차 남한강변에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내용이 보고된 적은 없다. 4대강저지범대위 측은 "부처울 습지 관찰 사흘 만에 수리부엉이를 발견했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곳에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학계는 물론이고 정부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에는 부처울 습지에서 수리부엉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깃털과 펠릿(통째로 먹이를 먹고 남은 이물질을 토해낸 덩어리)의 흔적이 발견됐다.

 

'동행취재' 3일 만에 모습 드러낸 수리부엉이

 

여강선원 동행취재 사흘째인 29일 오후, 수리부엉이를 찾기 위해 다시 부처울 습지를 찾았다. 습지 입구에서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자 꿩의 것으로 추정되는 깃털들이 길가에 흩어져 있었다. 일행은 꿩의 깃털을 보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4대강저지범대위 측은 "꿩이 수리부엉이의 주된 먹이"라며 "이 주변에서 수리부엉이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숲 깊숙이 들어갈수록 일행의 분위기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그만큼 수리부엉이를 찾는 작업은 신중하게 진행됐다.

 

숨소리와 발소리를 죽여 가며 수리부엉이 찾기에 몰두한지 2시간 반여 만에 드디어 눈 앞에 새끼 수리부엉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장재원 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이 "저쪽에 수리부엉이가 있다"며 손짓하자 일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 순간, 남한강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높게 솟은 나무의 가지 위에서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수리부엉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수리부엉이 쪽으로 조금 옮기자 마른낙엽소리에 잠을 깬 새끼 수리부엉이가 날개를 돌리며 서서히 나무 아래로 날기 시작했다. 수리부엉이가 날개를 펴자 그 크기는 폭 1m 정도로 예상보다 컸다.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수리부엉이는 올빼미과 맹금류 중 가장 큰 것"이라며 "날개를 폈을 때 최대 2m까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마 국장은 "(수리부엉이는)부화한지 50일이 막 지나서 날기 시작 한다"며 "저 새끼 수리부엉이는 지난 3월 초 부화해 이제 막 날기 시작한 듯하다"고 추정하며 말했다.

 

새끼 수리부엉이가 날아간 후에도 관찰은 계속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처럼 수리부엉이는 눈앞에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때 폭 2m가량의 날개를 퍼덕이며 머리 위로 날아가는 어미 수리부엉이의 모습이 포착됐다.

 

넓은 하중도(섬 중간에 퇴적된 섬)의 버드나무 군락과 억새 군락, 갈풀군락이 형성돼 있는 원형 그대로의 부처울 습지가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졸속 환경영향평가 전면 재조사해야"

 

부처울 습지에서 수리부엉이가 최초로 발견됨에 따라 4대강저지범대위 측은 공식적으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이 드러났다며 환경영향평가의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4대강저지범대위에 따르면, 환경부가 지난 2008년 발표한 '2008년 조류동시센서스 보고서'에는 남한강변에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내용이 없다. 정부가 4대강사업 시행에 앞서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상에도 부처울 습지일대에 수리부엉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시되지 않다.

 

정부의 4대강사업 시행계획상에서 면적 2601만 8000㎡의 부처울 습지는 크게 원형보존구역인 하중도와 그 외 복원구역으로 나뉜다. 사실상 이번에 수리부엉이가 발견된 지역은 공사시행구역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4대강저지범대위 측은 "정부는 원형보존구역인 하중도에도 수변데크를 설치하는 등 인공보존지역을 만들고 있다"며 "이렇게 습지가 공사로 훼손될 경우 그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수리부엉이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수리부엉이 서식지 주변에 위치한 억새밭, 수풀 속에는 꿩이 사는데 꿩은 수리부엉이의 주된 먹이"라며 "궁극적으로 습지 공사가 시작되면 (수리부엉이가) 먹이를 구하는 구간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게 돼 살기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했다.

 

마용운 국장은 또 "부처울습지에 산책로와 수변데크가 조성이 되면 사람들이 빈번하게 출입할 것이고, 이로 인해 수리부엉이의 서식과 번식에 교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민혁 녹색연합 간사도 "정부의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됐는지 다시 한 번 확인 한 샘"이라며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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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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