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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수첩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키를 잡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산촌에서 시를 쓰며 사는 자유인, 내가 본 그들의 삶은 평안과 당당함 그 자체였다.

 

절대로 멈출 수 없었던 발걸음을 따라 지난 24일, 경북 김천의 오지마을인 증산면으로 몸과 마음을 내딛었다. 때론 이러한 행동이 자연과 홀연히 섞이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으나 가끔 산을 보면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내 마음의 변화를 간략하게 적어놓는 여행수첩에 또 한 줄의 메모를 끼워놓는 것은 정말이지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6년 전부터 산나물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우연히 수도산에 올랐다가 청정의 먹거리인 산나물에 반해 눌러앉았다는 정경임 시인, 그녀는 현재 일천여 평의 산채원을 운영하고 있다.

 

 

산나물엔 각종 무기질과 칼슘 그리고 비타민 등이 일반 채소보다 월등히 많이 함유되어있다. 특이나 각종 암을 예방하는 항암물질이 풍부히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성인병예방과 노화방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실 산나물은 이른 봄에 먹어야 제격이지만 이젠 계절과 관계없이 어느 때나 먹을 수 있다. 그만큼 재배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곳 산채원을 찾아 산나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것들을 보며 시를 건져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시인, 그녀도 지금의 봄과 불륜을 나누고 있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불륜처럼 신선한 것이 봄이 아니던가….

 

 

시인은 산채원의 작은 원두막에 앉아 잃었던 감각을 건져 올려 시를 쓴다. 그러고 보면 버릴 줄 아는 자만이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있다고 했던가. 시내에 아파트가 있으면서도 굳이 산촌의 낡은 저택에서 남편인 장 시인과 행복한 고락을 함께하고 있으니….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씁쓸한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가 분주하게 낡아서 듣기 좋은, 그녀는 최백호 님의 '낭만에 대해서'를 허밍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 초입, 그들은 <흔적을 되새기며>란 부부시집을 상재했다. 참으로 부러운 부부다. 책을 통틀어 읽어주고 그 안에 박혀있는 시를 틈틈이 낭송해주는 성우의 목소리를 아침마다 들으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낭송에, 그 대수롭지 않은 것에 날개를 달고 의미를 부여하기나 할까. 시침이 막 정오를 알리려 할 때 나는 한 젊은 시인이 낭송하는 시 한편을 눈을 감고 듣고 있었다.

 

이른 아침, 비닐하우스에 들면 / 나는 꽃이 된다. / 참나물 꽃이 곰취 꽃이 / 그리고 줄지어 피는 미나리취 꽃망울 되어 / 맑은 물방울들을 톡톡 입에 털어 넣는다. / 언제부턴가 나의 길에 / 꽃가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묵직한 평온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 내 반나절을 꽃으로 노출하는 방 / 초록의 시선이 몰린 손금사이를 / 즐겁게 걷다보면 / 어느새 나는 / 국적이 살아있는 바람꽃이 된다. - 정경임 시인의 '비닐하우스에 들면' 중에서

 

'시인 산채원'이란 이름도 그녀가 지었다고 한다. 특이나 이곳에서 재배되는 10여 가지 산나물과 산약초, 그리고 야생차의 주재료들은 산 속에서 자란 자연산 산나물처럼 재배되고 있다고 자랑이다. 이유인즉 거름으로 산에서 채취한 부엽토가 90%, 그리고 나머지 10%도 친환경 비료를 스스로 만들어 시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인 장 시인은 지금도 꾸준히 본초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실상 정 시인은 산나물 보다는 야생茶(차)에 관심이 더 많다. 그만큼 차공부도 많이 했으며, 하여 스스로 다인이라 자부한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저택을 방문, 비빔국수곤달비쌈에 점심을 곁들이고 혹 잊어버릴까 마을의 이름인 원평촌을 수첩에 다소곳이 적어 두었다. 또한 다음의 취재 목적지인 모티길 동반을 허락받고 나서야 비로소 허접한 메모수첩을 덮었다. 그래, 모쪼록 다음에 만날 때도 오늘처럼 편안한 모습 그대로를 대할 수 있었으면…. 

덧붙이는 글 | 시인 산채원은 시인부부가 가꾸어 가는 산나물과 산약초재배의 전당인데, 소재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 존재한다.


태그:#산나물, #시인 산채원, #청정식, #여행수첩, #평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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