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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4대강정비사업 중단' 등의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분신)한 문수 스님을 보내며 쓴 글을 통해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역사와 스님께서 보여주신 열반이 둘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4대강정비사업 반대를 외치며 지난해부터 경북 상주 등 낙동강 일대 순례를 계속해 오고 있다. 지율 스님은 순례 안내와 사진을 인터넷 카페(어찌 이곳을 흩트리려 합니까, http://cafe.daum.net/chorok9)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7일 '초록의공명' 회원들에게 "문수 스님을 보내며"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지율 스님은 "한 스님이 무너지는 강가에 앉아 있었습니다"라며 "그리고 조용히 일어나 얼음보다 차가운 불꽃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마지막까지 스님이 눈에 담아가신 낙동강가에 남겨져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율 스님이 쓴 "문수 스님을 보내며"라는 글의 전문이다.

 

문수 스님을 보내며

 

선문에 들어 면벽 중이던 한 수행자가 낙동강변에 앉아 불꽃 속에 조용히 몸을 나투었습니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1600년의 역사에 처음 일어난 일이기에 사람들은 당혹해하고 저 역시 한동안 스님의 열반 소식이 당혹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밤 저는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 가서 향을 올렸습니다. 분향소는 조용했고 보살님들이 목탁을 치며 분향소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수경스님께서는 불편하신 몸으로 지팡이를 의지하고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계셨습니다.

 

스님을 뵙자 오랫동안 참았던 속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산문을 등지고 홀로 가는 외로움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 속에 서서 온갖 비난과 조롱에 헤매 일 때도 지금처럼 서럽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단에 서고 우리와 함께 책상을 나누어 앉았던 도반 스님이 중생을 향한 연민을 이기지 못하고 불꽃 속으로 떠났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나 무감하고 스님 가시는 길의 배웅은 소홀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러워하지만은 않으렵니다. 깨달은 이는 언제 어느 때나 자유자재하고 변함없이 자비를 베푸시는 이기에 한 몸을 나투어 수천의 생명을 구하려는 스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 행으로 보여주신 것은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역사와 스님께서 보여주신 열반이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스님을 사바의 땅에서 보내 드려야 할 시간입니다. 부디, 이 사바에서 본 모든 아픔들을 눈가림하시고 영면에 드소서.

 

불기 2554년 6월 4일 지율 합장


#문수 스님#지율 스님#낙동강#소신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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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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