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강용석 의원이 지난 16일 대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 동석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여성 의원들에 대한 외모를 놓고 '품평'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 의원은 20일 성희롱 발언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며 "전현희 의원과 저는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 결승전 심사위원이었고 열심히 토론대회를 치렀던 학생들을 축하하는 식사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21일 "강 의원과 함께 식사했던 학생들과의 전화 통화를 한 결과, 같은 테이블에 있던 학생이 '강 의원이 아나운서를 하려면 몽땅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강 의원이 통화를 시도했다는 학생이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강 의원은 아나운서는 시키면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며 결백을 강조한 강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는 결정적 증언이 나온 셈이다.
특히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전현희 의원은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을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설 정도다", "여성 의원의 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지난 20일 "강 의원보다 식사 자리에 조금 늦게 도착했고 문제의 발언을 듣기엔 (강 의원과) 자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자는 차(車)값이고 남자는 집값"... "기자회견 보고 어이 없어" <조선일보>도 21일 당시 현장에 있던 대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강 의원의 또 다른 '여성 비하 발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한 치대생이 S대 음대 여학생이 여자친구라며 연애 상담을 하자, "여자는 차(車)값이고 남자는 집값"이라고 말하면서 성희롱성 발언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강 의원은 '여자는 갈수록 (자동차처럼) 값이 떨어지고 남자는 갈수록 (집값처럼) 값이 올라가니 쩔쩔매지 말고 튕겨라"라는 맥락으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조선일보>가 접촉한 학생들은 "강 의원이 여자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럴 줄 알았다", "자기 보좌관이 한양대 얼짱 '김태희'라고 자랑삼아 소개하기도 했다"는 등 다른 증언들도 내놓았다.
강 의원이 지난해 초에도 학생 몇 명을 데리고 양주를 마셨는데 당시 참석했던 한 여학생이 모임이 끝난 뒤 친구들에게 "국회의원이 음담패설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지난 16일 현장에 있었던 여학생들이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한다", "대통령도 네 전화번호를 따고 싶었을 것"이란 강 의원의 발언에 화가 나 2차 자리에도 가지 않아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는 "한 학생은 '강 의원이 자기가 한 말을 부인하는 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어이가 없어 했다'고 전했다"고 알렸다.
<조선일보>는 이어, "학생들은 강 의원의 말에 불쾌하기는 했지만 참았다고 했다"며 "학생들은 '(강 의원과 학생들 간) 관계가 대등하지도 않고 고기를 사준다고 얻어먹으러 갔는데 그 자리에서 불쾌하다고 말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후 학생들에게 그때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동아리 지도 교수는 '신경 쓰지 마라'고 타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