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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의 투표율이다. 사상 최대의 투표율이라고 한다. 마치 6·2지방선거를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들은 투표장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대개는 집권여당의 '북풍'과 야당의 '노풍'의 대결로 바라봤다. 그러나 북풍도, 노풍도 불었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수도권에서의 의외의 약세로 바라볼 때, MB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성격은 분명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선거를 정치세력간의 대결로만 바라본다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선거는 근례에 보기 드문 의제 선거였다. 무상급식과 4대강은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의제였다. 이것은 교육감선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교조 탄압과 전면적인 무상급식에서 교육감후보들은 뚜렷하게 나누어졌다.

 

반면 의제 선점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한나라당 vs, 민주당, 자유선진당의 차이는 주민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오게 했다. 또 무상급식에 맞서 '서민 무상급식'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국민들은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중앙선관위를 동원해서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을 중심으로 한 의제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이 두가지가 선거의 중요한 의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천안함 사건을 들고 나오며 '안보의제'를 선거의 중심으로 끌고 오려고 했지만,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아니 선거 때마다 계속된 '북풍'에 대해 국민들은 피로감마저 느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선택은 이러한 의제들에 대한 선택이었다. 물론 이러한 의제가 보수언론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의제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진보적 운동의 성과였다. 진보운동에 있어서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무상급식과 생명평화를 이야기하는 4대강은 중요한 의제였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선거결과를 단순히 이명박에 대한 심판으로만 이해하고, 중요하게 제기된 의제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반MB연합의 득세와 진보정치세력의 약세가 아쉽다. 진보는 부자증세, 투기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등을 통해 무상급식을 넘어서 '기본소득'과 같은 전면적인 보편적 복지를 주장할 수 있는 데 반해, 민주대연합의 후보들은 지역발전과 부자들에 대한 통제에 있어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결과를 보고 노회찬 후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우려스럽다. '반MB'의 목소리에는 대안적 내용과 가치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후보를 사퇴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헐뜯는 것은 이명박의 독선적인 정치와 닮은 꼴이다. 또한 진보적 가치와 대안을 바라고 투표한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단일화를 한다면 그들이 당연히 단일화한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오만과 독선은 한국정치의 후퇴이지 진보가 아니다. 오히려 반MB연합을 거부하고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가지고 선거를 끝까지 완주한 민주노동당, 사회당, 진보신당 후보들에게 우리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마땅하다.


#지방선거#진보정당#민주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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