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이번 일제고사에서 시험을 못 보면 방학 때 남아서 보충수업을 해야 된대요. 시험을 안 봤으면 좋겠어요. 2학기 때는 제발 시험지를 안 풀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일제고사를 앞둔 인천 부평지역 A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정아무개군의 절규에 가까운 말이다.
이 학교의 6학년 장아무개양도 "담임선생님도 6학년을 정말 안 맡고 싶어했는데 다른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맡게 됐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며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2학기 때는 좀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양아무개군은 "80점 미만 아이들은 80점을 맞을 때까지 몇 번 씩 시험지를 다시 풀어야 돼서 머리가 아프다"며 "시험을 못 보면 2학기 동안에도 또 7교시(보충수업)를 해야 해서 놀 시간이 없고 하루 종일 공부해야 한다, 일제고사를 폐지해달라"고 말했다.
오는 13~14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를 앞둔 인천지역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 시험을 안 봤 으면 좋겠다는 호소도 하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향상에 대한 스트레스는 6학년 담임교사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7일 만난 C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이아무개 교사는 "6학년은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라 학생들과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교사로서의 자부심도 커 올해 자진해서 6학년을 맡았다"며 "그런데 이건 교사가 아니고 시험문제만을 풀어주는 학습지 교사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0교시와 7교시를 진행하며 매일 시험지를 준비해서 문제풀이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벌써부터 시험과 공부에 질려하고 있다"며 "5교시만 되면 지쳐서 조는 학생들이 많이 나타나고 집중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태로 간다면 아무도 6학년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경우까지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D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김아무개 교사는 "7교시 보충수업에 안 남으려는 학생이 있으면 남기려는 교사와 학생 간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생기기도 한다"며 "전에는 상담을 하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끝나고 남겨서 상담하는 등 인성교육에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는 늦게 끝나고 학원은 더 늦게 끝나 집에 밤 12시가 돼서 들어가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생과 교사들의 원성은 일제고사 점수를 향상시키기 위한 각 학교의 파행사례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지부장 임병구)가 발표한 '초등 6학년 일제고사 대비 학교 파행 사례'를 살펴보면 인천지역 10개 초등학교 중 7개교가 0교시, 5개교가 7교시 이상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이중 70%는 반강제적으로 0교시와 보충수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럼에도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인천시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장동수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부평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번 공개한 파행사례 조사 내용이 초중등교육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사항이었음에도 인천시교육청은 시정이나 지도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미 영국과 미국에서 폐해가 나타나 폐지했던 일제고사 제도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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