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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역행! 물은 거슬러 올라가는 법이 없지만 우리 인간 살이는 때때로 순행을 거부한다. 물론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의 조작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이 조작되면 우리 삶은 요동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가? 우리 마당극도 시대를 거스르려 한다. 80년대처럼 마당극이 나서서, 막힌 언로를 뚫고 시대의 이정표로 거듭 나야한다고 외친다. 21일 막을 내린 제23회 전국민족극한마당 무대에 울려 퍼진 소리다.

야외무대 광주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일대에서 치뤄진 민족극한마당 야외무대에서 청주에서 온 극단 '꼭두광대'가 거리극 "할미새"를  올리고 있다
▲ 야외무대 광주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일대에서 치뤄진 민족극한마당 야외무대에서 청주에서 온 극단 '꼭두광대'가 거리극 "할미새"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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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의 광대들이 함께하는 가장 큰 행사인 '전국민족극한마당'이 성대하게 광주에서 마쳤다. 5월 18일을 전후로 닷새 동안, 상무지구 5.18 기념 공원에 운동 나온 주민들과 공연 소식을 듣고 일부로 찾은 마당극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다. 총 25개 극단이 참여한 국내 최대 마당극 잔치였지만 한결 같이 격조 높은 마당판을 펼쳐보였고, 독특한 형식미와 시대의 목소리를 내며 관객을 홀린 것이다.

야외 주 공연장 목포 극단 '갯돌'이 마당극 "추자씨 어디 가세요"를 야외 무대에서 올리고 있다
▲ 야외 주 공연장 목포 극단 '갯돌'이 마당극 "추자씨 어디 가세요"를 야외 무대에서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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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날인 5월17일은 참가 극단 일부가 금남로에서 거리굿을 펼쳤기 때문에 광주 극단 '토박이'의 <청실홍실>만 무대에 올려졌다. 그렇다보니 남은 4일간 평균 6작품씩 무대에 오른 탓에 주최 당사자들의 노고가 컸다. 하지만 공연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예술감상을 나흘간 그것도 무료로 즐길 수 있었기에 마냥 행복해 했다.

노동문화예술단'일터'의 "달밤블루스"의 한 장면 부산 지역을 근거로 활동 중인 '일터'의 노동극 "달밤블루스"는 기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본 작품이다. 환경미화원들의 파업투쟁을 치열하게 그리면서도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은 점이 좋았다. 특히 배우들이 다른 극단에 비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춤과 노래를 완벽히 소화한 점이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 노동문화예술단'일터'의 "달밤블루스"의 한 장면 부산 지역을 근거로 활동 중인 '일터'의 노동극 "달밤블루스"는 기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본 작품이다. 환경미화원들의 파업투쟁을 치열하게 그리면서도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은 점이 좋았다. 특히 배우들이 다른 극단에 비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춤과 노래를 완벽히 소화한 점이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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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국민족극한마당'에선 그 해 최고 광대를 선정해 '민족광대상'이란 명목으로 수상하는데 올해는 청주에서 활동 중인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 오세란씨가 뽑혔다. 그동안 '민족극한마당' 행사에 성실하게 참여해 온 점과 민족극협회 소속 극단들의 작품에 안무로 도움을 준 점이 선정이유라고 최정완 민족극협회이사장이 들려줬다.

민족광대상 수상자 오세란 오세란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이 '민족광대상'을 수상한 후에 울먹이며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그녀는 한 일도 없는데 받게되어 미안하고 고맙다며 열심히 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민족광대상 수상자 오세란 오세란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이 '민족광대상'을 수상한 후에 울먹이며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그녀는 한 일도 없는데 받게되어 미안하고 고맙다며 열심히 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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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활동경력 7년 이하 배우에게 시상하는 '샛별광대상'은 부산 극단 '자갈치' 회원인 박은주씨에게 돌아갔다. 박은주씨는 2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노인역을 무난하게 소화한 점이 수상 이유로 보인다.

이번 '전국민족극한마당'에서는 공연이외에도 야외무대 주변에 연극놀이터를 상설 운영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고, 포럼과 토론회를 개최해 민족극의 과제와 전망을 진단하기도 했다.

폐막굿 오월 영령과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추모하는 굿을 올리며 민족극한마당을 마쳤다
▲ 폐막굿 오월 영령과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추모하는 굿을 올리며 민족극한마당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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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간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추모 기간이면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 1주기를 앞둔 시점이어서 참여 극단들이 공연에 매진하기엔 버거워 보였지만, 장인정신으로 매 공연 최선을 다했기에 관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다. 개인상 심사위원 자격으로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기자도 모처럼 마당극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어 행복했다.

무료로 공연을 하면서도 막걸리를 공짜로 내주는 극단이 어디 흔하겠는가. 공연도 좋았지만 잔디밭에 앉아 굿거리 장단에 어깨를 들썩이며 막걸리에 취한 며칠을 오래도록 못 잊을 것 같다.

야외 잔디마당 무대 5.18기념공원 내 잔디밭을 무대삼아 제주 극단 '한라산'이 6.25동란 기간 경찰의 양민학살을 다룬 "백조일손"을 공연하고 있다. '한라산'은 공연 전 관객들에게 막걸리를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어우러져 즐기면서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해 했다
▲ 야외 잔디마당 무대 5.18기념공원 내 잔디밭을 무대삼아 제주 극단 '한라산'이 6.25동란 기간 경찰의 양민학살을 다룬 "백조일손"을 공연하고 있다. '한라산'은 공연 전 관객들에게 막걸리를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어우러져 즐기면서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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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영학 기자는 전국 민족극한마당에 심사위원으로 함께 했습니다.



#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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