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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삼·최창의 등 경기도교육의원들이 교육상임위원장 자리를 교육의원들에게 배정하라며 14일 경기도의회 1층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이재삼·최창의 등 경기도교육의원들이 교육상임위원장 자리를 교육의원들에게 배정하라며 14일 경기도의회 1층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 박상규

"지방의회, 특히 민주당 거수기 노릇하라고 교육의원 뽑은 줄 아나." (이재삼 경기도교육의원)

"소수의견 무시했다고 한나라당에 사과 요구하더니, 민주당은 왜 우리 존재를 인정하지 않나." (최창의 경기도교육의원)

 

14일 이재삼·최창의 두 경기도교육의원이 1년여 만에 다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두 의원은 작년 6월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해 경기도교육청에서 철야농성을 했었다. 이번엔 농성 장소가 수원 경기도의회 1층으로 바뀌었다.

 

작년엔 단둘이 농성을 했지만, 이번엔 우군이 생겼다. 경기도교육의원 7명 전원이 나섰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6일에 본격 시작되는 경기도의회 의사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시작부터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이 농성을 하는 이유는? 핵심은 도의회 의석 절대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한나라당이 교육의원들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상징으로서 교육자치 취지에 맞게 도의회 교육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원이 민주당 거수기, '핫바지'인 줄 아나"

 

"교섭단체가 아니면, 상임위원장 자리를 줄 수 없다고? 그럼 정당 소속이 아닌 우리 교육의원들은 민주당·한나라당이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가라고?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하겠다는 것인데, 그럼 국민들은 할 일이 없어 지방선거에서 복잡하게 교육의원을 뽑았나?"

 

15일 오전 경기도의회 농성장에서 만난 최창의 교육의원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재삼 교육의원 역시 곁에서 "우리가 '핫바지(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의 속어)'야, 뭐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8대 경기도의회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최근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8대3으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7대 의회에서 10석 미만으로 출발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76석을 장악해 다수당이 됐다. 결국 상임위원장 배분 주도권은 민주당에 있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교육의제가 시민들의 큰 관심사로 떠오면서 교육상임위원회는 이른바 '노른자 상임위'가 됐다. 교육상임위에서 잘 활동하면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76명 민주당 의원 중 20여 명이 교육상임위 배정을 희망했다.

 

현재 민주당은 '노른자' 교육상임위원장 자리를 교육의원들에게 양보(?)할 뜻이 없다. 교육의원들은 농성을 하고 있지만, 이미 민주당 소속 박세혁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교육의원들은 "지난 봄까지 소수당의 설움을 겪은 민주당이 이젠 다수당이 됐다고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자치의 주축인 교육의원들에게 어떠한 논의도 제안하지 않은 채 상임위를 민주당·한나라당이 나눠먹기식으로 배정하는 건 민의를 배반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당리당략에만 집착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교육의원 "교육 의제로 덕 봤으면서" - 민주당 "무상급식 위해 우리가 투쟁했다"

 

이재삼 의원은 "의회는 의장과 각 상임위원장이 서로 협의해 이끌어가는 곳인데, 교육상임위마저 정당이 장악하면 교육의원들은 모든 의회 운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자치 정신에 맞게 적어도 교육상임위는 교육의원들이 맡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교육 의제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벌써부터 독선적으로 나오고 있어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했던 이명박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뜻은 확고하다. 정기열 민주당 경기도의회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7대 의회에서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실현을 위해 한나라당과 투쟁했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 다수당이 됐다"며 "이젠 무상급식 등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당연히 민주당이 교육상임위원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의회 중 8곳(인천·부산·대구·울산·강원·제주·대전·광주)은 교육의원이, 5곳(경북·충북·전북·전남·충남)은 정당 소속 의원이 교육상임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서울·경기·경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 역시 교육상임위원장 문제로 민주당과 교육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최홍이 서울시교육의원은 "세종로 사거리에 신호등이 꺼져버린 것 같이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이라며 "이렇게 정당이 교육상임위 하나 양보를 안 할 거면 왜 교육의원을 뽑았냐"고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진보·보수를 망라한 교육단체들은 교육의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한국교총은 성명서를 통해 "교육자치는 교육의 전문성이 보장되고 정치적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때 가능하다"며 "따라서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교육의원이 교육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서울·경기는 6.2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동시에 당선돼 눈길이 쏠렸다. 서울·경기에서 무상급식·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작년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은 한나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교육정책을 논의해야 하는 교육상임위원회가 첫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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