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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드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리집 달팽이, 어떻게 택배 상자 속에서 그 무더운 날 살아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멋드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리집 달팽이, 어떻게 택배 상자 속에서 그 무더운 날 살아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윤태

20일 전에 시골 고향집에서 상추, 야채 등을 택배로 보내주신 적이 있습니다. 아주 무더운날에 택배를 보내주신 건데요. 보내온 상추 씻어서 삼겹살 싸먹으려고 준비하는데 달팽이 한 녀석이 숨어 있지 뭡니까. 참 재주도 용합니다. 꽁꽁 묶인 택배 상자 그 속에서 이틀 동안이나 살아있었다니...

본격적으로 녀석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6살, 세살 아이들은 눈 뜨자마자 달팽이 잘 있는지 서로 보려고 야단입니다. 아이들 눈에는 마냥 신기할 따름이죠. 장난으로 더듬이를 만져 보기도 하구요.

그렇게 한 열흘정도 지난 후에 아내가 근심어린 얼굴로 말합니다.

"달팽이가 점점 더 크는데 등껍질 더 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왜? 큰 집으로 이사해주게? 전세로 할래? 월세로 할래?"

아내와 저는 둘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정말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달팽이 몸집은 크는데 집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해줬습니다.

"저 달팽이는 원래 등껍질이 있는 놈이야."

그랬더니 아내가 저를 보더니 씨익 웃었습니다. 재밌는 농담을 들었거나 제가 한 말에 절대 속지 않을 거라는 의미지요. 그래서 다시 한번 등껍질이 붙어 있는 녀석이라고 하니까 이번에는 진지하게 다시 듣는 겁니다.

"요놈은 등껍질이 없는 민달팽이야."

그제야 아내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시골살이를 안 해본 아내는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소라껍질 쓰고 다니는 게처럼 생각했던 겁니다. 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내는 "아, 맞아 맞아, 내가 착각하고 있었네"하는 겁니다.

시골에서 택배에 실려 온 녀석이라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갑니다. 이렇게 작은 녀석에게 정이 들어보긴 처음입니다. 아무탈 없이 쑥쑥 자라줘야 할텐데 언제까지 우리 식구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한 녀석을 더 데리고 와야 알도 낳고 새끼들도 볼 수 있을 텐데요. 달팽이는 암수 구분이 없어 두 마리 같이 있으면 교미해서 번식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작은 녀석과 정이 들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이렇게 작은 녀석과 정이 들어보기는 처음입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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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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