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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가 내리니 장마입니다. 대기에 습도가 많다 보니 온몸이 쑤시고 불쾌지수도 높아 감정이 예민해지기 쉬운 계절이지요.

 

지난 주말, 부슬부슬 내리는 장맛비를 따라 감귤농장에 나가 보았습니다. 콩알보다 크게 자란 감귤열매는 낙과가 심각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그 공허함을 채워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감귤원 한켠에 조성해 놓은 텃밭입니다. 화산섬 제주에는 감귤원도 돌밭입니다. 그렇다 보니 돌밭에 텃밭을 조성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5평 남짓한 돌밭에서 돌을 골라내고 공간을 만들어 텃밭 흉내를 냈습니다. 고추모종 20개, 오이 4개, 토마토 모종 서너 개, 가지모종 서너 개, 그리고 상추와 열무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요즘 수지를 맞았습니다. 장맛비를 야금야금 먹으며 살을 찌고 있답니다. 비료 한 번 주지 않고 농약 한 번 안 뿌려도 장맛비에 슬금슬금 아주 잘 자랍니다.

 

 

지난주에 겨우 꽃잎이 떨어진 오이는 1주일 후에 가보았더니 벌써 오이가 팔뚝만해 졌더군요. 누렇게 익어 갔어요. 오이는 주말농장으로는 안 될 듯싶습니다. 적어도 2~3일에 한 번씩은 주말농장에 눈도장을 찍어야 맛있고 싱싱한 오이를 수확할 것 같습니다. '키가 쑥-쑥 자라나는 사람들을 보고 장마에 오이 크듯 큰다'고 말하지요. 정말이지 감귤원 텃밭에 자라나는 오이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3그루 밖에 심지 않은 토마토 열매도 제법 토실토실합니다. 소꿉놀이하듯이 텃밭을 일구지만, 열매를 따먹는 기쁨보다 자라나는 열매들과의 첫 대면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돈으로 따지만 몇 푼이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 부가가치는 계산할 수 없는 게지요.

 

텃밭에서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것은 보라색 가지꽃입니다. 새순이 자라면서 대여섯 개의 꽃과 열매가 맺더니 가녀린 나무는 지탱하기 힘든가 봅니다. 지줏대를 세워 줘야지요. 인간도 뭔가 힘든 일이 있을 땐 버팀목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도 익어갑니다. 모종을 심을 때 '모종 값이나 나오겠어?'라고 말했던 남편의 말이 생각납니다.

 

 

 안개비가 내리는 텃밭에서 지줏대를 세워주는 내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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