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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를 하면서 학교 주변 마을의 이장을 하는 강수돌(고려대) 교수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냈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생각의나무 펴냄) 스스로 이장 이상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 그가 왜 이토록 무리한 가정형의 책을 냈을까. 다른 이유는 없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대통령은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다.

 

당대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수많은 딜레마 속에서 고민한다. 조중동이라 일컫는 이들이 옳다고 주창하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비정규직 문제, 공교육 문제에서 녹색성장, 대형마트 문제 등등. 이런 사안들은 신문의 수많은 칼럼이나 사설, 방송의 토론에도 뻔질나게 나타난다. 그리고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한다. 물론 내가 보기에 우파라고 말하는 이들이 지껄이는 목소리들은 견강부회해서 억지로 버티는 옹졸한, 또는 아예 토론이라고는 모르는 일반적인 악다구니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조심할 것이 있다. 이 서평을 쓰는 나 역시 조중동에서 지칭하는 '진보'나 '좌파'의 멍에를 쓸 수밖에 없는 커리어를 갖고 있기에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가진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면 역시 쟤는 저렇게 말하는 게 당연하지라고 말할 것이다.

 

그럴 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인들이 던지는 말들 가운데 마음에 와 닿는 이들이 있다. 한때는 사숙했으며, 한때는 그 마음을 거두었던 도올 김용옥의 봉은사 강연도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아, 저 분은 할 때 할 말은 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에 언론사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매체 종사자들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들이 앵무새처럼 옮겼던 국방부 발표가 하나하나씩 거짓으로 드러날 때 그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강수돌 교수의 '내가 만일 대통령 이라면!'표지 현 정부와 거꾸로 가기 같은 느낌의 의견서다
강수돌 교수의 '내가 만일 대통령 이라면!'표지현 정부와 거꾸로 가기 같은 느낌의 의견서다 ⓒ 조창완

그리고 강수돌 교수의 책을 만났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내 마음은 '아 이 정도가 보편적인 지식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장을 했지만 그는 대학의 교수로 학생을 가르친다. 그곳도 사회학이 아니고 경영학을 가르치는 만큼 지나치게 좌파 이론에 경도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번에 쓴 책을 읽어보면 내 생각과 닮아있음에 반갑다. 반면에 혹시 이 분 역시 숨어있는 좌파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어쨌든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됐을 때 그는 지금의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외친다. 용산 참사 피해자들에게 가서 사죄를 하고, 노동자들과 소통하며, 대대적으로 정규직을 전환하며, 노조 가입률도 확실히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강사들도 연봉 25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게 해 안정적인 학문연구의 기반을 만들고, 전교조도 더 활성화해 살아있는 교단을 만들어 핀란드 부럽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단다. 그뿐인가 유기농하는 농민들을 특별공무원으로 대우하고, 노동과 여유가 넘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멋지다. 그런데 과연 이게 가능한 공약일까. 그런데 사실 22조 들어가는 4대강 공사를 집어치우고, 부자감세 줄이고, 소득세 늘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정부는 강 교수의 주장과는 모든 면에서 반대로 정책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이들의 고집은 올 지방선거의 참패나 줄줄이 벌어지는 권력형 비리들로 인해 그들의 정의적 기반이 얼마나 미숙한지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우리 집값이 올라가겠지, 경제가 나아지겠지 하는 환상에 현 대통령을 뽑았다. 저자는 책 후반에 검은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아서 쫓겨다니는 쥐들의 운명을 다룬 독립영화를 인용한다.

 

그는 쥐들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쥐들 스스로가 자신의 파워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에 외부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들여오길 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쥐들이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이 모든 사태는 바뀐다. 더 이상 외부의 강력한 리더십 없이 스스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통하고 연대하는 순간 더 이상 고양이는 필요없다. 바로 그 순간 세상에는 평화가 온다. 이것이 민중의 평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주창하는 삶이 아닌 자신들이 주최가 되어 이야기하는 삶을 통해 자신과 만나라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는 '돈보다 삶이, 경쟁이 아닌 연대가, 물건보다 사람이 더욱 소중한 나라를 위하여'다. 나 역시 사회의 틀에서 원래 생각했던 그런 가치들을 잃어가는 것을 순간순간 느낀다. 이 책은 나처럼 흔들리는 이들에게 균형을 잡아주는 괜찮은 제안이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강수돌 외 지음, 생각의나무(2010)


#강수돌#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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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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