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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숙

파주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 기슭. 새벽 어두움을 뚫고 달려온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주인공은 초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주로 대나무 숲이나 잡목림의 땅에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거나 한 개씩 군데군데 자라는 노란망태버섯이다. 주로 장마철 기간에 하루 동안 화려하게 피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하루살이 버섯'이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땅속에 지름 3∼5cm의 흰색 뱀알같은 덩어리가 생기고 밑 부분에 다소 가지 친 긴 균사다발이 뿌리같이 붙어 있으며 점차 위쪽 부분이 터지면서 버섯이 솟아나온다. 벌집 모양을 한 짙은 갈색의 갓을 뚫고 나오는 망태를 닮은 노란버섯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레이스를 활짝펼친 노란망태버섯
 레이스를 활짝펼친 노란망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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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대는 주머니에서 곧게 높이 10∼20cm, 굵기 2~3cm로 뻗어 나오고 순백색이다. 버섯 갓은 주름 잡힌 삿갓 모양 같기도 하고 벌집 모양 같기도 하며 강한 냄새가 나는 올리브색 또는 어두운 갈색의 점액질 홀씨로 뒤덮여 있다. 버섯의 특징은 버섯 갓의 내면과 버섯대 위쪽 사이에서 흰색이나 노란색의 망사 모양의 망태가 서서히 퍼져 내려와 밑 부분은 땅 위까지 내려온다. 화려한 레이스를 쓴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고운 치마를 펼쳐 보이는 모습 같기도 하다.

주머니에서 버섯대가 솟아나와 망태가 퍼지는 속도는 2시간 정도를 소요하며 서서히 펼쳐진다. 망태버섯을 담으려면 망태버섯이 분포되어 있는 장소를 찾아가 해 뜨기 전 이른 새벽 습하고 낙엽들이 많이 쌓여 있는 산자락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아야 망태버섯의 포자부터 시작하여 곱게 피어나는 모습으로 완전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까지 모두 담을 수 있다.

 뱀알처럼 생긴 망태버섯 포자
 뱀알처럼 생긴 망태버섯 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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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레이스를 펼치고 잇는 망태버섯
 조금씩 레이스를 펼치고 잇는 망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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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자  레이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자 레이스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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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동안 피었다가 사라져 가는 망태버섯, 잠깐동안 화려했던 모습이었지만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루동안 피었다가 사라져 가는 망태버섯, 잠깐동안 화려했던 모습이었지만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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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동안 기다리며 망태버섯의 완벽한 모습을 담으려면 인내심도 필요 하지만 버섯이 습한 곳에서 피어나기 때문에 모기가 좋아하는 환경이기도 하여 모기와의 전쟁을 감내해야 하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모기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나 같은 체질은 모기를 피하기 위한 완전무장이 필수다.

벌떼같이 달려드는 모기들에게 헌혈을 하겠다고 각오를 한사람이라면 별개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국에 가면 모기퇴치용 기구들이 뿌리는 것부터 팔목에 차는 것, 옷에 붙이는 것 등 다양하게 나와 있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에게 괜찮은지 물어보자 본인은 모기가 붙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특수한 체질을 지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산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 한 녀석을 발견하고 포자부터 찍기 시작하여 바짝 쭈그려 앉아 2시간 이상을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발에 쥐가 날 정도였지만 활짝 펼친 화사한 망태버섯을 보니 단잠을 포기하고 새벽부터 달려온 피곤함이 한방에 날아가 버린다. 근처를 둘러보니 어두움 속에서 망태버섯과 씨름하느라 보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버섯들도 눈에 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쌍둥이 버섯이 망태버섯에게 "너만 버섯이냐 나도 버섯이다" 라며 마치 시위라도 하듯 고개를 내민다.

 참 거시기한 모습으로 레이스를 펼친 망태버섯,
 참 거시기한 모습으로 레이스를 펼친 망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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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자라나는 모든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인간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관심 밖에서 소외받고 있는 것들에게도 칭찬을 해주며 내려오는데 참 거시기한 모습으로 펼쳐진 망태버섯이 있다. 경사진 곳에서 거꾸로 레이스를 펼치니 얼핏 보면 마치 남자의 성기를 닮은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마치 소변을 보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망태버섯 포자들이 땅속을 뚫고 끊임없이 나오기에 산을 내려올 때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내려와야 한다.


#망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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