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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개 학교에 뇌물을 준 혐의를 받았던 A급식업체의 간판이 B영농조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A업체 명의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었다.
 47개 학교에 뇌물을 준 혐의를 받았던 A급식업체의 간판이 B영농조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A업체 명의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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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47개 학교의 교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급식업체가 33개 학교와 여전히 납품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업체는 현재 인천 서구청으로부터 7월 15일까지 사실상 퇴거 명령을 받은 상태지만, 이 과정에서 업체의 간판이 영농조합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돼 여러 의혹이 일고 있다.

뇌물 혐의로 적발됐던 A급식업체와 47개 학교의 계약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47개 학교 중 14개 학교만이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고, 나머지 33개 학교는 A업체와 7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계약을 계속 체결한 상태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3월 초부터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일부 학교들은 5월 초나 6월 초부터 계약을 맺기도 했다.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교장이 경찰 조사를 받은 때가 대부분 지난 1월이었고, 경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때가 4월 초였음에도 계약을 새로 맺거나 계속 유지한 것이다.

또한 A업체의 건물은 개발제한구역에 있어 마을공동공판장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곳임에도 A업체가 불법으로 이 건물을 급식업체 용도로 사용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에 서구청에서는 마을공동공판장으로 7월 15일까지 원상 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이 업체는 7월 15일까지 이의신청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구청은 이 업체가 이날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이 업체를 방문해본 결과, A업체는 비석과 차량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건물에 달린 큰 간판이 B영농조합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한 업체 직원들은 일을 하고 있었으며, 이 업체를 방문하러 온 학교 관계자들도 눈에 띠었다.

영농조합 법인 명의로 건물을 인수하고 '마을공동공판장' 형식을 빌려 급식납품업체를 새롭게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농조합으로 법인명을 바꾸고 대표이사를 바꿀 경우 서구청이나 시교육청에서는 어떤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구청 건축과 담당공무원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지나가다가 A업체가 B영농조합으로 간판을 바꾼 것을 봤다"며 "대표이사가 다른 영농조합 법인이 마을공동공판장 형식으로 운영하겠다고 하면 제재할 수는 없다. 다만 영농조합과 마을공동공판장은 그 마을에서 수확하는 작물을 납품해야지 다른 곳에서 작물을 들여와서 납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도 조만간 감사실에서 47개 학교에 대한 감사 결과를 통보받으면 복지재정과에 A업체를 부정당 업체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A업체가 B영농조합으로 바뀌면 아무 소용이 없는 조치다.

이에 대해 A업체 직원은 전화통화에서 "A업체 이름을 B영농조합으로 바꿨고 사장님은 같은 분"이라며 "더 구체적인 것은 높은 분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구속됐던 A업체 대표이사는 전화통화에서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결국 공공기관이 부당한 급식업체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다른 급식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급식업체 관계자는 "부도덕한 행위를 한 업체로 인해 오랜 기간 급식납품업에 종사한 선량한 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불법이 용인되는 상황이라면, 다른 업체들도 같은 방식으로 개발제한구역에 싼 가격으로 건물을 짓고 교장에게 돈을 주면서 영업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업체의 행위로 인해 내놓은 급식제도 대안인 전면입찰제도는 급식판매업 신고만 하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위생시설의 안전성이 검증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보완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교육청은 A업체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47명 학교장에게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혐의를 시인한 6명의 교장은 중징계하고 나머지 교장들에 대해서는 경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시교육청은 추정가격이 5000만 원이 넘을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음에도 수의계약을 하거나 50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1개월 단위로 분할계약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적정하게 급식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인천지역 20개 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경고' 조치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급식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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