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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진(63) 경상남도 교육감 당선자는 '야간자율학습 선택제'를 해야 하고, 당장에 내년부터 '무상수학여행'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교생이 하는 자율학습은 시정되어야 한다"며 "교장이 판단하도록 하고, 학생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며, 교육청에서 획일적으로 하도록 하는 방향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학여행도 수업의 연장"이라고 한 그는 "돈을 내는 학생은 수학여행과 수업을 받을 수 있고 돈을 내지 않으면 수학여행이나 수업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면 불합리하다"며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균등하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 전체 학생이 무상수학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전체 학생 무상수학여행 할 수 있게 할 것"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 윤성효

 

고 교육감 당선자는 7일 저녁 선거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취임 이전까지 인수절차를 밟는 동안 사무실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사양하고 선거사무소를 사용하고 있다.

 

13대 교육감을 지낸 그는 다시 경남도교육청으로 돌아온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2007년 12월 첫 주민직선제 교육감 선거에서 권정호 현 교육감한테 패했던 그가 2년 6개월 만에 다시 경남교육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모두 6명의 후보가 나온 6․2 경남도교육감 선거에서 고영진 당선자는 25.86%(38만546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고 당선자는 현 교육감인 권정호 후보(24.27%, 36만1718표), 경남도교육위원인 박종훈 후보(23.06%, 34만3721표)를 근소한 표 차이로 눌렀다. 경남대, 동아대 대학원을 나온 그는 진주시교육장과 한국국제대 총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소감은?

"330만 도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한다. 이번 선거는 경남교육을 사랑하는 도민의 승리다. 초심을 잃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교육감이 되겠다."

 

- 경남 전체를 놓고 보면 창원 등 몇 곳에서는 박종훈 후보가 1위를 하고, 함안 등 몇 곳에서는 권정호 후보가 1위를 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고 당선자가 1위를 하기는 했지만 지역 편차가 심한데?

"경남의 20개 시·군에서 후보자의 출신지역이라든지 인연에 따라서 지역별 편차가 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는 2위인 권정호 후보를 17개 시·군에서 1위로 앞섰다. 지역에서 골고루 득표를 한 것이라 본다."

 

- 선거가 끝났는데 상대였던 권정호, 박종훈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권 후보는 진주교대 총장을 지내고 학자로서 충분한 경험을 가진 분이다. 연배도 많고 경험도 많은 훌륭한 교육자다. 권 후보는 교육감으로 있으면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무상급식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이외에도 제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부분까지 과감하게 개선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박종훈 후보는 나이도 젊고 확실한 색깔을 가졌다. 다른 후보와 달리 소신 있고, 차별성 있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 경남교육 발전을 위해 일할 인물들이다."

 

- 선거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일과 보람을 느꼈던 때는?

"한마디로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커서 더 힘들었다. 다니면서 육체적 어려움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난번 선거 때(2007년 12월) 근소한 표 차이로 패배했다며 유권자들이 더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힘을 내기도 했다."

 

- 2007년 12월 선거 때는 왜 패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왜 이겼다고 분석하는지?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지난 선거 때는 충분히 준비를 못하고 임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충분히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선거 때보다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지난 선거 때는 현직으로 있다가 출마해서 편안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지난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같이 치렀는데, 대선에서 한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서가다 보니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당시 선거에서 상대였던 권정호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기호 2번'이었다). 이번에는 그나마 홍보가 되고, 6명의 후보들이 정책선거를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도민들의 민도가 많이 향상되었던 것 같다."

 

"교육청 살생부? 그건 기우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 윤성효

- 교육자치선거에 직접 뛰어들었는데, 개선해야 할 점을 든다면?

"선거 제도는 발전한다. 교육감 선거도 계속 발전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운영위원들이 하다가 직선으로 되었다. 어느 제도나 완벽하지는 않다. 점점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다소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좋은 대안이 나올 것이라 본다."

 

- 일부에서는 교육자치선거를 일반 지방선거와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에는 8개 선거를 한꺼번에 모아 놓으니 유권자들도 힘들었다. 분리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교육자치선거와 일반선거를 따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교육청 안팎에서는 '살생부' 이야기가 나오는데?

"살생부가 있으면 보여 달라. 그런 것 없다. 박종훈 후보가 토론회 때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것 없다. 교육 수장으로서 교육가족을 맞이해야 한다. 살생부 이야기는 일부의 기우다. 있을 수 없다. 2004년 취임할 무렵에도 유사한 말이 나왔지만, 실제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겪어 봐서 알 것 아니냐."

 

- 지난 2년 반 정도 교육청 바깥에서 있으면서 여러 이야기도 들었을 것 같은데, 교육청의 인사 기준은?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 않나. 교육청에 근무하면 존경받고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분야마다 각자가 가진 능력과 업무를 연결시켜서 합당한 인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인재를 찾아내는 게 큰 숙제다."

 

-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 선택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던데,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고등학교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획일적이다. 아이들은 정규수업을 마치고 보충수업을 하든 자율학습을 하든 밤 10시나 11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아이들까지 획일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교생이 하는 자율학습은 시정되어야 한다. 교장이 판단하도록 하고, 학생 개인의 생각을 존중했으면 한다. 교육청이 전체 학생들에 대해 획일적으로 하도록 하는 방향은 없어져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효과를 폭넓게 해야 한다."

 

- 이번 선거를 하면서 학원연합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도 들리는데, 야간자율학습 선택제가 학생들의 학원 수강을 돕기 위한 차원은 아닌지?

"경남 전체 학원 숫자는 8000~1만개 정도다. 종류도 다양하고 학원연합회도 여러 조직이 있다. 그중 보습학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어떤 학원연합회도 저를 지지하지 않았고, 전체적인 틀에서 저를 지지한 것도 아니다. 또 학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그런 공약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단지 학습 효과를 높여야 하고, 학생 개인의 능력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원연합회를 의식해서 야간자율학습 선택제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 수학여행을 무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초등학생은 의무교육이다. 수학여행도 수업의 연장이다. 돈을 내는 학생은 수학여행과 수업을 받을 수 있고 돈을 내지 않으면 수학여행이나 수업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면 불합리하다.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균등하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 전체 학생이 무상수학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중고등학교는 우선 생활보호대상자 자녀부터 무상수학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관련 교육예산을 확보해 당장 내년부터 경남 전체에서 실시하도록 할 것이다. 예산은 된다. 연간 50억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 교육비 중에 충당할 수 있다."

 

- 학교무상급식은?

"지금은 몇 명까지 무상급식을 하라고 예산이 배정된 것이 아니다. 주어진 예산을 아껴 쓰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고 해서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도교육청에서 별도 예산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도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상급식을 위해 경남도청 단위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공약으로 냈으니까 더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

 

"일제고사는 예정대로 시행한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유승정 위원장은 지난 3일 고영진 경상남도교육감 당선자(가운데)와 각 정당 비례대표 경남도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선증 교부식을 열었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유승정 위원장은 지난 3일 고영진 경상남도교육감 당선자(가운데)와 각 정당 비례대표 경남도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선증 교부식을 열었다. ⓒ 경남선관위

 

- 오는 7월 일제고사라고 하는 전국 규모의 학업성취도평가가 예정되어 있는데 취임 이후에 실시하는 시험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대로 시험을 실시할 것인지?

"예정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학부모나 학생의 선택권을 이야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합리적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고사를 치르는 것으로 할 것이다."

 

- 전교조 교사의 민주노동당 후원금 납부 문제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중징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 징계절차를 밟은 게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전교조 교사 징계 문제는 교육감의 권한에 속하는 게 아니다. 교육감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떤 교사든 공무원이든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제재를 받아야 한다. 법원 판결도 따라야 하지만, 교육청의 상부 관청의 지시도 일종의 법률 행위다. 상부 관청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법 위반이다."

 

- 외국에서는 교사나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후원금 납부가 허용된다고 하던데.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여러 나라가 있을 수 있다. 어느 나라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선진국의 예를 들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 허용하는 제도라고 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선진국에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선진국에서 하던 제도 중에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게 있다면 지금 있는 법을 고치고 난 뒤에 해야 한다. 법을 고치기 전까지는 지켜야 한다."

 

-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무소속이기는 하지만, 정치 성향은 진보적이다. 고 교육감 당선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교육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마찰이 예상되지 않는지?

"교육의 대상은 학생이다. 학생을 가르치는데 여당과 야당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진보나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단지 접근 방법의 차이일 뿐, 생각은 같다. 일부 수도권에서 보수 단체장과 진보 교육감이 마찰을 빚는 경우를 보았다. 경남은 진보적인 단체장에다 보수적인 교육감이다. 진보적인 지사가 나왔기에 교육행정을 하는 데는 더 원활할 것이라 본다. 자치단체가 앞서 나가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 본다. 저는 보수적인 입장이지만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교육감이다. 김두관 당선자와 저는 하등의 불편한 상황이 생길 일도 없다.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좋은 관계가 되리라 본다."

 

" 특목고 문제는 좀 더 검토하겠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 윤성효

- 낙선한 다른 후보들과 만날 계획은?

"선거가 끝난 뒤 전화통화를 했다. 도와 달라 하고, 협조하자고 했다. 다른 후보들도 경남 교육을 위해 많은 공약을 내놓았다. 교육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했으니까 도와줄 것이라 본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이라도 좋은 것은 과감하게 적용하도록 할 것이다."

 

- 지역 곳곳마다 특수목적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목고 관련 자료를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먼저 인구 비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된다.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경남도의 재정 규모를 보면 전국 4~5위권인데, 교육문제도 그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 특목고도 그 수준에 맞게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 전국적으로 보면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 6명이 당선했는데, 같은 교육 정책을 두고 교육청마다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는지?

"전국교육감협의회가 있다. 협의회의 결정 사항이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면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하자고 해도 시행하는 데는 쉽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몇 분 당선되었는데, 성향과 지역 사정에 따라 교육정책을 시행할 것이라 본다. 그렇다고 해도 교육청 간의 갈등은 없을 것이다."

 

- 다른 지역이기는 하지만, 일부 교육감 당선자가 학원비 인상을 거론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감이 학원비 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학원비는 학원 자체에서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해서 적절하게 책정하면 승인하는 정도로 가야지, 교육감이 학원비 올리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특수아동 교육도 중요한데 복안은?

"특수아동들은 정말 어렵게 공부하고 자라는 아이들이다. 특수아동을 둔 학부모들은 정말 한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 부모들은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걱정이 태산이다. 어디에 가서 어떻게 살까 고민한다. 심지어 외국에 가야 하나까지 생각한다. 특수아동을 둔 부모들은 '경남으로 이사 가자'고 할 정도로 특수아동들에게 특별히 배려하는 정책을 펴고 싶다. 예산도 배정할 것이다. 예산을 토대로 세부적인 특수아동정책을 펼칠 것이다. 특수아동들은 한마디로 제일 어려운 처지인데, 그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남교육청이 되겠다."

 

-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정책도 중요한데 견해는?

"현재 경남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2500여 명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다. 그 아이들의 기능을 살리면서 어머니의 나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머니와 자녀들이 같이 교육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통합교육이 필요하다. 가령 방학 때 국가별로 모아 어머니의 나라 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특수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


#고영진 교육감 당선자#경남도교육청#야간자율학습 선택제#무상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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