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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천도교 종무원장 이창번 선도사,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 스님, 세계복음주의연맹 의장 김상복 목사, 은혜심기운동본부 본부장 김성효 교무,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대북담당 김훈일 신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천도교 종무원장 이창번 선도사,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 스님, 세계복음주의연맹 의장 김상복 목사, 은혜심기운동본부 본부장 김성효 교무,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대북담당 김훈일 신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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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 대통령님 사흘만 굶어 보세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인도적 지원까지 막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민족구성원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인도적 지원의) 문을 여십시오.(법타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정부가 망신 당하기 전에 바꿔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좋게 말해 왔는데도 안 들으면 각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는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 북한동포들 다 죽고 나면 그 다음에 뭐하겠나. 몇 사람이 성명서 낭독하고 끝난 것이라고 정부가 심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인명진 목사)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종교계의 비판이 심상치 않다. 진보쪽 인사들뿐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개신교계 인사들까지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대선 원불교 교무, 한국복음주의 협회장 김명혁 목사, 천주교 김홍진 신부, 동학통일운동협의회 상임대표 박남수 선도사, 대한성공회 박경조 대주교, 경동교회 당회자 박종화 목사,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인명진 목사가 준비위원을 맡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현 정부의 대북강경 일변도 정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며 "동시에 국군포로와 이산가족상봉, 그리고 인도적 지원문제 등을 협의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깃들게 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북한은 1990년대 후반기와 같은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봉착하여 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면서 "정부는 남북 교류 협력 및 인도적 대북지원 전면 중단 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선희·조용기·엄신형·길자연 등 보수기독교인사 다수 동참

법타 스님과 인명진 목사(오른쪽).
 법타 스님과 인명진 목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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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에는 개신교 122명, 불교 108명, 원불교 81명, 천도교 150명, 천주교 66명 등 총 527명의 종교지도자들이 서명했다. 특히 개신교 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의 곽선희 원로목사,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엄신형·길자연 전 한기총 대표회장, 김운태 한기총 총무, 김상복 세계복음주의 연맹의장,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 등 보수적인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성명서 발표를 이끌고 행사 사회도 맡은 법륜 스님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와 관련, 진보쪽 일부 인사들이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대신 중도와 보수쪽 종교지도자들이 많이 참여했고, 특히 개신교쪽에는 보수쪽 분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중에는 인명진 목사가 "정부는 현재 방침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다음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해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종교인들 입장에서는 법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하는 대로 따라갈 수만은 없다. 우리가 그동안 좋게 말해왔는데도 안 들으면 각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불허방침을 어기고 직접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종교인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5개종단이 충정을 담아 제안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므로, 정부가 적극 검토해서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좋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채운 뒤 '남북정상회담 개최'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에게 생명의 쌀을' 구호가 적힌 손수건을 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채운 뒤 '남북정상회담 개최'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에게 생명의 쌀을' 구호가 적힌 손수건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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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종단 정상회담 촉구는 처음... 정부 수용해야"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는 곧이어 마이크를 잡고 "인 목사님은 누구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분으로, 극단적인 분도 아니고 중도적인 분이 한 말이라 공감이 간다"면서 "우리가 청와대 앞에 가서 무릎을 꿇든지, 김정일 앞에 가서 무릎을 꿇든지 순수한 호소를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쪽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정부쪽에서 전쟁 운운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각 종교의 보수적인 분들까지도 불만이 적지 않다"고 종교계 분위기를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종교지도자들은 대북 식량지원을 촉구하는 의미로 한반도 모형의 플라스틱 통에 쌀을 부어서 채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통에 쌀을 채우는 동안 배우 김여진씨가 "따끈한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싶어요, 맹물에 말아서 된장 찍어 먹고 싶어요"로 시작하는 탈북시인 장신성씨의 시 <소원>을 낭송했다.

이어 이들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생명의 쌀을'이라고 쓴 손펼침막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했으며, 애국가1절을 부르면서 전체행사를 마쳤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 요약.

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채우고 있다.
 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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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조 성공회 대주교] 올해는 한국전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집안싸움을 말릴 사람이 없었다. 종교인들도 '북진통일', '때려잡자 김일성' 구호를 외치면서 이 사회의 증오를 확대재생산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도 북진통일 부르짖던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시대 우리 종교인들이 할 일은 집안싸움을 뜯어말리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말하는 사랑과 자비를 꿈꾸면서 새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해야겠다.

[이창번 천도교 종무원장] 남북 간에 호전적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6.25 같은 비극이 또 되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배급중단과 전면시장개방을 선언해 자급자족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1990년대의 대규모 아사사태가 재현되는 것이다.

이것을 외면한다면 통일됐을 때 북녘 동포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대량아사는 막아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법타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실은 안녕하시지 못하죠. 여기에는 다 안녕하지 못하신 분들만 오신 것 같다. 저희가 평양과 사리원에 국수공장을 오래 운영해 왔는데 엠비정부 들어 쉬고 있다. 작년에 통일부에서 확실하게 국수 나눠주는 증거를 갖고 오라고 했다. 평양 가서 조선불교도연맹 사람들을 만났더니 "(남측에서) 밀가루 보낸 지가 언젠데 국수공장이 (아직도) 돌아갑니까. 벌써 고철됐습니다'라고 하더라.

부처님도 먹어야 산다, 하느님도 그럴 것이다. 밥이 하느님이고 부처님이다. 엠비 대통령님 사흘만 굶어 보세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인도적 지원까지 막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민족구성원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여십시오.

"복수 원한다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사랑으로 해야 한다"

[김상복 세계복음주의 연맹 의장] 우리 국민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사건, 서울 불바다 위협 등으로 상당한 불만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천안함 사건 안보리 회부, 대북심리전 방송재개 등으로 맞서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서울과 평양이 불바다 될 수 있다. 정부 고심은 충분히 이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종교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쟁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사 상태인 북한 동포들은 우리의 동포다. 북한 정부의 실책으로 고통 받으면서 춘궁기에 죽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보내야 한다. 정치군사외교를 초월하는 인류애다. 남한정부와 국민이 그들을 끌어안아 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원수라도 배고플 때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줘야 하는데, 북한 동포들은 적도 원수도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 주민들을 끌어안아야 하고, 남한 동포들이 그들을 도와주려 할 때 막지 말아야 한다.

복수를 원한다면 '눈에는 눈으로' 식으로 하지 말고 사랑으로 해야 한다. 정치적 통일은 정부의 몫이지만 마음의 통일은 우리 국민의 몫이다.

[김성효 원불교 교무] 우리 교단의 학교 학생들이 한 끼씩 굶어서 성금을 모아왔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평양에서 만난 고아원 아이들의 눈망울과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전쟁을 치른 나라로서 지금은 세계의 어려운 나라들을 돕고 있다. 이제는 나라의 품을 넓혀야 한다. 학생들이 굶어가며 모아온 성금이 북한에 전달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 잘 사는 형제가 어려운 형제를 찾아가면 앞으로도 주고, 무안할까봐 살짝 찔러주기도 하고, 아무로 모르게 그냥 놓고 오기도 하지 않나.

인도적 지원은 모른 척 열어줘야 한다. 종교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돕고자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후원해 줘야 한다. 쳐부수고, 승공하고, 멸공하는 구호 속에 이 나라가 살게 됐지만, 그런 자세로는 통일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나라가 살아갈 수가 없다.

[김훈일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대북담당] 우리가 이런 주장을 해도 정부는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계속할 것이고, 청와대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적 종교인들이 남북관계 잘 모르고 저런다고 폄하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전쟁의 빌미가 되는 것은, 그들도 그 유가족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툭하면 불바다 말하는 북한 정부도 답답하다. 북한 정권도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강자인 우리 정부도 호전적인 북한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북한 정권이 밉다고 주민까지 우리 적이 아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 군인들이 국제구호선을 공격했다. 국제사회는 모두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다. 정부가 대북지원을 막는 것은 수백 척의 구호선을 격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이 현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이다. 유엔에서는 오직하면 왜 여기에 남북관계 가져오느냐고 한다. 참 창피한 일이다. 대통령께서 큰 결단을 내리셔서 평화의 길을 찾기를 바란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가득 채웠다.
▲ '쌀'로 가득찬 한반도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반도 남쪽에만 쌀이 가득찬 통의 북쪽 부분에 쌀을 부어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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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망교회, #이명박, #천안함, #5대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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