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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장사다. 두 손으로 움켜쥐어도 감당키가 어렵다. 다갈색 몸빛에 윤기가 자르르한 이 녀석은 흔히 세간에서 꼼장어로 통하는 먹장어다. 콜라겐이 풍부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술안주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꼼장어 요리는 그 명성이 자자하다. 아주머니가 꼼장어를 잡으려다 혼쭐이 났다. 기가 펄펄 넘치는 이 녀석이 난리법석이다. 점액질을 분비하며 요동을 친다.

 

영양가가 높아 인기 많은 꼼장어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A가 풍부하다. 주로 통발을 이용해 잡는데 체내지방이 낮아지는 겨울철 꼼장어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부드럽고 질긴 꼼장어 껍질은 손가방 등의 가죽제품을 만들 때 이용된다. 그래서 한때는 일반음식점에서 껍데기가 있는 꼼장어를 먹어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 녀석은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하며 연안의 얕은 바다 밑 모래와 진흙바닥에 몸을 파묻고 산다. 먹이는 물고기나 오징어의 살과 내장을 빨아먹는다.

 

몸 안에 정소와 난소를 모두 지니고 있어서 암, 수 모두 될 수 있으며 특별한 생식기관도 없다. 때로는 자웅동체가 되기도 하고 난소가 많이 발달하면 암컷, 정소가 더 많이 발달하면 수컷이 되는 특이한 녀석이다. 이런 이들도 짝짓기로 알을 낳는다고 한다.

 

여수 남면 안도 향토음식점 일번지식당의 꼼장어수육이다. 부드러운 열무김치, 멸치젓국으로 담근 부추김치, 곰삭은 맛이 일품인 파김치, 잘 익은 배추겉절이 등의 밑반찬과 함께 상이 차려졌다. 이집의 자랑거리는 살아있는 꼼장어다.

 

땡초를 다져서 초고추장을 뿌려낸 양념에 꼼장어수육 쌈은 이곳 안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이때 부추를 곁들이면 그 맛과 영양은 배가 된다. 김성수(시인과 촌장 민박)씨는 "꼼장어수육 요리는 여기가 최초"라고 말했다.

 

기본 3만원(2인분)이다. 싱싱한 꼼장어의 다갈색 껍데기가 돋보인다. 요리를 해 놓은 상태에서 꼼장어 껍데기는 신선도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꼼장어가 싱싱해야 껍데기가 그대로 보전되기 때문. 선도가 떨어지면 요리 후에 껍데기가 다 벗겨져나간다.

 

특이하게도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삶아냈다. 간과 쓸개도 보인다. 한잔 술에 거나해진 김 씨가 농을 건넨다. 자꾸 권해서 간과 쓸개를 먹어봤다. 간은 고소하고 쓸개는 깨물자 입안에서 이내 씁쓸한 맛이 감돈다. 신기하게도 입맛이 돌아온다.

 

"꼼장어 쓸개는 쓸개 빠진 놈들이 먹으면 좋아요."

"세상에 이 귀한 걸, 그런 사람들이 먹으면 되나요."

 

삶는 기술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는 꼼장어,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아삭함과 쫄깃한 꼼장어 특유의 식감에 어느새 매료됐다. 이런 맛을 제대로 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주인장(51, 김두현)이 꼼장어를 직접 잡아온 것이다. 또한 보유한 어선(금성호 2.52톤)을 이용해 자연산만 공급한다고 한다.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알려진 안도의 향토음식 꼼장어수육, 안도의 명물 꼼장어수육이 복달임에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힘이 펄펄 넘치는 꼼장어를 보기만 해도 절로 온 몸에 기운이 솟구치는 걸 보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꼼장어, #안도, #일번지식당, #먹장어, #복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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